DJ는 호남의 고립을 원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 전 야당지도자들을 불렀다. 마지막 만남으로 생각하셨을 것이다. 가신이라는 권노갑·박지원도 당연히 참석했다. 간곡하게 당부했다. 호남의 분열을 경계하고 호남의 민주정신을 수호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모두 다짐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당부를 꼭 지키겠다고.
 
김대중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남들이 생각하고 자신들도 그렇게 자랑하며 살아온 권노갑과 박지원은 지금 어디 있는가. 김대중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이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아버지를 모셨다고 DJ정신 계승자는 아니다.”
“분열의 이름으로 DJ정신을 거론하지 말라.” 
“현 정권의 국정운영 실패, 경제 실패를 심판해야 하는데 국민의당이 나타나 초점을 흘리고 여당을 도와주고 있다”
 
DJ의 아들이 누구에게 한 말일까. 바로 가신이란 사람들에게 말할 것이다. 박지원·권노갑에게 말 한 것이다. 그들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듣고 싶다. 

■ DJ 가신은 아무도 없다
 

▲ 왼쪽부터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희호 여사, 박지원 의원. ⓒ박지원 의원 누리집

리틀DJ라며 말버릇까지 흉내를 내던 한화갑은 물론이고 한광옥·김경재 등은 일찌감치 DJ 곁을 떠났다. 김대중 대통령의 유언 같은 말이 귀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권노갑·박지원이 떠났다. 이제 남은 사람은 누구인가. 이희호 여사와 김홍걸의 가슴은 어떨까. 
 
떠나는 것은 좋다.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면 누구나 떠날 수가 있다. 그러나 박지원의 경우 DJ를 떠나서도 그의 정신을 팔고 다닌다. 박지원은 김홍걸이 아버지 동상에 바친 화환을 동상 뒤로 치우고 자신의 화환을 DJ 동상 앞에 놓았다고 한다. 돌아온 탕자 노릇이 하고 싶은가.
 
■ 김홍걸의 분노
 
나라를 배신하면 역적이라고 한다. 이완용을 비롯한 민족반역자의 자식들은 어디 가서 이름을 밝히지 못했다. 심지여 조상의 무덤까지 야밤에 남몰래 이장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후손들에게까지 몹쓸 짓을 한 것이다. 자신이 평생을 모시던 주군을 배신하면 뭐라고 하는가. 솔직히 요즘 동교동계라고 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측근 가신들은 배신자라는 지탄을 받는다. 
 
왜 지탄을 받는가. DJ가 늘 신념으로 강조한 것은 분열에 대한 경계였다. 서거 직전에 가신들을 모아 당부한 것도 분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 중심인물은 권노갑과 박지원이었다. DJ가 생존했다면 기가 막힐 것이다. 서거한 DJ는 말이 없지만, 김홍걸이 분노했다. 50이 넘은 DJ의 3남인 김홍걸은 아버지가 박지원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안다. 권노갑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이 떠난 것이다. 분열의 총대를 메고 부친에게 총구를 겨눈 것이다.
 
■ 박지원은 왜 떠났나
 
김대중 대통령은 서거했어도 호남의 정신적 지주였다. DJ를 떠나서는 호남을 생각할 수 없다. 박지원의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문재인이 있는 야당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머리 좋다는 박지원이다. 소꼬리보다는 닭대가리가 되자는 생각을 했다. DJ의 평생 비서실장인 자신이 호남의 맹주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호남에서 독립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박지원의 위상이다. 
 
호남은 어떻게 되는가. 박지원이라는 황제로 모시고 고립을 감수할 것인가. 어차피 안철수는 호남 밖에 사람이고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대통령의 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호남이라는 왕국에서 황제노릇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 과연 박지원이 호남의 지도자가 될 인물인가. 
 
그동안 호남은 대양 속에 섬이었다. 반독재투쟁의 화신인 김대중 대통령을 탄압하기 위해 납치해 현해탄에 수장시키려고 기도를 했다. 독재정권은 끊임없이 호남 고립을 획책했다. 호남이 살아가는 길은 단결이었다. 저항했다. 그 중심에 김대중 대통령이 있었다. 이제 김대중 대통령이 호남에 없다. 그렇다면 그를 혈육처럼 아끼던 동지이자 측근인 박지원·권노갑 등이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러나 보라.
 
이제 김대중 대통령은 서거했다. 그 자리를 이어받으면 된다. 좋다. 누가 말리는가. 그럼 정신까지도 이어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 김대중 정신은 겉치레 외출복 같은 것이었다. 실속만 챙기면 되는 것이었다. 오죽 견디지 못했으면 김홍걸이 팔을 걷어 부치고 일어났겠는가.
 
인터뷰하는 김홍걸의 얼굴에서 차마 견딜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안철수가 어머니 이희호 여사를 방문하고 벌어진 거짓말 해프닝의 범인이 누구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 김홍걸이 오죽 가슴을 치겠는가. 김홍걸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고 박지원과 목포에서 대결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조상기 후보를 기꺼이 돕고 있다. 박지원은 느끼는 것이 없는가. 잠잘 때 김대중 대통령이 꿈에 보이지 않던가. 
 
■ 호남의 분열, 무엇이 남는가
 
호남의 정치적 수준은 한국 제일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서로 목을 매는 것도 호남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다. 내가 만난 호남의 여론은 혼돈이었다. 분열해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똘똘 뭉쳐도 힘든데 그나마 반으로 갈라지면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다.
 
안철수가 호남에 쏟는 정성을 딱 하나다. 호남에서 의석을 마련해 ‘교섭단체’라도 구성해 보자는 것이다. 비례대표 한 석이라도 더 얻어 보자는 것이다. 그 밖에 아무것도 없다. 박지원이 탈당한 것은 DJ 후계자를 자임하면서 호남의 황제가 되겠다는 야심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DJ 정신도 고스란히 물려받아야 할 것이 아닌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분열을 획책하면서 DJ정신을 계승하겠다니 김홍걸의 분노를 이해하고도 남는다. 박지원의 말이다.
 
“,,,,,,영원한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 박지원이 있는 ’국민의당‘이 호남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지금 박지원은 호남을 대변하고 있는가. 호남의 분열을 대표하고 있는가. 지역감정 조장의 가장 큰 희생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가신들이 지금 지역감정 조장의 선봉장이 되었다. 땅을 칠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가신들이 떠났다. 영원한 비서실장도 떠났다. 이제 DJ정신을 계승하고 수호할 사람은 깨어있는 호남인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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