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로 심판

야권연대에 제동이 걸렸다. 동물의 세계를 보라. 백수의 왕인 사자의 물소 사냥은 일치단결이다. 혼자서는 어림도 없다. 생존의 문제다.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가릴 것 없이 야권연대 안 하면 다 죽는다. 죽고 싶은가.
 
■ 야권 연대하면 제명?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사실인 것 같다. ‘국민의당’의 실세인 이태규는 국민의당 후보가 당과 협의 없이 다른 당과 연대를 위해 후보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제명시키겠다고 했다. ‘더민주’와 연대에 자물쇠를 채운 것이다. 희망 없는 선거에 돈 버리고 욕먹고 정권교체에 방해 되지 않겠다는 후보에게 끝까지 뛰라는 협박이다. ‘비례대표’ 8번을 얻은 이태규는 한 표가 무척 간절할 것이다.
 
모두 이해한다. 그러나 동의는 못 한다. 설사 국민의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더민주’보다 지지를 더 받는다면 지지해야 하는 것이 정치현실이다.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영남에 입후보한 후보는 몇 명인지 아는가. 딱 두 명이다. 이것이 ‘국민의당’의 현주소다.

국민의당이 죽자고 매달리는 곳은 호남이다. 탈당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호남에 기대한다. 안철수의 당선마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국민의당은 죽기 아니면 살기다. 창피하지만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가 맞는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SNS 갈무리

안철수의 착각은 대책이 없다. 아직도 50%의 지지율과 ‘새정치’라는 환상에 국민들이 빠져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새정치’라는 안철수의 철학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던가. 그러나 이제 ‘새정치’를 입에 담으면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그가 지금껏 해 온 정치는 ‘새정치’는 고사하고 구태정치의 표본이다. 그가 깨버린 야당파괴의 이유가 합당한가. 파괴의 공범인 김한길은 정계를 은퇴한 것이나 다름없다. 참회라고 해도 괜찮다.
 
■ 국민에게 죄 짓지 말라
 
대통령이 되겠다는 안철수의 소망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현재로써는 불가능이다. 국민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고 때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더구나 지금 국민들은 자유당 말기처럼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한다. 야권연대가 무산되고 다음에 올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돋는다.
 
말하고 싶지 않지만 안 할 수가 없다. 4·13 총선에서 분열로 야권이 ’폭망‘할 경우, 닥쳐올 암울한 그림은 차마 그리고 싶지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 사상 유례가 없는 청년실업률, 불평등, 안보 불안, 민주주의 실종 등이 계속될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연장되는 것이다.
 
200석을 차지하면 새누리당이 개헌할 수 있다. 민주인사들이 “개헌을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그들 마음대로 개헌을 할 힘을 갖게 되면 극우보수 영구집권의 프로그램이 틀림없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새누리당이다. 끔찍하지 않은가. 지금과 같은 세상이 우리 자식들에게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누가 집권하면 다를 것 같으냐’고 냉소하는 국민들도 있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다. 맞다. 바꾸기라도 해야 달라진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새누리당이 벌인 ‘광란의 공천극’을 보면서 최고의 희극 속에서 최고의 비극을 목격했다.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 연대하라. 죽어도 연대하라
 
야당이 연대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아니 국민들이 보기에도 그렇다. 그러나 현재의 전망이라면 절망이다. 다시 한 번 ‘폭망’ 이후를 그려보자. 이런 시나리오는 어떤가.
 
현행 대통령제를 내각제로 바꾼다. 이원집정부제로 권력구조를 바꾼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임은 불가능하지만, 다수당의 대표로 ‘아베’처럼 총리가 되어 권력을 이어갈 수 있다. 러시아의 푸틴은 2,000년부터 8년간 두 번의 대통령을 역임했고 다음은 4년 동안 ‘실세 총리’를 한 뒤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박 대통령이 설마 이런 생각이야 하지 않겠지만 설마가 사람 잡는다. 더구나 그에게는 충성스런 참모들이 있다.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고 국정원의 힘은 막강하고 종편을 비롯한 언론은 모두 장악했다. 어떤가 이번 총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는 것이 있는가.
 
또 있다. 박근혜 정권 이후 남북관계는 한 치 앞도 예측 불가능이다. ‘치킨게임’이라고 한다. 만약에 국가비상사태가 벌어지면 예정된 선거는 없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비상사태로 계엄이 선포되면 야당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안철수는 경험도 못 한 일이다.
 
어떤가. 이래도 야권연대를 거부할 것인가. 연대를 거부하는 자는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기를 원하는 인간들인가. 박정희·전두환 독재를 겪어보지 못한 자들은 독재를 모른다. 4월 13일은 코앞에 닥쳤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어느 야당 후보든 당선 희망이 없으면 사퇴하고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를 지원해야 한다. 어느 야당이든 상관이 없다. 우리 지역에서도 ‘국민의당’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면 그 후보로 단일화해야 할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야당 후보로 단일화하고 투표로 심판하자.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안철수가 다시 태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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