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모르면 인간자격 자동 상실

정동영(경칭생략)의 국민의당 입당에 대해 다시 말 하는 게 서글프다. 관악을에서 3등으로 낙선하고 새누리를 당선시켰다. 정치를 떠나는 줄 알았다. 순창에서 씨감자를 재배한다기에 이제 제대로 할 일을 찾았다 생각하고 지워버렸는데 전주 덕진에서 출마한다며 씨감자를 버렸다. 한술 더 떠서 호남의지도자. 호남정치의 복원을 호언하며 나섰다. 불치병이다.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나라 정치에 미치는 해악이 너무 심각해서 침묵할 수가 없다. 정동영은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다. 아무리 정치적 욕심이라 해도 전주 덕진이 뭐냐. 그게 고향사랑이냐. 고향 사랑은커녕 고향망신이다. 전주 덕진에서 당선되면 자랑스러울 것인가. 서울에서 출마하면 낙선해도 살 수 있지만 전주 덕진에서는 당선해도 죽는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하긴 그런 생각을 했다면 철새 소리를 듣지 않았다.
 

▲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지난 19일 전북 순창에서 정치재개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SNS

DJ도 고향에서 몇 번씩 출마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기가차서 말을 잃는다. 정치인에게 과대망상은 고질병이지만 정동영의 고질병은 자신을 DJ와 동격으로 격상시킬 정도의 중증이 됐다. 아무도 DJ를 탓하지 않으면서 왜 자신에게만 그러느냐고 역정을 낸 거다.
 
안철수 밑으로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DJ도 JP와 연대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도 안철수와 연대해서 대통령 되겠다는 생각이다. 이 정도면 심리학과 교재감이다.
 
“전북정치를 복원하고 호남정치를 부활시키겠습니다. 정동영이 맨 앞장에 서겠습니다.”
 
정동영은 자신을 호남의 지도자로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다. 저 정도의 뻔뻔함이 있어야 한국에서는 정치할 수 있는가. 새삼 정치가 슬퍼진다. 전주 사람은 무슨 팔자냐. 안 찍어주면 의리 없다고 원망할 것이고 찍어주면 꼴이 아니다. 제발 고향 망신 좀 시키지 말아야 한다. 50년을 함께 한 전주여고 출신의 아내도 한마디 한다. “창피해 왜 저러지”
 
■정직한 것이 창피한가
 
“자욱했던 먼지가 걷히고 나니 누가 적통이고 중심인지도 분명해졌다”
 
정동영의 ‘국민의당’ 입당에 대해서 문재인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가만히 있을 정동영이 아니다. 그것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빌려서다. ‘부끄러운 줄 알라’ 더 이상 말을 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된다. 다만 정동영이 부끄러움을 말하니 아직 부끄러움이 살아 있다는 것으로 믿어도 되는 것일까. 옛날 선비들은 지조를 치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도둑이 남의 집 담을 넘었다가 쌀독에 쌀이 없으면 엽전 몇 푼이라도 두고 나온다고 했다. 도둑의 양심이라는 것이다. 한국정치에서 양심을 거론하면 화성에서 온 사람이냐고 할지 모르나 국민이 목마르게 기다리는 것은 그래도 양심이 있는 정치인이다.
 
정동영은 <정치철새>라는 말이 무척 싫을 것이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전락했는가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싫다고 하더라도 사실이 ‘철새’ 인대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전주 덕진이 뭔가. 거긴 이미 김근식이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애들 과자 뺏어 먹으면 어른이 아니다. 정동영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까.
 
자신의 철새 이력을 한 번 되살려보겠는가. 주승용·이인제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정동영은 정계에 입문한 후 지역구를 얼마나 옮겼을까.
 
* 전주 덕진(15·16대 총선)
* 서울 동작을(18대 총선)
* 전주 덕진(2009년 4·29 재보궐선거)
* 서울 강남을(19대 총선)
* 서울 관악을(지난해 4·29 재보궐선거)
 
탈당도 화려하다. 정계 입문 이후 당적 이동을 보자.
 
* 새천년민주당(1999)
* 열린우리당(2003)
* 대통합민주신당(2008)
* 무소속(2009)
* 민주통합당(2011)
* 새정치민주연합(2014)
* 국민모임(2015)
* 국민의당(2016)
 
어떤가. 어지럽지 않은가. 그러나 정동영은 당당했다. 정치인에게 윤리를 요구하는 것은 늑대에게 양을 잡아먹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정치인이 있다. 그래도 정동영은 다르다. 그는 대한민국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출마했던 사람이다.
 
국민의당 입당에 대해서도 한심한 소문이 돈다. 안철수에게 부탁해서 자신을 모셔가는 형식을 취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믿을 수도 없고 믿지도 않지만 이런 말이 돌고 있는 것 자체가 땅을 칠 노릇이 아닌가.
 
인간은 누구나 과오를 범한다. 다음이 문제다. 왜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사과하지 못하는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면 얻는 것이 많다. 사면이 무엇인가. 죄를 사한다는 것이 아닌가. 죄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동영은 대통령 후보였다
 
정동영은 지금의 정치행보가 소신이라도 좋다. 그래도 이것만은 정리를 하자. ‘미안하다. 사과한다’는 말 한마디다. 이는 또한 모든 정치인에게 하는 국민의 부탁이라고 해도 좋다.
 
정동영은 자신의 정치행태가 옳다고 강변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자신의 변화무쌍한 정치행태에 대해서 정직하라는 것이다. 1982년 전두환의 아프리카 순방에 수행하면서 차마 다 옮길 수 없는 찬양을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미안하다고 사과 한마디 하자. 권노갑을 몰아내던 ‘천·신·정’의 개혁의지가 가뭇없이 사라진 것도 미안하다고 사과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호남의 지도자를 자처하지 마라. 또 지역을 갈라 배지 달겠다는 추태인가. 호남 팔지 말고 차라리 씨감자나 심어라. 그게 고향사랑이다. 전북정치를 복원하겠다는 정동영. 호남정치를 부활시키고 맨 앞장에 서겠다는 정동영. 누가 원하고 있는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구걸정치 하지 말라. 썩어도 준치라고 정동영은 대통령후보를 한 사람이 아닌가.
 
국민은 몸서리치고 구역질이 난다.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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