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운동가’ 의행(정철) 법사 추도문화제...시민 300여명 ‘애도’

“불의에 굴하지 않고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오로지 민족 자주의 한길로, 우리는 그대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민중의 참 스승이시여. 이제는 편히 잠드소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민주와 평화·인권을 그리다 떠난 ‘평화운동가’ 고 정의행(본명 정철) 호남인권사랑방 의장을 추도하는 문화제가 18일 열렸다.

▲ 김광수 호남인권운동사랑방 사무처장이 약력보고를 하고 있다.
▲ 배종렬 상임장례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광주인

평화운동가 의행(정철) 법사 민주시민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밤 8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추도의밤 행사를 열고 애도했다.

추도문화제는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불교계,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시민상주모임, 예술단체 등 시민·학생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정남씨의 사회로 진행했다.

무대는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조끼를 입고 환하게 웃는 고인의 모습과 유언인 ‘나는 배고프다. 너도 배고프다. 아직도 세계 민중들은 배고프다’는 글귀가 적힌 걸개그림으로 꾸몄다.

배종렬 공동장례위원장은 “정의행 법사는 맑은 눈빛과 온화한 말솜씨, 뛰어난 글재주로 많은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데 앞장섰던 분”이라며 “학창 시절부터 학생독립운동의 맥을 이어 민주화운동을 했고 5·18민중항쟁에도 함께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노동운동과 평화운동,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의 상주로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세월호 학생들의 그 아픔과 진상규명을 위해 시와 노래로, 우리를 다그쳐주었다”며 “의행 법사의 뒤를 이어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고인의 후배인 김광수 호남인권운동사랑방 사무처장은 “세월호 학살이 일어났을 때 제일 먼저 ‘행동하지 않은 불교는 썩은 불교’라며 ‘우리부터라도 행동하는 대열에 나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30년간 현장에서 함께 슬퍼하고 기뻐해온 의장의 연혁보고를 드린다는 게 한탄스럽고 아쉽고 슬프고 눈물 보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하다”며 안타까워했다.

▲ 고인의 부인 전소연씨가 인사말을 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 고 정의행 의장 추도문화제에 참석한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인의 부인인 전소연씨는 유족인사에서 “고인이 돌아가시기 1분 전에 저와 나눈 얘기가 있다”며 임종 순간을 전했다.

“중환자실에 4일 있었는데 참선하며 꼿꼿이 눕지 않고 있다가 1분 전에 ‘이제는 한숨 자겠다’ 하고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더니 ‘내가 손발이 오그라지면 일 보시는 분들이 힘드실테니 편하게 눕겠다’ 하면서 숨을 크게 세 번 쉬시고 환하게 웃으며 돌아가셨습니다.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조용히 미소 지으며 가셨어요. 죽기 직전에 눈에서 광채가 난다고 하는데 큰 눈 부릅뜨며 빛을 내며 가셨습니다.”

전씨는 정 의장이 임종 직전 강조했던 말들도 전했다.

“‘죽음은 삶의 중요한 과정으로 지나갈 뿐이다, 슬퍼하지 말아라, 장례는 소박하고 간단하게 해라, 마음속으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며 모든 사람들의 함께하는 마음으로 서로서로 평화를 위해서 다짐하고 맹세하는 그런 시간들이 됐으면 좋겠다, 울지 말고 축제마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유족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일부 참가자들은 손수건을 꺼내 붉게 젖은 눈물을 닦기도 했다. 인사말을 하는 전씨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정 의장이 가쁜 숨을 내쉬면서 거듭 ‘화합’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광주가 가짜가 아닌 진정한 내용이 담긴 세계 속의 민주성지가 되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염원했습니다. 그러려면 화합해야 한다, 정말 훌륭한 동학혁명과 5·18후예들인 사랑하는 광주형제들, 정말 화합만이 진정한 민주성지가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가지 화합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전씨는 말미에 “(정 의장은)내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이 시대의 참 수행자였고 저의 스승이었다. 제가 끝까지 건강을 지키지 못해 이렇게 아까운 나이에 할 일도 많은데 너무 아쉬움이 많다”며 “푸른 산빛 깨치고 임은 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보내지 않았습니다. 우리 끝까지 그를 품고 꼭 승리하자”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추도문화제는 강혜림씨의 승무 공연, 실로암 김미숙씨의 시낭송, 민중가수 강숙향씨의 추도곡 ‘촛불’ 공연과 나무의 ‘민주, 너를 부르마’ 공연, 고재성씨의 추도곡 ‘추억’ 공연 등이 이어졌다.

고인이 생전에 부른 ‘긴머리 소녀’ 노래, 생전 영상 등도 상영했다. 장헌권 목사와 조현옥 시인의 추도시 낭송에 이어 ‘님을 위한 행진곡’ 합창으로 막을 내렸다.

고인의 부인 전씨는 “저는 장례 치르면서 말없이 묵묵히 정치와 단체와 종교를 초월해 한마음으로 준비하고 애쓰시는 분들을 보면서 ‘바로 여기가 광주야’, ‘정의가 가슴에 들끓고 있는 이분들이 바로 광주의 주인들이고 형제들이야’. ‘광주는 위대하구나’ 하는 희망을 느꼈다”며 “정말로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8일 추도의 밤 조현옥 추도시 낭송 동영상보기
https://youtu.be/00_bzbmou00

▲ 강혜김씨 승무.
▲ 나무 박양희씨 공연.
▲ 장헌권 목사 추도시. ⓒ광주시

 










 

 

 

 

 

 

 

▲ 고재성씨 공연. ⓒ광주인
▲ 조현옥 시인 추도시.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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