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정의행 법사님 영전에 올립니다.

 

부처님의 자비스런 벗님이시여.

조현옥 시인

봄이 오는 길목에
마저 다하지 못한 노래
무등산에 하얀 눈으로
남기고 떠나셨습니까.

눈 뜨는 매화 꽃잎과
꽃잎 사이 그대 이름
부르며 우리가 기다린
봄을 맞이하지도 못한 체
 
언땅에서 솟아오르는
그날에 언약 같은
민중 해방 세상
기필코 쟁취 하자는
우리들의 다짐도 없이

하늘가 먼 하늘가
님을 부르며 서있어도
이제는 아무런 대답이 없는
어느 먼 나라의 이야기만 같은

죽음이 죽음을 딛고 일어서서
백번 쓰러져도 백번 일어서서
투쟁의 몸이 되어야할
우리가

타는 용광로 속
뜨거운 강철로 강철로
단련되고 단련되어

조국 해방의
가장 날선 칼날이 되고
망치가 되고
무기가 되어야할 우리가

걸음걸음 마다에
땀방울 쏟지 않으면
저절로 오지 않는
이땅의 생명 평화 통일의 길

님을 보내지만
우리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전의를 불태워
여기서 다시 시작해야하는

진열을 정리하고
대오를 점검하고
살아남은 자는
살아남은 자의 몫으로
죽은자는 죽은 자의
정신으로 모든 힘을 합쳐

싸워나가야 합니다.
이땅을 억압하는 그 모든
불의의 세력에 맞서

지금은 가야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우리가 주저앉아
슬퍼하고 절망만을 보듬어

쓰러져 버린자의
전철을 밟을 때가 아닙니다.




**18일 추도의 밤 조현옥 추도시 낭송 동영상보기
https://youtu.be/00_bzbmou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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