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결과 승복”…“불출마·험지출마 정도는 돼야”

국민의당 소속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공천심사와 경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며 기득권 포기 선언을 했으나 ‘재탕’ ‘맹탕’ 수준에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박주선(동구)·임내현(북구을)·권은희(광산구을)·김동철(광산구갑) 의원은 11일 오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당의 성공과 정치혁신을 위해 뛰겠다”고 선언했다.(아래 기자회견문 전문 참조)

▲ 국민의당 박주선, 김동철, 임내현, 권은희 의원이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의회에서 '4·13총선에 관련해 모든 기득권은 내려놓겠다'는 내용으로 공동선언을 하고 있다. ⓒ광주인

이날 공동선언에 천정배 공동대표는 참여하지 않았고 장병완(남구) 의원은 이름은 올렸으나 개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당에서 정한 공천룰을 존중할 것이며 의원직을 이용한 어떠한 기득권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헌 당규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실시하는 공천심사와 경선결과 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광주시민의 명령은 양당의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것”이라며 “개인의 영광보다는 국민의당의 성공을 위해 당과 광주시민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언은 지난달 19일 국민의당 현역의원들이 이미 밝힌 내용을 ‘재탕’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시 국민의당 현역 의원들은 결의문을 통해 “현역 의원으로서의 어떤 보장이나 공천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에서 결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정한 경선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기자회견장에서 ‘이 정도는 과거에도 나온 수준으로 공동선언이라면 불출마나 험지출마 등 좀더 강한 카드를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주선 의원은 “호남 의원들이 무조건 몇 선하면 험지로 가야 한다는 얘기는 지금 호남정치 복원에 목말라 있는 호남민의 정서와 바람, 대한민국 새정치의 역할과 사명을 생각할 때 그 바른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또 전략공천을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피나는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과 새로운 신인의 발굴이라는 점에 조화로워야 한다”며 “공정하고 국민을 이해하는 바람에서 공천룰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불합리한 공천과정이 있을 경우 무소속으로 출마하지 않고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경선 결과 불복은 없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내놓았다.

이들의 ‘알맹이’ 빠진 공동선언에 대해 당내에서도 ‘맹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집 국민회의 광주시당 공동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당 광주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포기선언은 변화와 혁신의 요구에 응답한 것으로 환영한다”면서도 “기득권 포기선언이 도대체 어떤 기득권을 포기했는지 모를 정도로 맹탕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광주민심은 현역의원 교체민심이 압도적인 상태인데 그간 기득권과 패권 무능정치로 호남정치를 실종시켜온 현역의원들이 응당한 책임도 없이 경선에 참여해 승복하겠다는 것을 기득권 포기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광주민심을 한참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정서에 부합하려면 불출마, 다선 의원들의 수도권 등 험지출마 등 이에 준하는 혁신적 조치를 다시 해야 한다”며 “만일 이런 정도의 기득권포기라면 광주시민은 국민의당을 신당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도로민주당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런 신당에 개혁적인 신진들이 과연 참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질 것이며 설혹 일시적으로 신당지지여론이 높다 해도 그것은 머지않아 민심의 역풍을 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예비후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경진(북갑)·김명진(남구)·김하중(서구을)·서정성(남구)·정진욱(남구)·최경환(북구을) 예비후보는 공동 성명을 통해 “공천 과정에서 공천 룰을 따르고 의원직을 이용한 기득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말은 특별히 따로 하지 않아도 마땅히 그렇게 해야만 하는, 너무도 상식적인 말”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운동선수가 경기에 참여하면서 룰을 지켜야 한다는 상식을 특별히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현역 국회의원으로서의 진정한 기득권 포기는 백의종군을 포함한 희생과 헌신의 결단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전문]

국민의당 광주지역 국회의원 5인 공동선언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당의 성공과 정치혁신을 위해 뛰겠습니다
 
대한민국은 경제, 안보, 교육, 복지,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그간 정치는 국민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의당 광주지역 국회의원 일동은 그동안 지역 민심의 높은 기대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음을 사과드립니다.
 
저희 국회의원들은 국민의당에 함께하면서, 지난 수십 년간 변화와 혁신을 거부한 채 흘러 온 낡은 정치를 깨뜨릴 책임과 사명을 스스로 짊어졌습니다.
 
정치혁신은 정당의 당리당략에 좌우되어서도 안 되고, 정당과 정치인을 위한 코스프레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기득권을 가진 자가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국민 앞에 엎드려 투신할 때 비로소 정치가 바뀔 것입니다. 정치가 바뀌어야 정권교체가 가능하고 결국 국민이 고대하는 대한민국의 일대 변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오늘 여기 모인 국민의당 광주지역 국회의원 5인은 진정성 있는 결단과 행동으로 정치혁신에 앞장설 것을 결의하며, 4.13 총선 공천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약속드립니다.
 
국민의당의 공천과정은 기존의 정당과 다른 공정하고 투명한 혁신의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당에서 정한 공천 룰을 존중할 것이며 의원직을 이용한 어떠한 기득권도 행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국민의당은 공천권을 광주시민여러분께 돌려드릴 것입니다.

우리는 정치신인을 비롯한 모든 후보자들과 함께 당이 당헌 당규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실시하는 공천심사와 경선 결과에 승복할 것이며, 공천여부와 상관없이 당의 총선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광주시민의 명령은 양당의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것입니다. 개인의 영광보다는 국민의당의 성공을 위해 당과 광주시민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2016년 2월 11일
 
국민의당 광주지역 국회의원 권은희, 김동철, 박주선, 임내현, 장병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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