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현명한 선택, 무엇인가

갈 곳이 없어 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어린애가 있다. 고아원에 있다가 말썽만 부리고 도망쳐 나왔다. 어디로 갈 것인가. 받아 주는 곳이 없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있다. 천애고아다.

박지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고 아무대로 안가고(못가고) <홀로당>을 고수키로 했다. 발 달린 짐승이면 어디든 못 가랴만 정치판만은 그렇지가 못해서 가고 싶어도 못 간다. ‘더불어민주당’이야 자기 발로 나왔다고 하지만 다른 곳은 어떤가.

▲ 김홍걸 교수(왼쪽)와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가 24일 입당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민주당 누리집 갈무리

진심으로 받아 줄 마음이 있는 정당이 어딜까. ‘국민의당’이야 ‘교섭단체’ 구성이 목줄이라 찬밥 더운 밥 가리지 않겠지만 들어가 봤자 공천도 못 받을 것이 뻔한데 그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그러니 이래저래 ‘홀로당’이다.

박지원이 누구인가. 스스로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이라고 하듯이 대통령이 생존해 계실 때는 적어도 동교동계. 아니 호남에서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이었다. 지금의 심정이 어떤지 듣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했다.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원칙이라는 것이 있고 대의명분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존경을 받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바로 이 때 김대중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그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동교동계도 호남 주민들도 다 함께 말이다.

정가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박지원 의원의 좋은 머리라고 한다. 틀림없이 좋기는 한데 대의와 명분에서 밀리고 날쌘 시류 편승에 좋은 머리를 다 까먹는다고 한다. 자신과 경쟁해 합법적으로 당선된 당 대표를 사퇴하라는 억지는 정치인 기본의 문제다. 끈질기게 당대표 사퇴를 주장하고 당의 분란을 조장하고 비주류가 탈당하고 급기야 자기 자신도 갈곳 없는 고아 신세가 된 것은 자업자득이고 한국 정치에 대한 교훈이다.

■DJ 3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입당

‘초가삼간 불에 타도 빈대 잡는 거 시원하다’는 못된 속담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든가. 남 잘되는 거 죽어도 못 본다는 심리가 인간에게 있는 모양이다. 문재인이 대통령 되는 것보다 그냥 새누리가 집권하길 바라는 세력이 있다고들 공공연히 말한다. 그 세력이 누구라는 것은 다들 안다.

야권의 통합이나 연대 없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오늘의 상식이다. 선거는 한 표라도 지면 패자다. 박지원이 통합을 위해 진력한다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대선에서 패한다면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되는지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 머리 좋은 박지원이 그것을 왜 모르랴. 정치공학을 들먹일 필요 없다. 국민의 마음은 누구나 다 안다.

동교동계 권노갑·정대철이 안철수·김한길을 질타했다고 한다. 이유는 박지원도 잘 알 것이다. 바로 그것이다. 안철수에게서 국민의 마음이 떠나고 있다는 것을 동교동 계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박지원도 안다.

박지원은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가 막힌 논리다. 당을 분열시키고 탈당을 한 사람이 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닐 것이다. 이제 어느 당에서도 박지원을 공천하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정치는 끝이다.

박지원은 목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다. 목포 시민들도 난감할 것이다. 그래도 박지원은 목포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것이 온당한 일인가. 박지원은 아직도 자신을 호남의 제왕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지금 박지원이 취할 가장 현명한 행동은 무엇인가. 자신도 많이 생각했을 것이다. 지난 번 광주를 방문했을 때 들은 지인의 말이 귀에 남아 있다.

‘박지원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다면 한국 정치에 빛나는 인물이 될 것이다.’

마지막 남아 있는 대의와 명분. 바로 정계 은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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