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고·전남여상·삼각초 학생들 ‘윤 시장에게 호소문’

광주 북구 삼각동 특고압 송전선로 설치를 놓고 갈등이 일고 있는 가운데 주변 학교 학생 대표들이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 삼각초·국제고·전남여상 학생대표 18명은 21일 오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형 송전탑을 설치하려 하지 말고 송전선을 전면 지중화해달라”고 호소했다. (아래 호소문 전문 참조)

▲ 광주 국제고와 전남여상 학생대표가 21일 오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대형 송전탑을 설치하려 하지 말고 송전선을 전면 지중화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광주인

임한후 국제고 학생회장은 “지난해 4월 시장님께서 ‘이 일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일’이라고 하시면서 안아주셨다”며 “저희의 아픔을 보듬어주겠다고 하시던 봄날의 말씀이 지금도 귓가를 맴도는데 겨울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송전탑이 세워진다면 2500여 명이 넘는 국제고, 전남여상 학생들이 등하교시 불과 4~5m 거리에서 15만4000볼트라는 엄청난 전류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며 “연약한 초등학생과 우리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한 삶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고하연 전남여상 학생회장은 “남은 건강권이라도 지키려고 송전탑 지중화를 위해 학생들은 아침마다 돌아가며 1년 내내 시위를 했다”며 “이 소식을 들은 학부모들도 아들딸들을 지키기 위해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사건 이후 청소년 세대가 기성세대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많이 심해진 상태로 아파트 공사와 송전탑의 지중화도 세월호 사건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지난 1년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현명한 선택과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삼각동 일대는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15만4000볼트 송전탑을 통학로 주변으로 이설키로 하면서 학생 건강권과 학습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구 주민과 북구 교육연대, 국제고, 전남여상, 삼각초 학부모 등은 ‘고압 송전탑 지중화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1인 시위 등을 통해 줄기차게 지중화를 요구해 왔다.

▲ 광주 삼각초·국제고·전남여상 학생대표들이 21일 오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인 

▲ 21일 오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 참가 학생이 '학생 통학로에 15만4천볼트 특고압 송전선 매설?'이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광주인

[광주시장님께 드리는 호소문]

존경하는 윤시장님!

저는 작년 4월에 시장님께서 ‘이 일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일이다.’ 하시면서 안아주셨던 국제고 학생회장 임한후입니다.

제가 이 호소문을 발표하는 것은 저희의 아픔을 보듬어주겠다고 하시던 봄날의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데 추운 겨울의 한 가운데 이른 지금도 저희 학교 안에 들어와 있는 송전탑 지중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는데 학생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저희 학교는 전남여상과 같은 재단으로 같은 등굣길을 이용하는데 송전탑이 세워진다면 2500여 명이 넘는 국제고, 전남여상 학생들이 등하교시 불과 4~5m 거리에서 15만 4천 볼트라는 엄청난 전류에 무방비로 노출 됩니다. 또한 송전선이 지중화가 되지 않을 시 국제고 급식실 반경 10m와 국제고와 전남여상이 공유하는 체육관 옆에 대형 송전탑이 세워집니다.

이럴 경우 학교에서 하루 2번씩 매일 밥을 먹으면서, 2500여명이 매일 쓰는 강당에서, 매일 15만 4천 볼트의 엄청난 전자파에 노출되어 생활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 학생들은 아파트 공사장 가운데 세워진 고압송전탑을 보면서 그 옆에 가기도 싫고, 급식소에 밥 먹으러 갈 때도 송전탑 옆에 줄 서려 하지 않습니다.

시장님! 저희는 최소 남은 1년 동안 학교를 나온다지만 앞으로 학교를 다니게 될 후배들은 영문도 모르고 전자파와 함께 등교하게 됩니다. 저희의 건강권을 무시한 채 아파트를 팔아 돈을 벌려는 건설사가, 그런 건설계획을 허락해준 시의 관계자들이 야속하기 짝이 없습니다.

억울하게 피해를 입으면서 학교를 다니게 될 후배들 생각을 하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이렇게 호소 드립니다.

존경하는 윤시장님!

저는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회장 고하연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 옆 공원같이 조용하던 곳에서 갑작스런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어 매일 들리는 엄청난 공사소음으로 선생님 말씀이 들리지 않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파괴된 학교 조망, 그리고 공사장 먼지로 인해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조용하던 산비탈이 왜 갑자기 시끄럽고, 조망이 탁 트이던 곳이 고층아파트가 앞을 막는 것은 웬 일까요?

이제 앞으로 사회의 기반이 되고 국가원동력이 될 저희 청소년들은 더 이상 피해를 받고 싶지 않습니다. 남은 건강권이라도 지키려고 저희들은 송전탑 지중화를 위해 학생회를 주도로 국제고 전남여상 학생들이 아침마다 돌아가며 1년 내내 시위를 했고 이 소식을 들은 학부모님들도 아들딸들을 지키기 위해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송전탑 지중화 금액 중 한국전력이 50% 광주시청이 33%를 내어서 남은 17%가 부족해서 지중화를 못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입니까? 만약 송전을 위한 대형 철탑이 다시 지어진다면 그 일의 결과는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윤장현 시장님!

저희의 이런 노력을 헛되지 않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예로 순천이라는 작은 도시에서도 한국전력 50%, 순천시 50%를 들여서 일을 잘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시장님 세월호 사건 이후 청소년 세대가 기성세대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많이 심해진 상태입니다. 제 생각에는 아파트 공사와 송전탑의 지중화도 세월호 사건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돈과 이윤에 눈이 멀어 청소년 세대의 안전이나 위험한 상황은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학교 앞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에 매달리고, 송전탑을 학교 가까이 옮기려 하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까 그 자리에 대형의 철탑을 그냥 세우려는 건설업체의 그런 태도가 어린 우리 눈에도 다 보입니다.

시장님께서도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한 삶보다 건설 업체의 이익이 먼저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시리라 믿습니다.

존경하는 윤장현 시장님!

저희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지난 1년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현명한 선택과 결단을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연약한 초등학생과 우리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한 삶을 지켜주십시오!”
“대형 송전탑을 설치하려 하지 말고 송전선을 전면 지중화해 주십시오!”

2016년 1월 21일
삼각초등학교, 국제고등학교,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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