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한상진의 역사인식

■한상진과 이승만 국부(國父)

결코, 어려운 말이 아니다. 국부(國父)란 바로 나라의 아버지란 말이다. 집에는 가부(家父 아버지)가 있고 나라에도 국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라의 아버지쯤 되면 얼마나 훌륭한 분이신가.

“서울시민은 절대로 동요하지 말라. 우리의 영용한 국군이 3.8선을 넘어 진격하고 있다.”

6·25전쟁이 터지고 이틀이 지나 국민들이 피난 보따리를 싸던 6월 27일 방송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목소리가 나왔다. 국부 이승만 대통령이 방송까지 하는데 안 믿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국민들은 피난 보따리를 풀었고 이들은 고스란히 서울에 갇혔다. 이들은 비도강(非渡江)파 빨갱이로 몰려 곤욕을 치러야 했다.

전쟁이 터지자 혼자 몰래 서울을 빠져나가 대전에서 거짓방송을 한 이승만. 그러나 그는 국부였고 종신대통령을 꿈꾸며 3·15부정선거를 자행했고 4·19로 쫓겨나 미국으로 도망가서 객사했다. 국부의 모습이다.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안철수와 함께 4·19 묘지를 참배했다. 4·19 영령들에게 창당신고를 한 셈이다. 이 자리에서 한상진 위원장이 바로 ‘이승만 국부’를 말했다. 이승남 독재를 타도하기 위해 맨몸으로 총탄과 맞서 싸우다가 숨진 300위의 영령들이 잠든 4·19 묘역에서 감히 이승만을 국부라고 한 것이다. 4·19를 부정한 것이다. 4·19 영령들이 벌떡 일어났을 것이다.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위원장이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로 추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말은 4·19 묘역에서는 할 말이 아니다. 한상진 위원장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출신이다. 이런 분의 인식이 이렇다면 진정 안철수 의원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 역시 한상진 위원장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안철수의 5·18 부정

2014년 3월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연합과 합당 과정 중에 통합신당 정강·정책에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은 물론이고 4·19혁명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안철수 역사인식 부재'의 핵심이다.

민주시민사회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독재를 종식시킨 4·19와 5·18 항쟁을 제외한다면 당의 정신적 토대가 무엇인가. 뿌리 없는 나무나 다름이 없다. 특히 5·18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 광주와 호남을 부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1년이 지난 오늘 안철수는 호남에서 말한다. ‘호남의 한을 풀어 줄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과연 그런가. 그런 말을 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5·18정신을 제외하자던 바로 그때의 일을 정중하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이 있다. 광주호남지역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들은 안철수를 지지해서 탈당한 것인가. 아니다. 오직 하나, 자신들의 공천권을 보장하지 않는 당의 혁신안을 부정하기 때문이고 호남이라는 비단방석을 잃는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그야말로 광주호남의 자존심에 오물을 끼얹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한상진 창당위원장의 ‘이승만 국부론’을 보고 또한 5·18 정신 제외 주장을 보며 과연 안철수 신당이 어디로 갈 것인가에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역시 호남의 지성은 현명했다. 허구헌날 한 가지 곡만을 불러대는 보수언론과 종편의 속셈은 오래 갈 수가 없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안철수는 한상진과 결별해야

안철수는 이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구름 잡는 ‘새정치’만 가지고는 어느 누구도 그를 믿을 수가 없다. ‘새정치’를 입에 달고 다니는 안철수가 하는 행동을 보면 ‘새정치’의 모습은 간데없고 ‘구정치’의 모습만이 선명하다.

그의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들을 보라. 우선 이명박의 연설문을 썼던 이태규와 역시 연설기록 비서관을 지낸 정용화도 핵심이다. 그리고 광주전남에서 탈당한 의원들은 이미 지역구 주민들이 부적격 판정을 한 인물들이다. 이들과 함께 ‘새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바로 광주호남 주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더불어민주당’에 김종인 박사가 영입됐다.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을 마련했던 그는 박 정권에 대해 깊은 좌절을 겪었고 그는 안철수의 영입간청을 뿌리치고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정치는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
말의 기억을 지우고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잘못된 정치입니다.
이번만큼은 기필코 정직의 정치를 실현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직한 정치를 하겠습니다.

정직한 사람을 내세우고, 함께 만든 비전과 정책을 집행할 의지를 세우겠습니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룩하겠습니다.

뜨거운 결의가 보인다. 김종인이 입당하자 청와대를 비롯해 새누리와 ‘국민의당’은 이른바 맨붕에 빠졌다. 호남은 문재인을 지지율 1위로 다시 올려놓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1위의 지지율로 복귀시켰다. 문재인은 선대위가 가동하면 당대표직을 사퇴키로 했다. 비주류의 집요한 사퇴를 거부하던 문재인의 참 뜻인 당의 혁신이 불의한 정권을 교체하는 데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 준 것이다.

문재인이 영입 한 인물들을 보면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표창원 교수를 비롯한 ‘청년 김병관’ ‘외교 이수혁’ ‘무역 오기형’ ‘공감 김빈’ ‘평등 양향자’ ‘재정 김정우’ ‘안보 하정열’ ‘법률 박희승’ ‘경제 유영민’. 내각을 구성해도 손색이 없다. 아직 영입후보자가 1,000명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 화룡점정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종인 영입은 문재인의 진심을 국민에게 진솔하게 보여 준 것이다. 국민들은 안철수의 신당이 실패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안철수 신당이 처음에 지지를 받은 것도 결국 신당에 대한 기대치다. 그러나 지금 실망이 너무 크다. 특히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처신은 실망을 넘어 분노다. 안철수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되는 집안에는 사람이 모인다. 지금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주시하고 있다. 결과는 벌써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비주류의원들의 탈당으로 흔들리던 광주호남은 냉정함을 되찾고 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상승과 문재인 대표의 대권적합도 1위 회복이다. 더구나 영입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영남 친노패권이란 말은 다시 입 밖에 낼 수가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외교·안보·경제·법조 등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수권정당으로의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문재인은 당의 위기를 마무리 짓고 대표직에서 물러나 총선 대비에 들어갈 것이다.

정치적 계산이 아닌 이념과 가치로 정치했고 비주류의 턱없는 '흔들기'에도 끄떡없이 뚝심을 보인 결과를 국민이 새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 안철수 의원은 자신과 당의 정체성을 공식적으로 밝혀야 한다. 그 다음 당과 자신의 정체성과 배치된다면 결연히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과 결별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헤어질 것이라면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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