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무리 귀하긴 해도

남의 잔치에 재 뿌리려는 것은 아니나 축하하는 것도 아니다. 기왕에 창당한다니 솔직하자는 것이다. 거짓은 잠시 사람의 눈을 피할 수 있어도 금방 본색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안철수의 ‘새정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을 상징하는 당명에서 ‘새정치’는 뺏어도 그 동안 안철수가 얼마나 ‘새정치’를 위해 애 썼는지. 노루 꼬리 3년 우려먹는다든가. 새정치가 얼마나 매력적인 말인가.

‘자 봐라. 이만하면 새 정치란 말을 할 만하지 않은가. 내 곁에 있는 인물들이 모두 새 정치와 딱 들어맞지 않는가.’

▲ ⓒ안철수 무소속 의원 플리커 앨범

옆을 보았다. 당을 대표한다는 한상진을 생각하니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악담이 소름 끼친다. ‘더불어민주당’을 우선 타도해야 할 0순위로 꼽았다.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정화수 떠놓고 고사 지내는 심정이리라.

과거에 무슨 짓을 했든 일체 묻지 말자고 했다. 인해전술이다. 김동신·허신행·한승철 등을 허겁지겁 영입했는데 아뿔사 문제가 심각했다.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부정부패 관련 인물이고 안철수는 어마 뜨거라 영입발표 3시간 만에 영입을 취소하고 허리를 굽혔다. 어느 언론보도는 영입취소를 발표하는 안철수의 얼굴이 잿빛이었다고 했다.

안철수 곁에는 누가

안철수 곁에 인물 중에서 가장 손꼽을 사람은 누가 뭐라도 김한길이다. 그를 빼면 ‘국민의당’은 빈 깡통이다. 당을 만들고 깨는 대 천부의 재능을 타고 났고 탈당에 대해서는 박사급이다. 노무현을 망친 주인공 중에 하나라는 평가는 벌써 안철수와 사이에 이런 저린 얘기가 나온다. 김한길도 이제 나이 60이 넘었고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야 될 때도 됐다. 한국 정치사에 어떤 이름을 남길까.

4대강 사업을 찬성한 이명박의 측근 정용화를 영입했다. 당의 기본 설계사라고 할 이태규와 이명박과의 관계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공정거래가 아닌 불공정거래의 이남기도 모셨다. 안철수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비주류’ 의원들은 국민이 주는 점수에서 낙제점이다. 특히 호남에서 탈당하거나 탈당이 예견된 인물들은 호남 현지에서도 함량미달로 공천에서 제외를 요구하는 인물이다. 눈치는 빨라서 공천탈락 명단에 오르기 전에 탈당했지만 탈당이 만능은 아니다. 출마 포기선언이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닐까.

안철수 곁에서 사진을 찍는 문병호·유성엽·황주홍·김동철·김한길·임내현 등을 국민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스스로 잘 알 것이다. 문제는 안철수의 진정성이다. 출발이 좋아야 한다. 과거를 털자면 누군들 깨끗하냐고 할지 모르나 과거도 묻지 않을 과거가 있다. 진정으로 잘못을 반성했느냐다. 말로 아무리 사과를 해도 진정성은 국민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의 고민이 깊을 것이지만 기왕에 신당 출발은 했고 지금부터라도 처신을 잘해야 된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급한 생각에 더운밥 찬밥 쉰밥 가리지 않는 모양인데 나중에 어쩌려고 이러는가. 불이 나면 방법 없다. 이들의 인간 됨됨이는 이미 평가가 나 있고 이들을 정리할 때 곤욕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야당을 편 갈라 밟아 버리려는 여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종편들이 지금 꽃놀이패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가.

한국의 현실은 지금 참담하다.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을 했고 그 대응으로 대북방송이 꽝꽝 울린다. 한국 상공에는 B-52 전략폭격기가 날아다닌다. 어린 손주 새끼들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때는 이런 눈물 흘리지 않고 살았는데 지금은 왜 이 모양인가. 북한이 수소탄을 터트리는데 국가 정보원은 뭘 하고 있었는가. ‘우리가 졌다’는 한 마디로 끝나는가.

나랏빚은 얼마인지 숫자 개념조차 사라져 버린다. ‘3포시대’ ‘5포시대’는 어쩔 것인가. 절망의 벽 앞에서 국민들은 갈 길을 잃었는데 정권교체의 길을 점점 멀어진다. 안철수의 창당발기인 대회를 보면서 솔직히 전국의 쓰레기, 특히 호남의 쓰레기들은 모두 모아 놓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쓰레기들이 삼키는 군침은 무엇인가. 이른바 신당 바람에 편승해서 떡 한 조각 얻어먹자는 추악한 이기심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호남을 이처럼 평가절하해도 된단 말인가. 억장이 무너진다.

■‘국민의당’의 미래

안철수의 새정치를 생각한다. 경쟁자라고 생각하는 문재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것인가. 5·18 정신은 부정하면서도 신발이 닳도록 광주를 찾는 것이 ‘새정치’인가. 호남에서조차 쓰레기로 평가받는 인물들이 창당발기인으로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대회장을 설쳐댄다. 이미경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던 문팔괘와 김제시장 공천 대가로 4억 원을 건네 유죄가 확정된 최낙도 등 일일이 꼽을 수가 없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오늘의 야당을 보면서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보고만 있으면서 야당의 진흙탕 싸움을 즐기면 된다. 그러나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며 국민은 어리석지도 썩지도 않았다. 지금 호남인들을 만만하게 보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그리운 사람들이 하나둘일까.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서 ‘내 몸의 절반이 떨어져 나갔다’며 통곡을 하시던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이 생생하다. 어떤가. 김대중 대통령의 통곡이 호남의 쓰레기들을 모아 신당을 만드는 안철수의 정치와 어디가 부합되는가.

문재인만 사라지면 안철수와 김한길, 박지원은 목적을 이룬다. 어차피 대통령감이 안 된다는 것은 자신이 잘 안다. 그 대신 새누리당과 어떤 흥정도 할 수 있는 위치는 확보할 수 있다. 지금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건물이 언제 무너질지 아무도 모른다.

■김한길만 없어도

안철수가 그나마 가건물이라도 세울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인가. ‘더불어민주당’(전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제1야당의 지리멸렬이다. 국민들이 질린 것이다.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선 것이 바로 안철수다. ‘더불어민주당’은 속이 탄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내 몸에 불은 자신이 꺼야 한다. 국민들이 왜 안철수에게나마 미련을 두고 기대를 하는지. 냉정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국민의당’이 가건물이라 해도 민심은 민심이다. 부정할 수만 없다. 경쟁해야 한다.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개혁과 혁신밖에는 없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국민의 냉소적 시선과 인식을 해소하지 않고는 ‘더불어민주당’도 희망이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뒤엉켜 싸우다가 공멸하면 남는 것은 무엇인가. 소름이 끼쳐서 말이 안 나온다. 떨어져 나가는 오물들에게 미련을 둘 필요가 없다. 어차피 버려야 할 오물이다. 쳐다봐야 할 대상은 국민이다.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국민에게 외면당하면 정치를 단념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 정치를 한단 말인가.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