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세하택지개발지구 사업 개발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개발도면이 사전에 유출돼 땅 투기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안이 뭇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져가고 있지만 2007년 새해 광주시의 행정행위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건이 하나 또 있었다. 광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특급호텔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광주시는 1월 9일자 보도 자료를 통해 “광주시의 숙원사업인 특급호텔 건립을 위해 호텔투자자인 AMJ(주)측에 토지용도를 변경해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센티브(incentive)” 제공은 도시인프라 시설인 특급호텔을 유치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미 대구시와 창원시에서도 사업자측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호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광주시의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특혜의혹에 대한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었다. 사업자 선정과정에 광주시가 사업자측에 제공할 인센티브의 내용이 사업자 모집과정에 알려지지 않았고, 사업자측이 생산녹지로 묶여있던 토지를 싸게 매입하고 나서야 용도변경사실을 공표함으로써 아파트 분양수익 외에 토기매입과정에서도 과도한 이익을 제공한 것은 특혜라는 주장이다.

또한 사전에 토지를 취득했다는 사실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세하택지개발에서는 문제가 되고, 특급호텔건립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이중 잣대가 쉽사리 수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주시가 특혜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역개발’을 위한 불가피한 ‘인센티브’제공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프랑스의 철학자 올리비에 루블(Olivier Reboul)이 ‘생각을 언어속에 가두기’라고 설명한 언어능력에 대한 주장을 새삼 떠올리게 한다. ‘생각을 언어속에 가둔다’는 의미는 언어가 현상과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우리에게 대략적인 개념을 미리 규정지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즉 언어가 우리 대신 생각해주는 기성의 개념을 미리 제공해 우리의 생각을 그 언어속에 가둬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언어속에 생각이 갇혀버리면 언어가 사실과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념을 미리 규정해버린 언어가 사실을 규정지음으로서 문제의 현상과 본질에 대한 인식을 오히려 방해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광주시가 ‘지역개발’과 ‘인센티브(incentive)'라는 단어를 전면에 배치함으로서 사업자측에 제공될 과도한 이익조차도 지역개발을 위한 불가피한 인센티브로 호도된다. 또한 이런 잘못에 대한 문제제기조차 지역개발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 몰지각한 주장으로 치부되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게 된 것이다.

광주시의 설명에 따르면 토지용도를 변경해 공동주택을 건립토록 하는 것은 특혜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저 인센티브일 뿐이다. 또한 이러한 인센티브는 이미 대구시와 창원시에도 제공되었던 일로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광주시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그리고 광주시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광주시가 예시한 것처럼 대구시는 유통시설을 호텔건립부지로 용도변경 해 주었으며 창원시는 특급호텔외에 쇼핑센터와 오피스텔을 병행에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는 다음과 같은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구의 경우 용도변경 된 토지의 소유자가 엑스코(EXCO, 대구전시컨벤션센터)였다는 것이다.

엑스코는 유통시설에서 호텔건립부지로 용도변경 된 자신 소유의 토지를 사업자측인 인터불고에 매각해 호텔을 건립하게 한 것이다. 이 과정에 대해 대구시의회와 시민단체는 특혜라며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였다고 한다.

창원시의 경우 특급호텔과 함께 추진되고 있는 쇼핑센터와 오피스텔 건립이 “컨벤션센터 연계시설”의 개념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광주시는 밝히지 않았다. 더구나 창원시의회와 시민단체에서 파격적인 특혜라며 감사원 감사청구 등 다양한 반대투쟁을 전개하였으며, 결국 오피스텔은 주거시설이 아닌 상업시설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자측에 과도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문제제기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형편이다.

그러나 광주시는 이러한 사실들을 언급하지 않았다. 창원에서도 사업자측에서는 창원시에 공동주택 건립을 요구하였지만 컨벤션센터와의 연계성문제를 들어 거부하였다는 사실 또한 공개하지 않았다. 창원시는 “컨벤션센터 연계시설"의 개념으로 쇼핑센터와 오피스텔을 추진하는 것이지 광주에서와 같이 별개의 사업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특혜라는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컨벤션센터 연계시설의 개념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창원시의 주장은 그나마 설득력이 있는 편이라는 것이 필자의 솔직한 견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창원지역 시의회와 지역주민, 시민단체는 과도한 특혜라며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였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광주시는 다른 도시의 사례를 들면서 특급호텔건립을 위한 인센티브는 당연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실제로 창원과 대구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싼 상당한 정치적 논란과 진통이 수반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제공되었다는 인센티브 또한 광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미비했음에도 불구하고 특혜라는 문제제기에 휩싸이면서 상당한 반대여론에 직면했다는 사실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지역개발’을 위한 불가피한 ‘인센티브’라는 광주시의 주장이 지역사회에 그대로 투영되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 시민단체가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그럴듯한 말로 ‘생각을 언어 속에 가둘려’ 하더라도 그것은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인센티브도 지나치면 특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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