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요구다. 문재인은 흔들리지 말라

세상사 화나는 일이 어디 하나둘이랴. 눈 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지만 실은 눈을 뜨고도 코가 사라진다. 눈 감고 귀 닫고 입 다물면 될 것 같지만, 인간이란 동물이 그렇게는 못 산다. 그래도 살아가는 것은 원래 세상이란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최소한의 상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 싫다고 목숨 버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모진 목숨 끊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가. 그런데도 목숨을 버리는 것은 사는 게 그만큼 더 고통스러웠다는 의미다. 부귀영화 상관없이 아무래도 떠나갈 목숨이다. 기왕이면 욕먹지 말고 살자.

정치가 무엇인가. 인간의 행복을 목적으로 한 행위가 아닌가. 정치가 최고의 예술이라는 철학자도 있다. 동의하는가. 다른 나라의 경우는 모르지만, 우리의 경우는 전혀 해당되지가 않는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직업이 국회의원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들 자신도 인정할 것이다. 이유 역시 자신들이 잘 알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제안을 거절했다. 이미 안철수를 아는 국민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얼마나 잘 돌아가는 안철수의 머린데 그 제안을 받아들인단 말인가. 문·안·박. 사이에 끼어있는 자신이 할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안철수식 사고다.

▲ ⓒ팩트TV 갈무리

상식과 비상식의 동거가 가능한 것은 상식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예상대로 안철수의 비상식은 문·안·박 제안을 거부했고 이른바 역제안이라는 것을 했는데 그것이 통합전당대회다. 전당대회에서 다시 대표를 뽑자는 것이다.

지난 2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문재인이 박지원과 경쟁해서 대표로 당선됐다. 1년도 안 지났다. 왜 또 전당대회인가. 문재인의 지도력의 문제가 있어서 총선 대선 참패할 것이기 때문이란다. 신 김치 또 꺼냈다. 혁신은 지금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당에 결정사항이고 문제가 있는 의원들은 20% 공천탈락이다. 그보다 더 강력한 혁신이 어디 있는가. 걸려들 가능성이 가장 많은 인물들이 죽으라 하고 혁신에 반대다. 그 이유를 안철수는 모르는가. 박지원의 눈치를 보는가. 박지원 너무 신뢰하지 마라.

호남의 최다선인 김성곤 의원이 호남에서의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천에 집착해 분열을 일삼는 호남의원들에 대한 자괴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른바 비주류라는 의원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경고로 생각한다.

■안철수만 혁신을 아는가

이제 문재인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안철수가 입에 달고 사는 게 혁신이다. 혁신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그러나 안철수는 ‘혁신위원장’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도 거부한 사람이다.

지금 혁신은 당의 결정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다. 당이 결정한 혁신에 반대한다면 당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절이 싫으면 떠나야지 별 수가 있는가. 안철수는 여론도 안 듣는가. 자신의 지지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지도 못하는가.

문·안·박 스크럼은 문재인 혼자서 결정한 것이 아니다. 안철수와 이른바 비주류를 제외한 많은 의원들과 원외 위원장들이 찬성한 것이다. 비주류의 유성엽을 비롯한 몇몇이 탈당을 무기로 위협을 하면서 압력을 가하지만 이제 문재인도 더 이상 물러설 길이 없고 물러설 이유도 없다.

지금까지 당의 분열을 막아보자는 일념으로 뒤로뒤로 물러났다. 설마 문재인이 당을 파국으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얕은 생각으로 안철수와 비주류는 문재인에게 압력을 가했다.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그나마 국민의 지지를 털어버리는 것이다. 실제 탈당할 용기도 없으면서 협박을 하는 못된 버릇은 이제 정치에서 뿌리를 뽑아야 한다.

이제 국민들은 안철수라는 정치인을 너무 알아 버렸다. 이제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50%의 지지율로 5% 지지의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안철수를 성인군자로 평가했지만, 그 후 그가 걸어 온 길을 보면서 위선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지난 대선에서부터 오늘의 이르기까지 안철수의 행보가 얼마나 계산적이었는가. 대의명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오로지 이익만을 따지는 소인배로 전락했음을 국민은 이제 안다.

■이제 끝내야 한다

JTBC 손석희 앵커는 뉴스룸 서두에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고 말한다. 우리도 안철수에 대해서 한걸음 더 들어가 보자. 그가 말하는 혁신의 실체는 무엇인가. 이미 당에서 결정한 혁신안에 다 들어 있다. 그대로 실천하면 된다. 자신에게 유불리를 따질 것 없다. 당의 결정이니까 승복하면 된다.

국민은 어떤 정치인을 선택해야 하는가. 정직한 정치인이다. 정직한 정치인은 최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을 제물로 삼지는 않는다. 그 기준에서 평가하고 선택한다면 나쁜 정치인이 살아날 방법이 없다. 자신과 대결을 해서 승리한 당 대표를 인정하지 않고 입만 열면 끌어내리려는 박지원의 정치행태는 무엇인가. 이런 정치인들이 사라져 주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의 염원이라고 믿는다. 안희정이 말했듯 "전당대회 의결을 뛰어넘을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말은 맞는다.

■압박인가 협박인가

안철수 의원이 자신이 제안한 ‘혁신 전당대회’ 제안에 대해 답변 시한을 ‘이번 주 안’으로 못 박았다. 어떤가. 협박으로 들리지 않는가. 살벌한 비유 한 번 들어보자. ‘말 안들으면 없다’ 내 귀에만 그렇게 들렸을까. 럭비선수를 해 봐서 안다. 초조하면 안겨 준 공도 떨어트린다.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냉정함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이제 문재인은 안철수 의원이나 비주류가 하는 말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 조중동과 종편이 감싸고 끼고도는 여론 왜곡은 국민 분열의 극치다. 문재인과 당은 가야 할 길을 가면 된다. 더 이상 애걸을 할 필요가 없다. 안철수는 자신의 길을 갈 것이고 문재인 역시 같다. 누가 진정한 지도자인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국민을 위해 자신을 버릴 줄 안다. 지금 국민들은 이 나라가 위기라고 한다. 도덕적 파탄으로 국민의 정신세계는 황무지가 되어 있다. 역사는 왜곡되고 항의하는 국민은 물대포의 표적이 되어 생사의 기로를 헤맨다. 이럴 때 정치지도자들의 할 일은 무엇인가.

야당 지도자들이 단결해서 불의한 권력과 싸워야 할 때 분열의 앞장 서는 지도자를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가. 사이비다. 입으로는 단합과 혁신을 외치지만 풍기는 것은 권력욕에 썩은 악취뿐이다. 위선이 휘감은 그를 보면 국민들은 한때 나마 마치 메시아를 만난 듯 열광하던 기억에서 구토를 느낀다. 국민은 위선의 극치를 보았다.

지금 당은 혁신에 열중하고 있다. 혁신을 하고 있는데 또 무슨 혁신전당대회냐. 이게 바로 혁신 말자는 얘기다. 지금 진행되는 혁신으로 떨어져 나갈 부패 정치인들 구제해 주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당의 혁신이 실패를 한다면 자리에 붙어 있을 문재인이 아니다.

안철수 의원은 똑똑한 사람이다. ‘강을 건널 때는 말을 갈아타지 않는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당의 혁신안이 먼저다. 기다려라. 명심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