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동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축심의 유보 후
17일간 시정 비판기사 28건…건축심의 관련 10건
KBC광주방송 “오해 있을 수 있지만 의도적 아냐”

‘오해인가 보복인가.’
광주 서구 광천동에 신사옥을 포함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추진하던 지역 민영방송사 KBC광주방송(대표이사 양철훈)이 건축심의가 유보된 직후 광주시를 비판하는 보도를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KBC광주방송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1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메인뉴스인 ‘KBC8시뉴스’에 모두 28건의 광주시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이 중 19건의 기사는 다음날 아침뉴스에 다시 내보내기도 했다. 다시 내보낸 기사를 포함하면 비판 기사는 하루 평균 2.7건이 넘는다.

지난달 25일 이전 한 달 동안 광주시를 비판한 기사가 2~3건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KBC광주방송 사옥 전경. ⓒ광주인

건축행정·심의 분야 비판기사만 10건

내용별로 보면 초반에는 광주시 일자리 정책이나 문화전당, KTX·도시철도2호선, 복지행정 위주로 비판기사를 다뤘다.

그러다 지난달 30일부터는 ‘서구청 엉터리 건축허가…건물주에게 책임 전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광주시의 건축행정과 심의 분야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10여일 사이에 건축 심의 관련 비판 기사만 10건에 달한다.

광주시 건축심의위원회 ‘전횡 일삼아’, 기부채납 강요…광주시 ‘나 몰라라’, 막말에 트집잡기…건축위원회 위원 자질 논란, 무자격 업체에 아파트 건설사업 승인한 광주시, 엉터리 운영에 거짓 해명까지…시 건축심의위원회, 건축심의위원 독선 “광주는 고층건물 안돼”, 건축 심의위원회 구성 ‘편중’…선정도 ‘불투명’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 기간 광주시가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KBC를 상대로 낸 해명자료는 7건이다. 특정 기간에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이처럼 많은 해명자료를 낸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행정에 대한 비판과 감시, 견제는 언론 본연의 역할이지만 갑작스레 비판 기사가 급증한 데다 특히 ‘건축행정 심의’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배경에 의혹이 일었다.

KBC광주방송의 광주시 비판 기사 현황. ⓒ광주인

방송사와 건설업 겸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

의혹은 KBC광주방송이 최근 추진해 온 신사옥을 포함한 초대형 주상복합건물 신축과 맞물려있다.

KBC광주방송은 그동안 광주 서구 광천동 57-2번지 일대에 지하 4층 지상 48층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추진해왔다. 지상 5층까지는 방송통신시설과 판매시설, 6층부터 48층까지는 전용면적 84㎡ 아파트 248가구를 들인다는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KBC광주방송은 지난 3월 주주총회를 열어 방송뿐만 아니라 건설업도 할 수 있도록 법인 정관을 개정했다.

기존 광고와 출판, 부동산 임대, 방송사업이던 사업 목적에 주택건설 및 분양공급업,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부동산 개발업 등을 추가했다.

KBC광주방송의 한글 이름인 ‘㈜광주방송’으로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을 마친 뒤 지난 5월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지회에 협회 회원사로도 가입했다.

지역의 중견 건설사인 호반건설(회장 김상열)이 대주주로 있는 광주방송이 직접 아파트 건설과 분양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KBC광주방송 신사옥을 포함한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조감도. ⓒ광주시

건축심의위, 교통 혼잡 우려 ‘심의 유보’

채비를 마친 KBC광주방송은 초대형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며 지난 7월16일 광주 서구청에 건축계획심의를 신청했다.

광주시는 8월12일 건축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KBC광주방송은 심의위를 하루 앞두고 심의 신청을 취하한다.

이후 15일 뒤인 8월26일 다시 서구청에 심의신청서를 제출했고 광주시는 지난달 22일 2차건축심의위원회 심의를 상정했다.

심의 당일 광주시는 교통관련 부서에서 KBC광주방송에 두 가지 조건을 통보했다. 주상복합건물 사업지 앞 무진대로상에 설치된 화단을 존치할 때와 제거할 때의 교통영향을 비교 검토할 것과 사업지 주변 교통상황을 고려해 도로개설 등 교통처리 용량을 늘릴 방안을 검토하라는 요구였다.

광천동 터미널 앞 무진대로가 상시적인 교통체증을 빚는 지역인 데다 사업지의 진출입구가 대로를 향할 경우 버스나 택시 승강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이 큰 탓이었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심의위에서는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해 심의 유보 결정을 내린다.

KBC광주방송이 광주시에 대한 비판기사를 급격히 늘린 9월25일은 심의위의 유보 결정이 내려진 지 사흘 만이다.

특히 지난 6일에는 ‘건축심의위원 독선 광주는 고층건물 안돼’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광역시 중 광주에만 40층 넘는 건물이 없고 광주시가 40층 이상 건물에 대해 뚜렷한 이유나 근거 없이 막연히 반대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기도 했다.

KBC광주방송 신사옥 배치도. 초고층빌딩 입지는 광천터미널 건너편으로 진출입로가 무진대로와 맞닿아 교통혼잡이 우려된다. ⓒ광주시

KBC광주방송 “시기적으로 우연일 뿐 의도적 아냐”

이 때문에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건축 심의 결과에 대한 반발 혹은 압박을 위해 이른바 ‘보복 기사’를 내놓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KBC광주방송 측은 우연일 뿐 의도적인 보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KBC광주방송 취재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광주in과 통화에서 “시점 상 오해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의도한 건 아니다”라며 “건축심의위를 거치면서 관련 문제점들이 발견됐고 관련 기사가 나가면서 실제 제보가 많아 심층 취재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도내용이 잘못되거나 허위사실 등이 있다면 언론중재위를 통하면 되는데 기사에 문제가 있지 않다. 시기적으로 비판기사가 맞물리다보니 (보복기사라는) 그런 의혹이 나온 것”이라며 “지난달 말 신사옥을 짓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 한 관계자는 “공익적 영역을 담당하는 방송사가 건설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정서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특정한 사안이 걸려 있을 때는 더 신중해야 하지만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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