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시민모임 9~11일 일 나고야 방문
한일 7개 시민단체, 대법 ‘상고 취하’ 공동 촉구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인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나고야를 방문해 한일시민단체들과 함께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한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한국 대법원에 계류 중인 1차 소송 원고 4명(양금덕·이동연·김성주·김중곤)을 포함해 총 22명이 9일부터 11일까지 나고야를 방문한다고 8일 밝혔다. 원고 중 박해옥 할머니는 건강상 문제로 불참한다. 

▲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지난 6월24일 광주고법 2심에서 승소한 후 법원 문을 나서면서 만세를 외치고 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이번 행사는 “건강이 허락할 때 마지막으로 원고들을 나고야에 모시고 싶다”는 ‘나고야 소송 지원회’의 초청으로 마련했다.

행사는 “회합, ‘원고에게 미소를’”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오랫동안 일본에서 소송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온 일본 지원단체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과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변호인단’이 주최한다.

미쓰비시중공업, 신일본주금(구 일본제철), 후지코시 회사를 상대로 한국에서 제기된 소송 사건의 주요 일본 지원단체 관계자와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포함해 약 16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원고들을 비롯한 한국 방문단은 10일 오전 옛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 공장 터 인근에 위치한 아시아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 12월7일 발생한 도난카이(東南海) 지진 희생자 추도 기념비를 방문해 헌화한다.

오후 1시부터는 루부라오잔 호텔에서 한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일 간 전후 강제동원 보상 운동 현황을 서로 점검하고, 향후 투쟁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중국인 노동자들의 소송을 지원해 온 히라노노부토(平野信人)씨는 연합군 출신 미국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중국 피해자 측과 화해를 추진 중인 미쓰비시머리트리얼 측 동향을 보고할 예정이다.

한일 7개 시민단체는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과 관련해 일본정부와 일본 피고 기업 측에 대해 상고를 속히 취하하고 고등법원 판결에 따를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호소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호소문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변호인단,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 지원회, 미쓰비시 전 징용공 재외 피폭자 문제 소송단, 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회, 제2차 후지코시 강제연행 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 강제노동 피해자 입법을 향한 한일공동행동,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등이 참여한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나고야는 피해자들이 10대 어린 나이에 아픈 상처를 간직한 원한의 땅이자 한편으로는 늦게나마 명예회복을 위해 길고 긴 소송에 나선 투쟁의 원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80대를 넘어선 원고들의 고령을 고려할 때 이번처럼 한꺼번에 피해 할머니들이 나고야를 방문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1차 소송의 원고들(5명)은 모두 앞서 일본에서 제기된 소송에 참가했던 원고들로, 1999년 3월1일 나고야 지방재판소에 첫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긴 법정 공방 끝에 2008년 11월11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패소가 확정된 바 있다.

이후 2012년 10월24일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2013년 11월1일 광주지법 1심 승소, 지난 6월24일 광주고법 2심 승소에 이어 현재에 이르게 됐다.
 
행사를 주최한 다카하시 마코토 ‘나고야 소송 지원회’ 공동대표는 “무엇보다 원고들을 투쟁의 원점이었던 나고야에 모두 모신다는 데 가장 의미가 있다”며 “비록 지금은 한국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일본에서도 함께 노력해 할머니들이 살아 계실 때 꼭 승리의 기쁨을 안겨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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