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상에 오른 쉰밥 “너나 잘해” 

말만 잘하면 천냥 빚도 갚는다. 말 잘못하면 천냥 빚지게 된다는 의미인가. 말 잘하는 사람이 참 부럽다. 그러나 말도 말 나름이다. 곰 가죽 깔고 앉아 ‘애들은 가라’고 청산유수로 떠들어 대는 약장사는 별로 부럽지 않다.

말 잘못하면 쪽박 찬다. 말 한마디 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는 서양속담이 있다. 장부일언중천금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말을 함부로 하면 싱거운 사람이란 소리를 듣고 정치인들은 특히 말조심해야 한다. 정치는 말과 행동이 함께하는 ‘언행일치’가 아닌가.

추석 상에 오른 쉰 밥

진중권 교수는 알아주는 말쟁이(죄송)다. 더구나 그의 말은 교훈적이다. 속 빈 정치꾼들이 범람하는 정치판에서 진 교수의 말은 때때로 보석처럼 빛난다. 속이 후련하다.

▲ 천정배 의원(무소속. 광주서을)

진중권 교수가 추석 상에 선물을 올려 주었다. ‘추석 상에 올린 쉰 밥’이란 짤막한 말이다. ‘쉰 밥’을 올렸다고 지목된 사람들은 열불이 나겠지만 듣는 사람들은 열불이 싹 가신다. 시원하다.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안철수 의원이 한명숙 전 총리를 감쌌다고 문재인 대표를 비판했고 천정배 의원은 ‘하나로 뭉쳐야 산다’는 문재인 대표를 향해 ‘너나 잘해’라고 한 방 날렸다. 평가는 나름대로 할 것이다.

진중권 교수가 안철수·천정배 두 정치인에게 ‘추석 상에 쉰 밥 올렸다’고 아픈 비유를 던진 것에 안철수 의원은 말이 없고 천정배 의원은 ‘농담’이라고 발을 뺐다. 농담은 할 사이가 있고 농담에는 가시가 없어야 한다. ‘너나 잘해’라는 말에 가시가 없는가. 준치 가시 이상이다. 천재라는 천정배 의원의 득실 계산이 이 정도밖에 안 될까.

추석상에는 또 다른 선물이 있다. 정치개혁안이다. 그중에서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지낸 정치인들에게 어려운 지역 출마를 권유한 것이다. 살신성인을 하라는 의미다.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잘 들 알 것이다.

다선의원들의 공과는 무엇인가. 경륜도 좋다. 경험은 좋은 교육이니까. 과는 무엇인가. 한국 정치의 계파를 꾸리고 패거리를 만든 장본인은 다선의원이다. 왕국을 건설했다. 이들이 당을 좌우하고 정치를 요리한다.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지만 정치개혁이 지적한 이들의 자기희생 요구는 옳다.

문재인·이해찬·문희상·김한길·정세균·안철수, 정치개혁위원회가 거명한 중진들은 이 말을 따르는 것이 국민의 정치개혁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혁신을 먼저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한 후 총선 전략을 고민하는 게 순서”라고 했지만, 정치혁신을 하기 위해 먼저 요구되는 것이 바로 당대표들의 희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말은 품격이다

재승박덕이란 말이 있다.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바로 재주 값을 하느라고 그런다. 내가 이만큼 똑똑한데 어느 놈이 뭐라고 하랴.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안하무인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데 하물며 인간임에랴.

겁 없이 나오는 대로 떠들었다가 아차 할 때는 이미 늦었다. 뱉어낸 말을 주워담는 기계는 아직 발명이 안 됐다. 목포 천재라는 천정배 의원을 사람들은 얼마나 선망의 눈으로 보았던가. 그가 걸어 온 길도 좋았다. 다음은 더 이상 말하지 말자. 이제 창당을 한다니 그것이 이 나라 정치에 얼마나 공헌을 할지 좋은 머리로 잘 생각하고 실수는 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것 같아도 사람이 없는 이 땅이다.

안철수 의원은 요즘 길 잃은 양 같은데 정치를 하고 세상사 맘대로 안되니까 냉정함을 잃을 수도 있지만 한 때 대통령 후보를 했고 야당 대표도 했다. 역시 안 의원도 머리가 좋은 것은 세상이 다 알지만, 너무 초조해 하지 말고 진득하게 처신을 해야 한다. 익은 밥 쉰 밥 구별할 줄 아는 지혜가 아쉽다.

한국의 법이 얼마나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가. 특히 정치인들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국민들의 상식이다. 안 의원도 상식을 뛰어넘으려고 하면 실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묻는다. 한명숙 전 총리가 20대 젊은 나이에 반독재 투쟁으로 남편과 함께 감옥을 드나들 때 안철수 의원은 무엇을 했는가. 시위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이 있는가.

안철수 의원은 한명숙 총리에 대해서 말 할 자격이 없다. 말을 함부로 해서는 말의 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의 품격도 동반추락이다.

■추석 명절이다

추석은 우리의 최고 명절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일 년 내내 떨어져 살던 가족들도 추석이면 모인다. 어려웠던 시절, 추석 때는 손마다 조그만 선물 보따리를 들고 시골 고향을 찾아가는 어린 ‘공순이’들의 그리움이 가득 찬 설레는 눈망울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시골은 없다.

박주선 의원이 탈당했다. 관심도 없다. 추석 밥상에 탈당이란 맛없는 반찬 하나 올린 것이다. 모두들 모양들이 우습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 적어도 당 대표를 했고 당의 개혁을 줄기차게 부르짖었다면 당무위원과 의원들의 총회에 나와 당당하게 소신을 밝혀야 한다. 얼마나 초라한가. 자신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국민들은 안다. 더 이상 분란을 일으키면 더욱 초라해질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아직도 2년이나 남았는데 제대로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 한다. 인심은 조석변개(朝夕變改)다.

설사 안철수·천정배 의원이 추석 상에 쉰밥을 올렸다 해도 이런 불량음식을 다시는 올려놓지 못하도록 감시하면 된다. 국민 이겨 먹는 정치인은 어디에도 없다.

정치개혁위원회의 최종 개혁안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시끄러울 것이다. 이해가 걸린 정치인들이 사활을 걸고 싸울 것이다. 그러나 이제 갈 길은 정해졌다. 사느냐 죽느냐.

결단을 권고받은 전직 당 대표들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누가 먼저 결단을 내리느냐.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추석 연휴에 정치인들도 귀향할 것이다. 국민 여론 잘 들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귀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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