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광주시청 앞 평화의 소녀상 앞서 노제
“고 최현열 선생님의 뜻을 잊지 않고 마음 속 깊이 새겨 행하겠습니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과거사 사죄 등을 요구하며 분신해 숨진 고 최현열(81) 선생의 장례식이 23일 고인의 고향인 광주에서 열렸다.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 선생 시민사회 광주전남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고인의 빈소가 있던 광주 천지장례식장에서 영결식을 한 뒤 광주시청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노제를 지냈다.
윤장현 시장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강기정·장병완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시민, 유가족 등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본의 과거사 사죄와 친일 잔재 청산 등을 외치며 분신 항거한 고인의 고귀한 정신을 기렸다.
노제는 민중의례에 이어 고인의 약력소개, 추모사, 추모시 낭송, 추모노래와 진혼굿, 참석자들의 헌화·분향의 순으로 진행했다.
김후식 장례위원장(5·18부상자회장)은 “최현열 애국지사님은 친일잔재 청산, 역사 바로세우기라는 시대적 사명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셨다”며 “바른 역사를 찾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라, 바른 역사를 세운 다음 평등하고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것이 선생님의 유지”라고 강조했다.
윤장현 시장은 추모사에서 “‘무거운 짐과 같은 역사를 바로세우는 일에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면 못해낼 것이 없다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은 마지막 유언이자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스스로 다져야 할 귀한 말씀이 됐다”며 “선생님의 유지를 받들어 민족의 한을 풀고 역사를 바로 잡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을 위해 정의를 위해 우리는 함께 깨어나야 한다”며 “고귀한 생명을 불사르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우리 역사를 기억하고 민족 주권을 온전히 회복하는 일이 선생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일이고 위대한 광주정신이 살아서 승리하는 길임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장휘국 시교육감은 “거짓과 불의에 항거해 몸을 불사른 선생님의 거룩한 뜻을 반드시 이어 싸워나가겠다”며 “반드시 민족사의 정기를 바로 세우고 정의와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통일 조국 사회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유족 대표로 나선 고인의 장남 최유균씨는 “앞으로 아버지의 뜻에 따라 열심히 살겠다”는 짧은 인사말로 유지를 받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제에 앞서 빈소인 천지장례식장에서는 이낙연 전남도지사와 박혜자·천정배 국회의원, 송영길 전 인천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이 열렸다.
이 지사는 추도사를 통해 “열사께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역사의 진실이 짓밟히는 작금의 사태를 묵과할 수 없으셨으리라는 것을 헤아리고도 남는다”며 “침략과 식민의 역사를 호도하는 일본의 권력을 용납하지 않고 친일파가 득세하고 독립유공자가 인고하는 우리 사회의 굴절을 바로잡으라는 가르침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장례위원장인 현지 스님은 “바른 역사를 위해 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셨다. 숭고한 정신을 담고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결식과 노제를 마친 뒤 고인은 이날 낮 12시께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에 안장됐다.
고인은 3년 전부터 시민단체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후원회원으로 활동하다 지난 12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제의 과거사 사죄 등을 요구하며 분신했다.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고 서울 한강성심병원에 치료를 받다가 9일 만인 지난 21일 숨을 거뒀다.
한편, 대책위는 치료비와 장례비용 마련을 위해 성금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 故 최현열 선생 민주사회장 노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