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신기남, 홍영표

광복 70주년이라 특별공휴일이고 재벌을 사면하고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고 태극기가 건물을 덮는다. 항일순국의 영령들이 미소 지실 것이다. 자신들의 희생으로 광복이 오고 후손들이 저렇게 기뻐한다고. 과연 그럴까.

언제나처럼 일본정부의 사과는 유체이탈 일과성으로 지나가고 친일파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한국 정치의 지도자들은 조상들의 친일 관련을 부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고 국민들은 또 한 번 허탈하게 웃을 것이다.

참회는 진솔한 자기 고백이며 반성이다. 거짓이라면 참회할 필요가 없다. 그냥 아무 말 말고 살다가 죽으면 될 것이다. 요즘 부친의 친일행위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비는 정치인들이 있다. 홍영표 의원이다. 신기남 의원은 11년 전인 2004년, 부친이 친일 논란에 휩싸이자 열린우리당 의장직을 사퇴했다. 언론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에 집권여당의 당 대표직을 던진 것이다.

▲ ⓒ새누리당 누리집 갈무리

‘아버지 생전에 하지 못한 역사와 민족 앞에서의 사죄와 화해는 돌아가신 다음에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자식인 내가 대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시 신기남의원의 말이다.

신기남 의원의 행동은 정치인의 바른 자세다. 홍영표 의원의 경우도 같다.

김무성 새누리 당대표의 경우는 어떤가. 물론 김무성 대표 자신이 친일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친의 친일행위에 대해 은폐하려는 기도는 옳지 않다. 자식으로서 사과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너무나 많은 유명 인사들의 친일 행위에 경악하고 있다. 재벌은 물론이고 저명한 학자들 작가 시인들의 친일행위도 속속 드러났다. 이들의 친일행위는 숨겨져 왔다. 그러나 감춘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최남선, 이광수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과거가 드러날 때 국민은 깊은 좌절에 빠졌다. 더구나 그들은 사과 한마디 없었다.

김무성 대표도 신기남 의원이나 홍영표 의원처럼 사과하면 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시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인의 깨끗한 정리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의 경우 부친의 친일행위를 은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곡하고 있다. 한 언론사 보도에 의하면 그의 부친은 일제 때 "경북도회 의원을 지냈고, 조선임전보국단 간부로서 ‘황군에게 위문편지를 보내자’는 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김무성 대표는 이제 ‘친일논쟁에 일체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마무리를 깨끗이 한 다음에 해야 한다. 그게 당당하지 않은가.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의 자세는 당당해야 한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부친의 친일행적을 은폐함으로써 부친마저 지탄을 받는다면 자식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신기남 의원이나 홍영표 의원 같은 용기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광복이 10년만 늦었다면

광복되던 해 초등학교 2학년이던 우리는 거의 일본인이었다. 학교에서 우리말을 하면 벌점을 받았다. 누구도 조선 민족임을 알려주지 않았고 일본은 위대한 조국이었다. 전쟁에서도 일본을 위해 죽는 것이 영광으로 알았다. 일본이 싱가포르를 점령한 기념으로 정구공 한 개씩 줄 때 날아갈 듯 기뻤다.

일본이 2차대전에서 승리했다면 한국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라졌을 것이다. 친일파들이 오죽이나 민족성 말살에 앞장섰을까. 이광수 같은 선각자도 일본과 합치는 게 조선 민족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다고 반민특위에서 고백했다. 우리의 힘으로 쟁취하지 못했던 광복은 70년에 분단을 가져오고 오늘도 DMZ 철책선에서는 우리 자식들이 다리가 잘려나간다.

친일은 숙명이었다. 비록 남이 가져다준 광복이라 할지라도 광복은 우리에게 은총이었다. 친일은 사과해야 한다. 아니라고 우겨봐야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친일은 지워지지 않는 문신과 같은 것이다. 고해성사는 최고의 안식이다. 지은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로되 고백의 편안함이 있다. 자수자는 감형을 받는다.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친일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한 적이 없었다. 사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부친의 친일을 사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되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러나 박근령은 아니었다. 아니어서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선친의 평전이 출간되고 광고가 나왔다. 광고에 나온 부친의 행적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항일운동가의 모습이다. 이렇게 해서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많은 생각 끝에 출간한 평전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국민이 납득할 수는 있어야 한다. 검은 것을 희다고 해서 믿을 사람이 어디 있는가. 지도자가 될 사람으로는 안 되는 짓이다. 박정희 대통령도 친일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제 부친의 친일행적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현명한 행동일까. 대응해야 한다. 변명이 아니라 사실을 인정하고 자식으로서 사과하는 대응을 해야 한다. 그러면 어느 누구도 다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한다해도 그 사람이 잘못이다. 왜 그 정도의 생각도 하지 못하는가.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고백과 참회가 최고의 처방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 사과하는데 욕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친일의 후손이든 애국자의 후손이든 모두가 가져야 할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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