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시즌 프로그램’ 공개

‘오늘날 문화예술계의 거장은 누구인가. 미래의 거장은 누가 될 것인가.’
‘아시아 동시대의 지도는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

오는 9월 개관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이 던진 시즌 프로그램의 화두다. ‘아워 마스터(OUR MASTER)’와 ‘아시아 윈도우(ASIA WINDOW)’. 두 개의 큰 주제를 통해 세계 공연예술사의 변혁을 가져온 ‘거장’들에 주목하고 아시아의 과거와 미래를 조망한다.

▲ 아시아예술극장이 29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정보원 지하 1층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2015-2016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있다. ⓒ광주인

아시아예술극장은 29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정보원 지하 1층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 같은 내용의 ‘2015-2016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예술극장의 콘텐츠는 ‘축제’와 ‘시즌’으로 구성하는데 축제 프로그램은 지난달 29일 공개했고 이번에는 ‘시즌’ 프로그램을 내놨다.

‘축제’가 연간 예술극장의 제작 활동 중 최고의 작품을 선정해 단기 집약적으로 선보이는 국제적 수준의 동시대 공연예술 축제라면 ‘시즌’은 예술극장의 장기적인 미션을 반영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5개월 동안 진행된다. 시즌 기간은 오는 10~11월과 내년 3~5월이다.

오는 10월 시작하는 예술극장의 시즌 프로그램은 매 월 한 개의 ‘아워 마스터’와 한 개의 ‘아시아 윈도우’를 소개한다.

김성희 예술감독은 “‘아워 마스터’는 아시아 밖의 세계에서 과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조망하는 작업이고 ‘아시아 윈도우는 아시아 안쪽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으로 극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아시아, 서남아시아 등 방대한 아시아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 아시아의 동시대 지도를 어떻게 잘 그릴지를 고민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워 마스터’의 작품이 아시아에 영향을 끼친 과거라면 ‘아시아 윈도우’는 아시아의 잠재력이 드러나는 미래”라고 강조했다.

▲ 김성희 아시아예술극장 감독이 29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정보원 지하 1층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2015-2016 시즌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인

‘아워 마스터’는 20세기 공연예술사에서 오늘날 가장 큰 파장으로 이어진 변혁의 순간을 재방문한다. 예술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그 자체를 변화시킨 아티스트들에 주목함으로써 아시아와 동시대 예술의 관계에 대한 다차원적 관점을 구성해보자는 차원이다.

초대 큐레이터는 국제 공연예술계의 ‘대모’이자 혁신에 기여한 대담한 ‘투사’로 불리는 프리 라이젠이 맡았다. 프리 라이젠은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프라미움에라스미아눔재단에서 유럽문화예술에 기여한 개인이나 기관에게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인 '에라스무스' 수상자다. 그는 자신의 관점으로 선정한 마스터들을 소개한다.

필립 글래스·로버트 윌슨, 팀 에첼스, 크리스토프 마탈러, 윌리엄 켄트리지, 히지카타 다쓰미가 그 주인공들이다. 연극계와 무용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이들의 가장 전설적인 작품을 통해 지난 세기 공연예술사에서 변혁의 순간들을 재방문한다.

필립 글래스·로버트 윌슨의 ‘해변의 아인슈타인, 4막의 오페라’(2015년 10월)는 1976년 초연했다. 기존 공연예술계에 통용되던 관습과 규칙을 뛰어넘은 공연으로 평가 받는다. 글래스는 전통적인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곡 대신 신시사이저, 목관악기, 목소리를 위해 작곡을 했다. 윌슨은 뚜렷한 내러티브 없이 강렬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연출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이는 안무가 루신다 차일즈의 추상적인 안무의 연속 동작과 병치됐다.

영국의 세계적인 아방가르드 단체 포스드 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팀 에첼스는 ‘더티 워크’·‘마지막 탐험’(2015년 11월)을 보여준다. ‘더티 워크’는 나무로 된 작은 무대 위에서 벌어진다. 두 명의 퍼포머는 서로 번갈아 가며 자신이 꿈꿀 수 있는 가장 큰 공연을 상상한다.

‘마지막 탐험’에서 퍼포머들은 집에서 만든 의상을 입고 거대한 바다 괴물, 유령, 전쟁광, 전진하는 로봇, 춤추는 나무들의 가장행렬을 이어나간다. 에첼스는 예술극장을 위해 두 개의 네온 작품을 제작, 1년간 설치도 한다.

섬세한 아이러니와 불일치의 미학으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스위스 연출가 크리스토프 마탈러는 ‘테사 블롬슈테트는 포기하지 않는다’를 내세웠다. 베를린 민중극장과 협업해 만든 작품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과 꿈, 소망에 대해 다룬다. 그의 작품이 특징인 부르주아적이고, 반동주의적이며, 이기적이고, 비겁하지만, 지극히 사랑스러운 반영웅(anti-hero)들이 등장한다.

1960년대 초 세계에서 유행한 예술 사조인 히지카타 다쓰미의 ‘부토 프로젝트’도 재조명한다. 당시 히지카타는 '어둠의 춤'이라는 의미를 지닌 안코쿠 부토를 탄생시켰다. 부토는 당시 전후 일본 사회를 관통하고 있던 사회적, 정치적, 정신적, 역사적, 그리고 예술적 변혁의 정점을 상징하기도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거장 윌리엄 켄트리지의 ‘율리시즈의 귀환’은 1998년 초연한 작품으로 정치적이면서도 시적인 작품이다. 몬테베르디의 클래식 오페라를 필립 피에를로의 대사와 작곡, 윌리엄 켄트리지의 살아 움직이는 목탄화, 그리고 핸드스프링 퍼펫 컴퍼니의 목각인형을 통해 재해석했다.

큐레이터 프리 라이젠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들은 예술과 예술가가 사회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혁명적 사고를 불러일으켰다”며 “예술의 형식의 파격만을 이룬 게 아니라 예술이 사회에서 해야 하는 역할, 사회 안에서 예술적 언어와 형식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이들로 다음 세대에 많은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 프리 라이젠 큐레이터가 29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정보원 지하 1층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아워 마스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인

‘아시아 윈도우’는 5개 아시아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5인의 기획자들이 오늘날 아시아 각 지역의 중요한 사회적, 예술적 주제들을 포착하고 이를 아시아 공연예술사로 담론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서로 다른 아시아의 시각들이 예술극장에서 직조되는 과정은 아시아 공연예술의 지도를 그려낸다.

이번 시즌 ‘아시아 윈도우’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중국 베이징 출신의 요우미,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신의 헬리 미나르티,필리핀 마닐라 출신의 라야 마틴, 이집트 카이로 출신의 타렉 아부 엘 페투, 한국의 장영규가 큐레이터로 선정됐다.

이들은 아시아 각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로 자신 만의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공연예술의 현황을 짚는다.

실크로드를 탐색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월경과 혼재’의 기획자 요우미씨는 이날 “실크로드 여행은 개인적이지 않았다. 수천년 간 수많은 실크로드를 걸었던 여행자와 함께하기 때문”이라며 “2000년 전에 이 시대의 지역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행을 하면서 내가 보고 있는 유적과 예술품들이 몇 천 년 전에 다른 이들이 봤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개인의 여행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됐다”며 “그들이 여행에 나선 원동력과 이유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건으로 단절돼 있던 지역들이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했다”며 “유목민들의 정신을 반영해 다양한 공간에 작품들을 배치해 유목민들이 실크로드를 따라 이동했던 것처럼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획자 요우미씨가 29일 광주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정보원 지하 1층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자신이 기획한 ‘월경과 혼재’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인

문화전당 예술극장은 문화전당의 5개원 중 공연과 공연작품의 유통을 담당하는 창·제작 중심의 아시아 동시대 공연예술센터다.

1120석 규모의 가변형 극장인 ‘극장1’과 512석 규모의 ‘극장2’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예술가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하는 동시에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에 유통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축제와 시즌 외의 기간에는 작품 제작과 예술가의 창작·공동창작 및 거주 지원 프로그램인 레지던시에 집중한다. 레지던시는 ‘제작 레지던시’ ‘담론 레지던시’ ‘서머/윈터스쿨’ 등 아시아에 관한 질문을 구체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론을 모색한다.

또 이 시기에 예술극장은 광주 커뮤니티에 개방되고 공모를 통해 광주지역 작가들의 신작 제작을 지원해 지역예술의 동시대성을 모색한다.

김성희 예술극장 예술감독은 “문화전당 예술극장은 아시아 동시대 예술이 들고나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제작극장임을 감안할 때 축제 때는 제작된 결과물이 광주, 아시아를 넘어 국제적으로 순환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시아예술극장 시즌 프로그램은 8월 초 티켓 예매를 시작한다. 예술극장 누리집(www.asianartstheatre.org)에서 예매하거나, 전화(062-410-3617) 또는 이메일(at-ticket@iacd.kr)로 예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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