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리본·현수막, 태풍 등으로 찢어져 교체
25일 팽목항 방파제에 노란 리본 다시 설치

“팽목항 노란 리본을 철거하는 게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세월호 참사로 동생 권재근(53)씨와 조카 혁규(7)군을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 권오복(60)씨는 25일 ‘진도 팽목항 리본 철거’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실종자를 가족 품으로'라는 문구가 담긴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이 새로 설치돼 바람에 날리고 있다. ⓒ광주인

▲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를 찾은 방문객이 세월호 참사 실종자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광주인

▲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정부 쓰레기 시행령 폐기하라'는 내용이 담긴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광주인

이날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권씨는 전날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팽목항 리본 철거’ 기사를 놓고 “기자들이 현장에 와보지도 않고 쓴 오보”라고 비판했다.

전날 연합뉴스를 비롯한 상당수 매체는 “팽목항에 설치된 세월호 관련 추모 리본과 현수막이 철거됐다”며 “팽목항 주민들의 철거 요구 민원과 관련해 유가족, 실종자 가족과 협의해 추모 리본 등을 함께 철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추모 문구 등이 적힌 깃발은 훼손된 것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 것 40여 개를 꽂았다”고 덧붙였다.

권씨는 “한 방송사 기자가 왔길래 철거하는 게 아니라 교체하는 거라고 설명을 해줬는데도 철거했다고 보도했다”며 “통신사 기자는 현장에서 보지도 못했다. 오지도 않고 진도군청과 통화만 하고 써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실종자 가족 등에 따르면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돼 있던 노란 리본과 각종 현수막 등이 설치된 지 오래된 데다 최근 태풍 찬홈 등의 영향으로 뜯기고 찢어지는 등 지저분해졌다.

이에 따라 세월호 참사 추모 리본 등을 교체하기로 하고 전날 지저분해진 리본을 철거하면서 전남지역에서 먼저 보내온 ‘정부 쓰레기 시행령 폐지하라’ 등의 문구가 담긴 깃발 50여 개와 일부 현수막을 먼저 설치했다.

나머지 새 리본과 새 현수막 등은 이날 서울 등에서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세월호참사 국민대책위에서 가져오는 대로 설치키로 했다.

▲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4.16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새로 설치돼 있다. ⓒ광주인

▲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 실종자 가족 숙소 앞에서 진도군 농민회 관계자(오른쪽)와 정보과 형사가 전날 '팽목항 리본 철거 사진'을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광주인

▲ 25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침묵 순례' 행렬. ⓒ광주인

▲ 25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침묵 순례' 행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 참가자가 노란 추모리본을 매달고 있다. ⓒ광주인

권씨는 “찢어진 리본 등을 미리 철거해 놓으면 ‘팽목항 리본 철거’라는 보도가 나올까 봐 일부러 철거하면서 깃발을 같이 교체했다”며 “그런데도 교체가 아닌 철거라는 기사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팽목항 곳곳에서는 세월호참사대책위 관계자가 정보과 형사나 기관 관계자 등에게 ‘세월호 리본 철거’를 유도한 것 아니냐며 항의했다.

철거 당시 현장에서 기자들을 보지 못했는데 철거 사진이 보도된 것을 놓고 현장에서 경찰이나 기관 관계자들이 사진을 찍어 보내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진도군 농민회 관계자는 정보과 형사에게 “너희가 사진 찍어 ‘세월호 리본 철거’한다고 보내주지 않았느냐”고 따졌고 한 형사는 “그런 적 없다. 오해”라며 맞받아치며 마찰이 일기도 했다.

결국 이날 오후 ‘기다림의 버스’가 도착하고 6시부터 팽목항 방파제에서 진행한 ‘침묵의 순례’ 도중 팽목항 방파제에 노란 추모 리본이 다시 설치됐다.

권오복씨는 “팽목항 주민들이 철거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하는데 최근 간담회를 통해 잘 풀어 가자고 얘기가 됐다”며 “아직 세월호 진상이 규명되지도 않았고 돌아오지 않은 실종자들이 남아있는데 추모 리본을 철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팽목항 주민 30여 명은 세월호 사고 뒤로 팽목항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며, 팽목항 분향소와 노란 리본 등을 철거해 달라고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 25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침묵 순례' 행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 참가자가 노란 추모리본을 매달고 있다. ⓒ광주인

▲ 25일 오후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열린 '침묵 순례' 행렬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 참가자가 노란 추모리본을 매달고 있다. ⓒ광주인

▲ 낡고 찢어져 지저분한 현수막과 추모리본 등을 새로 달기 위해 교체하는 과정에서 따로 모아 놓은 풍경.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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