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승용차 추락…여성 3명 사망
팽목항 사고 현장 주민들이 전한 목격담

“시상에 어째 이런 일이 다 있다요.”
25일 전남 진도 팽목항, 베라크루즈 승용차가 바다로 추락해 3명이 숨지는 사고를 목격한 팽목항 주민들은 침통한 모습이었다.

이날 팽목항을 찾은 방문객들은 사고 현장 주변을 둘러보며 안타까워했고 주민들은 사고 당시 상황과 구조 작업을 얘기하며 놀란 가슴을 달랬다.

▲ 25일 오전 9시30분께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앞 바다에 추락한 베라크루즈 승용차를 주민들과 구조대가 인근에 있던 크레인을 이용해 인양하고 있다. ⓒ독자제공

사고 현장 바로 앞에서 팽목휴게실을 운영하는 박아무개(54)씨는 “팽목항에서 이런 사고는 처음”이라며 “하루 종일 심장이 쿵쾅거려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일손도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망항에서 진도항 대합실(매표소)을 거쳐 방파제 앞을 지나던 베라크루즈 승용차가 좌회전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바다로 돌진했다.

도로 가에 설치된 콘크리트 차량 방지턱은 산산이 부서졌고 승용차는 바다로 추락하면서 거꾸로 뒤집혔다. 해변 바닥에서 도로까지 높이는 3~4m 정도지만 밀물 때라 바닷물이 절반 정도 들어차 있었다.

박씨는 “승용차가 주차하려고 좌회전하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바다로 돌진해 추락했다”며 “굉음이 나긴 했지만 급발진이라기보다는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게 액셀러레이터를 잘못 밟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직후 10여명의 주민들이 곧바로 현장으로 뛰어갔다. 팽목항에서 슈퍼·식당·민박을 운영하는 주민 ㄱ씨는 바다로 뛰어들어 운전석 뒤편에 있던 중년 여성 한 명을 차량 밖으로 끌어냈다. 나머지 탑승객들도 구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ㄱ씨는 “물속에 들어갔을 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며 “밖에서 뭐라고 얘기하는 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 25일 오전 9시30분께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앞 바다에 발생한 베라크루즈 승용차 추락 사고 현장. 콘크리트 방지턱이 산산이 부서져 있고 구조당국이 밧줄과 인명구조 튜브를 이용해 임시로 막아놨다. ⓒ광주인

▲ 25일 오전 9시30분께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앞 바다에 발생한 베라크루즈 승용차 추락 사고 현장. 콘크리트 방지턱이 산산이 부서져 있고 구조당국이 밧줄과 인명구조 튜브를 이용해 임시로 막아놨다. ⓒ광주인

위급한 순간, 주민들은 ㄱ씨가 차량 뒷바퀴에 매단 밧줄을 당기며 끌어올리려고 했다. 도로 밖에 있던 주민들이 힘을 모아 줄을 당겼으나 잔뜩 물 먹은 베라크루즈는 꿈쩍하지 않았다. 인근에 있던 크레인을 동원해 사고 차량을 인양했을 땐 이미 늦었다.

한 주민은 “승용차 운전석 창문은 3분의 2쯤 열렸고 운전석 뒤편 창문은 완전히 열려 있어 차량이 추락하자마자 곧바로 물에 잠겼다”며 “인공호흡을 실시했지만 나머지 3명은 이미 숨진 뒤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팽목항에서 한 번도 추락 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었다”며 “아직 세월호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또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 팽목항이 죽음의 항구로 인식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사고로 차량 안에 있던 4명 중 심아무개(51)씨는 목숨을 건졌고 유아무개(48)씨와 안아무개(44)씨, 최아무개(49)씨 등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부 동반으로 관매도에 가는 여객선을 타기 위해 팽목항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당시 피해자들의 남편들은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25일 오전 9시30분께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앞 바다에 발생한 베라크루즈 승용차 추락 사고 현장. 콘크리트 방지턱이 산산이 부서져 있고 구조당국이 밧줄과 인명구조 튜브를 이용해 임시로 막아놨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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