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인권교육 후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맡았다. 대상은 특성화고 3학년으로 취업을 앞두고 있는 예비노동자들이이다. 교육주제는 ‘노동이란 무엇인지’와 ‘노동법 상식’이다.

▲ 정찬호 노동활동가.

먼저 노동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봤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라면 무엇이 연상되는지 말해보라 했더니 “힘들다, 가난하다, 하층민, 돈, 월급”이라는 답변이 쏟아진다. 곧 있으면 취업할 것이고 여러분들의 느낌처럼 힘들고 가난한 노동자로 살아가야 하는 데 무슨 생각이드냐고 묻자, “안타깝습니다”, “현실입니다”는 탄성이 돌아온다.

노동자에 대한 의식은 작년에 들어본 생각과 별 차이가 없다. 그중 일부는 “노동조합과 시위”가 떠오른다고도 하지만 tv뉴스나 언론에 등장하는 파업 소식을 접하는 수준이어서 노동자의 권리와 연결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노동자는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생산하고 이 사회가 돌아가게 하는 주역이다, 그러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러분들이 어른이 되어서 노동자들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야한다”라고 강조하지만 나름 사회 돌아가는 실정을 알고 있는지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눈치들이다.

두번째로 근로계약서를 꺼내들고 설명을 하자, 알바하고 있는 학생들로부터 “사장님이 계약서 같은 것 안 써도 된데요”, “계약서를 써도 사장님이 안 지켜요”라는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받고 임금을 약속대로 주지 않으면 체불임금이 된다, 노동부나 법원에 청구할 수 있으니 청소년 알바센터나 노동단체에 신고하라고 하자, “그러면 짤려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정식으로 사회 첫발을 내디딘 것은 아니지만 노사관계에서 노동자가 약자임을 직감하고 있는 것이다. 성인 노동자들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가 해고당한 사례가 많기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법률에 명시된 것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고 지켜져야만 한다고 강조한 후, 그나마 그런 주장을 할 수 있게 보장된 것이 노동조합이라며 노동3권을 꺼내든다. 그러나 노동3권도 권리의식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당장 부딪히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는 데는 한 참 먼 일일 수밖에 없다.

결국 당장은 알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일은 하고 알바를 그만두게 될 때 신고하자는 타협책을 제시한다. 씁쓸하기 그지없는 교육이다. 권리와 인권을 말하면서 그걸 뒷전에 미뤄두라니 청소년들이 어떻게 생각했을까, 교단의 교사들은 현실과의 괴리를 어떻게 처리할까 많은 생각이 들지만 정답은 사회가 잘 못되고 있고 잘못된 것은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진행을 하련은 순간 한 학생이 “선생님 말씀처럼 노동인권 단체에 신고해서 다 받아냈습니다”며 의기양양해 한다. 살아있는 교재가 교실 안에 있었던 셈이다.

올 최저임금 얼마에요? 라고 묻자 “5,580원이요!” 합창을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의미를 묻자, 찬반이 엇갈린다. “그것만 줘야한다. 아니다 그 이상 줘야 한다.” 알바 시급 6,7천원을 받고 있는 친구들이 “내가 받고 있는 건 뭔데?”라며 한방에 제압해버린다.

▲ 청소년인권노동교육 모습. ⓒ정찬호

이 또한 산교육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어요!” 라며 맞장구를 친다. 알바생들이 많은 특성화고에서 최저임금 문제는 이미 자신들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연장근로, 연차휴가, 퇴직금, 휴게시간 등 몇 가지 노동법 상식을 이야기 하고 노동3권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알기는 하나 그 내용이 뭔지는 머뭇거린다. ”이게 주입식 교육입니다“라고 한 학생이 목소리를 높인다.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 쉬며 노동조합을 왜 만들어야하는지와 노동조합이 하는 일을 설명해주자 고개를 끄덕인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고교 3년을 통틀어 한 두 시간 교육했다고 노동을 이해하고 현실을 자각할 수 있겠는가? 초중고 교육과정에 노동인권 교육이 단계별로 배치돼서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익히게 해야 한다. 졸업하면 누구나 평생을 바쳐 노동을 해야 하고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이 끊기기 때문이다.

노동은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 바탕이자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는 노동을 너무도 멀리한다. 노동에 의해 사람이 살아가고 노동에 의해 사회가 유지되는 데 노동을 중시하고 노동을 대접하지 않아야할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노동인권이 살아 숨 쉬는 사회,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당장 현실의 문제임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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