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타파 긍정” “근본 문제 고민 빠져” 팽팽
교체지수 도입. 재보궐 원인제공 '무공천' 등 특징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제민 혁신위원회가 23일 텃밭인 광주에서 발표한 첫 번째 혁신안을 놓고 지역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왜 개혁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빠진 채 발표된 ‘각론 수준의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분석과 ‘교체지수 도입 등 파격적인 안’이라는 분석이 팽팽하게 맞선다.

▲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3일 오전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기득권 타파와 당기 확립을 위한 첫 번째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인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기득권 타파와 당기 확립을 위한 첫 번째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은 ‘선출직공직자에 대한 엄정한 평가 실시’, ‘재보궐 원인 제공시 무공천’, ‘지역위원장 기득권 제한’, ‘부패연루자 당직 박탈’, ‘당내 불법선거 및 당비대납 일상적 감시체제 확립 및 처벌 강화’ 등이 주요내용이다.

기득권 타파·당기 확립 위한 혁신안 발표

혁신위는 우선 새로운 인재발굴을 위한 당내 기득권 타파를 위해 선출직공직자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도록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당규를 제정해 당을 혁신키로 했다.

혁신위원회가 제정할 당규에는 ▲ 2/3 이상의 외부위원으로 평가위원회 구성 ▲ 당과 국민 삶의 기여도에 대한 정성평가와 정량평가 도입 ▲ 당 지지도와 선출직 공직자의 지지도를 고려하는 등 교체지수 적용 ▲ 막말을 비롯한 해당행위에 대한 평가 ▲ 선출직공직자의 해외 연수 등의 윤리 규범이 포함된다.

재보궐 원인 제공시 무공천한다는 안도 포함했다. 당 기강을 확립하고 책임지는 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당헌 112조를 개정하기로 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할 수 있다’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로 바꿔 강제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이 방안이 실시되면 오는 10월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전남 장흥군수, 광주 동구청장, 함평군 광역의원 재보선은 무공천이 될 전망이다.

▲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3일 오전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기득권 타파와 당기 확립을 위한 첫 번째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인

또 지역위원장의 기득권을 제한하기 위해 지역위원장의 사퇴 시점을 공직선거 120일 전, 예비후보자 신청 시점과 동일하게 적용키로 결정했다.

현재 당규에는 지역위원장의 사퇴 시점을 후보자 신청 전까지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 규정은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 막고 지역위원장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 기강 확립 방안으로는 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의원과 당직자의 당직(지역위원장, 중앙당 등)을 즉시 박탈하기로 했다. 단 정치적 탄압 등 부당한 이유로 기소됐을 때는 윤리심판원에서 판단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혁신위는 이 같은 혁신안 의결을 위해 “7월 이내에 조속히 중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며 “중앙위의 혁신안 통과를 혁신에 대한 의지 확인이자 문재인 대표에 대한 리더십을 판가름하는 잣대로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파격·긍정 평가” Vs “시민단체도 할 수준”

지역 정치권은 크게 특별한 안은 없지만 눈여겨볼만한 대목이 있다는 반응과 실망스럽다는 분석이 상존했다.

광주의 한 국회의원 지역사무소 당직자 김아무개씨는 “지역위원장 공직선거 120일 전 사퇴는 현역 의원들의 막강한 권한에 제동을 거는 조치”라며 “신진 정치인들의 경쟁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정아무개씨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두고 상시적으로 평가를 통해 공천 기준으로 삼겠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구청장과 시·구의원까지 상시적인 평가를 한다는 건데 부정부패 정치인을 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 지지도와 선출직 공직자의 지지도를 고려하는 등 교체지수를 적용하는 대목이 파격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당 지지도보다 국회의원의 지지도가 낮으면 공천에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의미인데, ‘교체지수’가 공천과정에서 적용되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호남 정치권은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23일 오전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기득권 타파와 당기 확립을 위한 첫 번째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인

반면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냉혹한 평가도 나왔다.

김영집 지역미래연구원장은 “혁신위가 광주에 와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동안 정치개혁에서 주장하는 몇 가지 각론적인 내용을 발표하는 수준”이라며 “시민단체도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왜 지금 혁신위가 만들어졌느냐라고 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며 “새정치연합이 총선과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불신을 받고 그러면서 나타난 패권적 구조, 그리고 혁신에 대한 고민인데 이 세 가지에 대한 핵심적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정에 대한 평가는 내년 공천 국면에 가서 해야 할 각론적 문제이고 120일 전 지역위원장 사퇴도 당장은 세 보이지만 국회의원이 지역위원장인 상황에서 사퇴하고 말고는 큰 의미가 없다”며 “혁신위가 근본적 문제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소한 광주에서 혁신안을 발표한다면 광주시민이 느끼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느낌을 얘기해야 한다”며 “당원들의 주권이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보고 당에 대한 호남지역의 불신이 커진 만큼 당원 주권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물갈이를 어느 정도 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왜 혁신을 해야 하는가, 혁신위는 왜 만들어졌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을 역으로 적용해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선출직공직자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실시하지 않아서 혁신위가 만들어졌을까. 아니면 ‘재보궐 원인 제공시 무공천’를 하지 않아서, 지역위원장이 선거 120일 전 사퇴를 하지 않아서, 부패연루자 당직 박탈을 하지 않아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필요충분 조건인지, 필요조건인지, 충분조건인지 되돌아 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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