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오산 흑염소 농장 조동근 씨, 청결 관리로 성공 

케이팝(K-POP)과 흑염소의 궁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새까만 흑염소 새끼들이 누워있는 어미염소 배 위에 올라서 음악에 맞춰 장난질을 친다. 송아지만한 숫 염소도 경쾌한 리듬을 따라 산책하듯 축사 안에서 빠르게 움직인다. 곡성 오산 흑염소 농장의 아침 풍경이다.

서울에서 50여 년의 도시생활을 접고 지난 2010년 61세의 나이에 곡성으로 귀농, 오산 흑염소 농장을 일궈 흑염소 450마리를 키우고 있는 조동근(66) 씨. 조 씨의 일과는 아침 7시 케이팝과 함께 흑염소들을 살피는 것으로 시작된다. 저녁에 준 사료는 남아있는지, 설사는 하지 않는지를 보는 것이다.

젖병에 분유를 타면 20여 마리의 새끼염소가 순식간에 몰려든다. 어미염소가 새끼를 3마리씩 낳은 경우가 많아 젖이 부족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풍경이다. 흑염소 밥통에 건초를 채워주면 어미 흑염소들이 한 줄로 늘어서 경쟁하듯 먹는다. 흑염소들의 식사가 끝난 후에야 조 씨도 아침을 먹는다.

▲ 전남 곡성 오산으로 귀농하여 흑염소 농장을 운영 중인 조동근(66)씨.

조 씨는 지난해 150마리의 새끼 염소를 분양하고 100여 마리의 큰 염소를 판매해 1억여 원의 소득을 올렸다. 귀농 첫 해 2층의 현대식 축사와 비닐하우스로 800여㎡의 축사를 짓고 전남도의 녹색축산기금 5천만 원을 지원받아 흑염소 85마리를 구입해 키우기 시작했고 귀농 5년만에 450마리로 늘었다.

어려운 고비도 있었다. 흑염소를 사육한지 6개월여가 지난 2011년 봄, 구입해온 흑염소들이 새끼를 낳거나 낳은 후 죽어갔다. 30여마리의 흑염소를 땅에 묻고서야 ‘흑염소를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 마침 전라남도의 지원으로 개설된 ‘농업마이스터대학 흑염소 학과’를 통해 운동부족과 비만, 임신중독, 유방염 등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축사 옆에 운동장을 만들고 축사는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 품질 좋은 건초를 먹이고, 팝송도 들려줬으며, 올해부터는 케이팝으로 바꿨더니 흑염소들의 활동이 왕성해졌다. 조 씨는 “우리 흑염소에겐 케이팝이 최고”라며 “흑염소들이 ‘소녀시대’ 노래를 줄줄 외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결과 일반 농가는 질병 등으로 새끼가 죽는 비율이 20∼30% 수준이지만 조 씨 농장에선 5∼6배 낮은 5% 미만이다. 또한 성장 속도가 빨라 판매할 정도의 체중에 도달하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는다. 다른 농가들보다 2개월 정도 빠르다. 여기에 어미염소 30% 정도는 새끼를 3마리씩이나 낳는다.

판로 걱정도 없다. 다른 농가에서 조 씨에게 새끼를 분양받기 위해 1년 전에 예약을 할 정도고, 다 자란 흑염소는 도축장에서 직접 도축해 소비자 단체에 직거래로 납품한다. 일반 농가에 비해 20%정도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이런 조 씨의 ‘오산흑염소 농장’은 흑염소 농장으로는 드물게 HACCP 인증, 친환경축산 인증, 친환경 녹색축산농장 지정을 받는 등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농장으로 인정받아 지난해 부산, 울산, 수도권 등서 500여 명이 견학했다.

조 씨는 “대도시에서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흑염소 축사 옆에 조그만 교육장을 만들어 흑염소 귀농 도우미 역할을 할 계획”이라며 “주위 흑염소 농가, 귀농인들과 함께 흑염소를 친환경적으로 사육해 공동 판매, 육가공 등을 통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권두석 전라남도 축산과장은 “전남은 따뜻한 기후, 풍부한 풀 사료 등으로 흑염소 사육의 최적지로, 도시민의 흑염소 사육 귀농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흑염소는 방목이나 농산부산물을 이용해 생산비를 최대한 낮춰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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