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보조인, 다음 <아고라>에 ㄱ회장 고발 글 게재

1급 시각장애라는 역경을 딛고 사업가로 성공해 한때 왕성한 장애인 복지사업을 펼쳐왔던 광주의 한 장애인단체장이 퇴직 장애인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인터넷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장애인에게 퇴직금을 떼먹는다면’이라는 제목으로 광주의 한 장애인단체장인 ㄱ 회장의 횡포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근무했다고 소개한 글쓴이는 ㄱ 회장이 장애인들을 채용해 예비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퇴사한 장애인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회사가 부담해야 할 4대보험료도 직원들에게 각출했다고 밝혔다.

또 활동보조인에게 고기를 굽고 술을 따르고 술 심부름을 시키고 밤 12시 넘어서까지 활동보조 일을 시키기도 했다고 적었다.

직원 퇴직금 지급 않고 회사분 4보험료도 직원에 각출

▲ 광주지역 한 시각장애인 단체장의 활동보조인으로 일한 40대 초반의 한 시민이 단체장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글이 다음 <아고라>에 게재 중이다. ⓒ광주인

<광주in>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수소문 끝에 글쓴이를 만났다. 글을 올린 ㅂ씨는 “ㄱ 회장이 장애인복지정책을 악용하고 장애인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 같아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1일부터 ㄱ 회장이 운영하는 예비사회적기업 ‘ㅊ’ 회사의 팀장으로 입사해 지난달 말까지 한 달간 근무하고 그만뒀다.

한 달 간 근무하면서 그는 이 예비사회적기업의 퇴직 장애인들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올해 2월과 3월 회사가 부담해야할 4대보험료를 시각장애인 4명에게서 현금으로 각출해 낸 사실도 알게 됐다.

이 업체는 시각장애인 등을 고용해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숍으로 2013년 8월 설립해 지난해 4월1일 광주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 돼 올해 2년차를 맞고 있다.

예비사회적기업은 정부로부터 2년간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1년차는 인건비의 90%, 2년차는 80%를 지원한다.

이 업체는 애초 8명의 인건비를 지원받았으나 올해 5명으로 줄었고 지난 3월말 자체고용근로자 1명과 시각장애인 직원 4명 등 5명이 퇴사했다. 이 과정에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올해 2월화 3월 두 달분의 4대보험료 회사분을 직원들로부터 현금으로 걷었다는 것이다.

ㅂ씨는 “4대보험료 회사부담분을 직원 3명에게는 각각 7만원, 나머지 1명에게는 9만원씩을 걷어 내게 했다”며 “퇴직금을 받지 못한 시각장애인이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그는 “ㄱ 회장에게 퇴직금 문제를 넌지시 애기하자 ‘퇴사한 직원들이 일을 안 해서 퇴직금을 못 준다며 주더라도 다 줄 수 없다’고 했다”며 “장애인을 고용해 예비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퇴직한 이들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회사부담분까지 현금으로 걷은 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예비사회적기업 운영하며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악용

ㅂ씨는 또 ㄱ 회장이 예비사회적기업을 통해 장애인 활동보조지원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일 오전 ㄱ 회장을 차량으로 출근시키고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예비사회적기업의 팀장으로 근무, 이후에는 ㄱ 회장의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하는 근무조건이었다.

장애인활동보조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등으로 혼자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돕는 일을 한다. 활동보조 교육기관에서 일정 교육을 받은 후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하고 시간당 6000여원의 금액을 지원받는다.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자체고용근로자’ 1명을 둬야 하는데 ㄱ 회장은 파트타임으로 직원을 채용해 활동보조인으로도 활용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ㅂ씨는 예비사회적기업 팀장으로 근무해야 하는 오전 시간은 물론 밤 12시 넘어서까지 활동보조일을 하기도 했다. 술 시중과 술 심부름 등 원칙적으로 활동보조인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ㅂ씨는 “ㄱ 회장은 오후가 되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자주 술을 마셨다. 어떤 날은 주행거리가 하루에 250km를 넘기도 했다”며 “장애인단체 부회장과 여직원 2명, 시청 공무원 등과 광주 북구 산동교 아래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면서 고기 굽고 술 시중과 술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7시부터 밤 12시 넘어서까지 일한 경우만 네댓 차례 된다”며 “하지만 오전에 활동한 시간은 활동보조인 단말기에 올리지 못하게했다”고 덧붙였다.

ㅂ씨가 사회적기업 팀장과 활동보조 일을 하면서 받은 급여는 모두 93만3640원이었다. 사회적기업에서 54만9700원, 활동보조로 38만3940원을 받았다.

ㅂ씨는 “법대로 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번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제2, 제3의 피해자는 계속 나올 것”이라며 “악순환을 끊기 위해 문제제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ㄱ 회장, 문제 제기되자 뒤늦게 퇴직금·보험료 지급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ㄱ 회장은 뒤늦게 퇴직 장애인들에 대한 퇴직금과 4대보험 부담금을 모두 지급하거나 되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ㄱ 회장은 <광주in>과 통화에서 “(퇴직한 장애인들의) 퇴직금과 4대보험료는 모두 다 줬다"고 해명했다. 

또  활동보조인에게 술시중과 술심부름을 시킨 것과 관련 “누가 술심부름을 시켰느냐”면서도 “(술심부름도)활동보조인의 본업무에 포함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구청, “직원에 보험료부담은 문제…사실관계 확인중”

ㄱ 회장의 행태가 문제시되면서 예비사회적기업의 관할 기관인 광주 북구청은 실태조사에 나섰다. 퇴직한 예비사회적기업 직원들을 만나 올해 2월과 3월 참여근로자 4명이 회사분 4대보험료를 낸 사실을 확인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직원들에게서 돈을 걷은 것은 문제”라며 “돈을 걷어 어디에 썼는지 지출 내역 사실관계를 확인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중증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해당 장애인이 활동하기 편하도록 이동지원하거나 도움을 주는 것으로 제한하고 그 외의 다른 일을 시켜서는 안된다”며 “제도적인 미비점이 있는 만큼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이 서로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대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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