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중항쟁 35주년 국민대회서 ‘시국선언’

5·18민중항쟁 제3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대안학교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통해 “정부는 시행령을 폐지하고 인양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미산학교·실상사작은학교·지혜학교·푸른꿈고등학교 학생회 등 대안학교 학생 50여명은 이날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35주년 정신계승 국민대회’에 참석해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 성미산학교·실상사작은학교·지혜학교·푸른꿈고등학교 학생회 등 대안학교 학생 50여명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35주년 정신계승 국민대회’에 참석해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광주인

이들은 시국선언에서 “1년 전, 진도에서 세계를 울린 사고가 일어났다. 세월호는 많은 생명들과 함께 가라앉았고, 정부의 늦은 대응과 언론의 거짓보도에 대한 고발이 쏟아졌다”며 “곧 전국은 노란 리본과 ‘기억하라’라는 구호로 덮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억하라’의 참 뜻을 모르고 지낸 1년을 돌아보면 깨달았다”며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될 참사와 그로 인해 드러난 대한민국의 불안정함은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함께 살아갈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은 외면한 채 ‘기억하라’의 구호에서 ‘행동하자’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더 이상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세월호 세대로 불리는 우리 학생들은 좌절할 수 없다. 우리는 기억하고 바꿔나갈 주체가 돼 이 무거운 수식어를 가슴에 새길 것”이라며 “국민들은 사회 안의 모순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학생으로서, 역사를 바꿔온 주역인 학생으로서, 부조리한 사회의 모순을 극복할 학생으로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며 “‘기억하라’를 거울삼아 행동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학생들의 시국선언을 듣고 있던 시민들은 “이쁘다, 잘한다” 등의 격려를 하며 박수로 화답했다.

▲ 성미산학교·실상사작은학교·지혜학교·푸른꿈고등학교 학생회 등 대안학교 학생 50여명이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5·18민중항쟁 35주년 정신계승 국민대회’에 참석해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광주인


학생들의 시국선언

Remember 0416

1년 전, 진도에는 세계를 울린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 소식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안전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믿었기에 ‘전원구조’라는 문자 한 통에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세월호는 많은 생명들과 함께 가라앉았고, 정부의 늦은 대응과 언론의 거짓보도에 대한 고발이 쏟아졌습니다. 곧 전국은 노란 리본과 ‘기억하라’라는 구호로 덮였습니다.

학생도, 어머니도, 심지어는 어린 아이들까지도 ‘잊지않겠습니다’를 외치며 목에, 팔에, 그리고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습니다.

우리도 잊지 않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걸어간 팽목항에서 촛불을 밝혔습니다. 그러던 중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외치는 ‘기억하라’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입니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인한 사고가 없는 나라, 사람이 우선되어 위험에서 구조될 수 있는 나라, 외면하지 않고 손 내미는 나라, 또한 이렇게 당연한 요구를 당당히 하고 그 요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나라. 이 모두를 만들어갈 행동주체는 ‘누군가’, 혹은 ‘어른들’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우리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함께 살아갈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은 외면한 채 ‘기억하라’의 구호에서 ‘행동하자’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기억하라’의 참 뜻을 모르고 지낸 1년을 돌아보면 깨달았습니다.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참사와 그로 인해 드러난 대한민국의 불안정함은 국민 모두의 책임임을 말입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더 이상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움직여야 합니다. 세월호를 우리의 삶 깊숙이 들여 곱씹어야 합니다.

세월호 세대로 불리는 우리 학생들은 좌절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억하고 바꿔나갈 주체가 되어 이 무거운 수식어를 가슴에 새길 것입니다. 그러나 미래는, 또 이 시대는 학생들만의 목소리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첫째, 정부는 시행령을 폐지하고 인양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둘째, 국민들은 사회 안의 모순을 외면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데 힘써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정부로서, 국민은 국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민들은 이것을 외면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때에 우리는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학생으로서 다짐합니다. 역사를 바꿔온 주역인 학생으로서, 부조리한 사회의 모순을 극복할 학생으로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기억하라’를 거울삼아 행동하겠습니다. 그 첫 걸음으로 만인에게 선언합니다.
세월호를 기억합시다.

세월호 397일째, 2015년 5월17일
성미산학교 학생회, 실상사작은학교 학생회, 지혜학교 학생회, 푸른꿈고등학교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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