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봄날 언제까지 구경만 하려는가

재방송이 필요할까. 견딜 수 없이 ‘웃픈’ 봉숭아 학당의 막장 수업광경을 온 국민이 생중계를 통해서 봤다. ‘공갈치지 말라’ ‘사퇴한다’ ‘가지 말라’ 마지막 대미는 유승희의 ‘봄날은 간다’가 장식했다. 히트작품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정치민주연합, 봄날은 영영 가는가. 이미 간 것 아닌가.

■예감은 적중하는 데 맛이 있다.

예감이란 적중하는 데 묘미가 있다. 제발 맞지 않았으면 하는데 기막히게 들어맞는다. 요즘 정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하기야 빤한 것인데 특별한 소감이 있겠는가.

▲ ⓒ팩트TV 갈무리

4·29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했다. 천년아성의 난공불락이라는 광주에서도 졌다. 바로 여기서 예감이 등장한다. 책임문제다. 상식적 책임이라면 당의 지도부가 져야 하고 그 수위는 납득 할 수 있는 상식선이어야 한다. 주승용 최고위원이 1번 타자로 친노 패권주의를 패인으로 꼽았고 문재인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자신도 최고위원을 사퇴한다고 했다. 그것도 결단이다.

주위에서 말리고 그도 사퇴의사를 접었다고 한다. 8일의 최고위원회에서 주승용 최고가 다시 책임론을 거론했다. 뒤이어 정청래 최고의 ‘공갈’ 공격이 나왔다. 사퇴도 하지 않을 거면서 ‘공갈’치지 말라는 것이다. 주승용이 사퇴를 선언하고 회의장을 나갔다.

사람마다 어울리는 말의 수준이 있다. ‘공갈’이란 말은 최고위원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부적절하다. 당연히 취소하고 사과해야 한다. 여기서 예감이 등장한다. 그리고 예감은 적중한다. 박지원 의원이 등장한다.

"지도자는 결정과 그 결과의 책임만 있는 것"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지나가면 안 된다"

말씀은 그럴듯하고 아주 품격이 있지만 사실상 ‘너 그만둬라’이며 ‘나가라’다. 박지원 의원이 누군가 호남의 실질적 맹주 아닌가. 모두 그의 뒤에 서 있다. 그의 말 한마디는 지시나 다름이 없다. 박지원 의원이 무슨 말을 하든 그건 그의 자유다. 그러나 그의 말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역시 자유다.

대안은 무엇인가. 전당대회를 통해서 선출된 당의 대표를 나가라고 한다면 반드시 대안이 있을 것이다. 공무원 연금이나 세월호 특별법 같은 것은 급하지 않으니 뒤로 미루고 재보선 패배로 당의 존립을 위태롭게 했으니 다시 전당대회를 해서 대표를 뽑자든지 비대위를 구성하자든지 하는 대안 말이다.

■‘친노’가 천형의 죄인가.

지금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친노패권주의는 거의 무조건적이다. 이유불문이다. 천형의 죄인취급이다. 친노패권이란 무엇인가. 친노가 당을 장악하고 전횡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이번 재보선 패배에서 친노의 전횡과 패권주의가 패배의 원인이라고 질타한 주승용 최고위원은 친노패권의 구체적 진실을 기자가 묻자 대답을 못 했다. 그냥 막연한 친노패권이다. 새누리의 빨갱이 종북논리와 다를 것이 없다.

박지원 의원은 평상시에는 당의 단합을 항상 강조한다. 그런 박지원이 지난 당대표 선거 때 입만 열면 주장한 것이 분열주의다.

박지원 의원은 평상시에는 당의 단합을 항상 강조한다. 그런 박지원이 지난 당대표 선거 때 입만 열면 주장한 것이 분열주의다. 호남독립을 호소하면서 분열은 친노패권주의 탓으로 매도했다. 어쩌면 그토록 집요하게 지역주의에 매달릴 수가 있단 말인가. 말을 바꾸면 이것이 바로 박지원의 호남패권주의가 아닌가.

박지원 의원의 신앙과 같은 김대중 대통령은 고등학교 때부터 존경하던 유일한 정치인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언제 지역주의에 매몰된 적이 있었던가. 박지원 의원이 착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깨어있는 호남의 지식인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듣지 못하는가.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는 몇 몇 호남의 정치인들이 호남을 점점 고립화시키고 있다는 말을 남의 말로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재보선에서 호남의 유명한 정치인들이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들이 당선되도록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심지어 친노세력이 당선되느니 차라리 새누리가 당선되어야 한다는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이정현이 당선되고 천정배가 당선된 것은 반드시 친노에 대한 증오심이라고 생각하는가.

김대중 대통령 묘소 앞에서 재보선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서약을 했다. 친노가 일정 부분 '지분'을 양보하지 않으면 재보선 지원은 없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 사실을 잊었는가. 이러면서도 친노 때문에 참패했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대통령을 정쟁에 올려놓지 말라고 당부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가장 존경받는 두 분 대통령을 가장 욕되게 하는 사람들이 바로 두 분에게 정치를 배우고 따르던 사람들이 아닌가.

■누가 해당행위자인가.

항상 국민이 옳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도 믿지 않는다. 왜냐면 그 같은 전제로는 정치가 이렇게 잘못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이 주인이고 왕이란 것은 정치인들의 입에 발린 아첨이다.

▲ ⓒ팩트TV 갈무리

'농민은 밭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는 노무현의 명언도 틀렸다. 밭이 나쁘면 원망해야 한다. 아무리 옥토를 만들려고 해도 안 된다면 그것은 밭이 나쁜 것이다.

정치는 항상 그런 것이라는, 소위 전략이라는 포장으로 거짓을 관대하게 용인하는 정치풍토에서 정직한 정치는 설 자리가 없다. 지금까지 저질러 온 정치인들의 거짓과 비리와 불법을 국민이 용인함으로써 그들이 정치를 진흙탕으로 만들었다.

죄를 짓고 감옥을 제집 드나들듯 한 정치인들이 민주투사로 포장된 한국의 정치는 비극이다. 위선의 포장을 벗겨버리는 날이 한국의 정치가 바로 서는 날임을 국민이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당의 문제가 발생하면 어김없이 고개를 들고 나오는 분열책동분자들은 영호남을 가릴 것 없다. 장마철에 독버섯이다. 이런 사이비들을 솎아내야 한다. 종기는 터지기 전에 도려내야 한다. 눈에 뻔히 보이지 않는가. 화합이라는 미명으로 덮어두기에는 너무나 심각하다. 바로 이적행위기 때문이다.

술판에서 안주 집어 먹듯이 분당설이 나온다. 허구한 날 싸움이나 하려면 차라리 헤어지자는 것이지만 선거에 질 때마다 갈라서면 무슨 수로 감당하겠는가.

뚜벅뚜벅 가야 한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지도자는 필요 없다. 문재인도 그렇다면 미련 둘 필요 없다. 그런 정치인은 많다. 문재인이고 박지원이고 기대를 버려야 한다.

문재인이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했다. 박지원이 무엇을 더 기대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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