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발전사
벌어진 입이 닫아 지지 않는다. 위기를 기회라고 하지만 그 말조차 할 수 없게 됐다. 한 가지 방법은 있다. 삶을 마감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서 살아 있는 자들에게 남기고 간 선물이다. 빗자루다. 이 빗자루로 깨끗이 쓸어내야만 한다. 불법대선자금의 검은 역사. 과연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있는가.
■이게 정부냐 나라냐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고 성완종이 남긴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선물 속에는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의 생생한 모습이 드러나 있다.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조국의 모습을 보고 있다. 부끄러워도 도리 없이 그 속에 함께 포함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을 보면서 자신이 선택한 정부가 빨리 문을 닫기를 바라는 마음이 오죽하랴.
어떻게 세워진 정권이라 해도 결과적으로는 국민이 선택한 정부다. 그러나 누워서 침 뱉기라 할지라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속에는 당연히 국민 자신들의 참회도 포함된다.
성완종 메모가 나타나자 메모 속 인물들이 펄펄 뛴다. 우리 정치인들이 그렇게 깨끗하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들은 하나같이 거물이다. 이름을 보면서 얼굴을 한 번 떠 올려 보자. 얼마나 의젓하고 당당한가.
김기춘, 이완구, 허태열, 이병기, 홍문종, 홍준표, 서병수, 유정복
지극히 불쾌한 상상이지만 이들이 성완종으로부터 돈다발 받는 모습을 떠올리면 구역질이 난다. 이들은 돈을 받으며 뭐라고 했을까. 절대로 돈 줬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며 서약서를 쓰라고 했을까? 고맙다고 했을까? 도둑질하는 순간에도 양심은 소리 죽여 운다고 했으니 이들도 고통은 느꼈겠지. 그러면서 ‘어느 놈은 안 받아먹느냐’ 자신을 변명 했을 것이다.
이들은 지금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열길 스무 길 펄펄 뛴다. 설사 그들이 천 길 만 길을 뛴다 해도 믿어 줄 사람은 누구일까. 왜 검찰은 메모를 즉각 공개하지 않고 육성 인터뷰가 공개된 후에야 공개했을까. 왜 유족들에게 돌려줘야 할 유품품목에서 유서는 돌려주지 않고 복사조차 안 해 주는 것일까. 유서 속에 전염 균이라도 묻어 있어 겁이 나서인가.
까치 뱃바닥처럼 깨끗한 검찰이니까 그럴 리가 만무지만 만약 메모지를 변조하고 성완종의 글씨가 아니라며 누군가 메모 속에 인물들을 모략한다고 해 버리면 어쩔 것인가. 속아만 보고 살았느냐고 야단을 치면 슬프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야 어쩌랴.
■정치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국정원장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구속 된 나라다. 실패한 자원외교로 나라의 금고에 먼지 날릴 판이다. 나랏빚이 1천2백억, 1초에 136만 원씩 이자가 증가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는 순간 천만 원의 빚을 지는 운명이 된다. 그러나 메모에 이름이 실린 정치인들은 한순간에 몇억씩을 벌었으니 하늘이 낸 축재(蓄財)의 달인들이다.
성완종이 왜 이들에게 몇 억이나 되는 거금을 주고 이들은 왜 넙죽넙죽 받아먹었을까 하는 질문은 어리석기 짝이 없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느냐. 주는 놈이나 받아먹는 놈이나 다 잘 안다. 더구나 한국 사회에서 두 주먹만 들고 거대기업의 총수가 된 성완종은 뇌물의 효과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뇌물을 받은 자에게는 족쇄가 된다는 것 역시 잘 알 것이다. 그러나 목숨을 끊어야 하는 처참한 처지가 됐다.
성완종은 깊은 좌절에 빠졌다. 자신을 희생의 제물로 삼는다는 것을 알았다. 김기춘, 이병기, 이완구가 누구인가. 최고 실세다. 애걸했다. ‘나한테 신세 지지 않았느냐. 살려달라.’ 그러나 그들에게 외면을 당하면서 자기가 살아날 길이 없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죽음이었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앞둔 사람의 진술은 거짓일 수 없다" 박찬종 변호사의 말이다.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어보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다.
언론은 사실규명이 검찰에게 넘어갔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넘어간 공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가. 어디선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성완종의 유품인 유서를 가족들에게 돌려주지 않는 검찰의 작태를 국민들은 비웃으면서 지켜본다.
신뢰가 땅에 떨어졌던 박근혜 정권은 이제 천길 절벽 위에 섰다. 성완종도 말하지 않던가. 선거에 썼을 거라고. 진위는 나중이고 폭발음이 대단하다. 내 귀만 막는다고 국민이 안 들을 수 없다.
살기 위해서 침묵만 하고 있을 것인가. 성난 국민의 파도가 밀려온다. 피해 갈 길이 없다.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로 나간다. 국민들은 또 나가시느냐고 묻는다.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주년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하필이면 왜 그날 나가는가. 이유야 수 백 가지 댈 수 있겠지만, 국민은 또 웃는다.
■천막이 아니라 거적을 깔아도
권력자에게 국민이 두려운 것은 선거 때뿐이다. 선거 때는 주인이 됐다가 선거가 끝나면 종이 된다. 4·29 재보선이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재보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폭로된 대통령 측근의 뇌물 수수혐의다. 거기다가 그게 어디 보통 측근인가. 허태열, 김기춘, 이병기는 1대, 2대, 3대 비서실장이다. 보지 않아서 그렇지 박근혜 대통령의 마음이 얼마나 참담하겠는가. 그들을 제외한다 해도 모두가 이른바 ‘친박’이다.
친박이 무엇인가. 박 대통령과 정치철학을 공유하고 나라를 공동으로 이끌어 가는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매일같이 TV 화면을 누비고 신문을 수놓는다. 소통불통에다 이제는 대통령의 무능을 거론하는 여론이 높아진다.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어서 해외에 나간다는 말이 나돈다. 성완종의 뇌물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면 어떻게 되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정말 어떻게 해야 나라를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 성완종이 남기고 간 빗자루로 깨끗이 쓸어내야 할 것이다. 그들을 쓰레기 더미를 옆에 두고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 놓는다 해도 국민이 웃는다.
절뚝거리며 레임덕(lame duck)이 오고 있다. 다음은 데드덕(dead duck)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