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행 평화운동가, 세월호 참사 담은 <노란 리본> 시집 발표  
세월호 참사 이후 직접 현장 누비며 눈물과 가슴으로  쓴 시


'돈보다 생명을 위하여 이윤보다 진실을 위하여'
20일 오후7시 광주불교교육원에서 출판기념식

▲ 정의행 평화운동가가 세월호 아픔을 담은 시집 <노란리본>을 펴냈다. <노란리본> 표지 그림.

“애들아 어서 올라와! 끝까지 기다릴게.”
평화운동가 정의행(호남평화인권사랑방 의장)이 세월호 참사 이후 현장을 누비면서 쓴 ‘세월호 이후의 시’를 묶어 시집 <노란 리본>(문학들)을 발간했다.

민주화와 평화운동에 몸담아온 시인은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이후,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에 참여해 진상규명운동과 희생자 가족 지원활동, 세월호 인양 촉구 서명운동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 왔다.

진도 팽목항, 광주 충장로, 마을촛불 마당 등 그 현장을 누비며 발로 쓴 시편들이 이번 시집의 뼈대를 이룬다.

‘애들아 어서 올라와! 끝까지 기다릴게.’
속울음 삼키며 글을 적습니다
무심한 파도가 밀려오는 팽목항에서
아직도 바다 속 울고 있을 넋들에세
노란 편지를 바람에 띄웁니다
-「엄마손」부분

왜 이렇게 눈물이 흐르는 걸까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
수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
너 거기 있었나, 나 거기 있었나
-「거기 있었나」부분


정의행은 1980년 5월, 총탄이 빗발치는 소리를 들으며 미친 듯이 시를 쓴 적이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이후에도 그러했다. 돈과 권력에 의해 무참히 꺾여 버린 꽃들에 대한 부끄러움, 잊지 않고 행동하리라는 다짐의 발로였다.
돈보다는 생명을 위하여, 이윤보다는 진실을 위하여 시인은 현장을 발로 뛰며 시로 노래하고, 시로 외쳤다.

누구는 칠면조처럼 옷을 갈아입지만
우리는 한결같이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누구는 더 이상 아이들을 찾지 않지만
우리는 밤잠 설치며 아이들을 찾는다.

캄캄한 선실에서 문 두드리는 아이들
차가운 바닷속에서 손 흔드는 아이들
아직도 구명조끼 벗지 못한 아이들
아이들이 남김없이 돌아올 때까지는
- 시 「노란 리본」부분


김준태 시인은 이 시집의 '추천사'에서 “세월호 304명의 죽음들은 오늘, 이승을 버리기에 너무 억울하여 또 한 사람의 노래꾼을 탄생시켰다”며 정의행 시인을 소개했다.

“세월호가 탄생시킨 노래꾼은 우리 곁으로 가만가만 다가와 리본을 달아 준다. 아픔도 잊지 않게 어루만지려 함이런지 정직한 시로 우리들의 정서에 모종의 아름다운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러했듯이 늘 걸으면서 실천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끊임없이 노래를 부른다.”

이 시집의 1부는 19편의 ‘세월호’를 노래한다. 2부에는 시인 정의행이 참여한 1980년 ‘5·18항쟁’이 담겨 있다. 3부에서는 제주 강정 평화행진 등이, 4부에선 일찍이 절에 들어가 몸으로 받은 불성이 빛 발하는 서정시편이 주축을 이룬다.

                                        저자 정의행 소개

▲ 정의행 호남평화인권사랑방 의장.

1958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한때 출가했다 돌아온 뒤 광주에서 노동자로 살다가 5·18민중항쟁과 진상규명운동에 참여해 옥살이를 했고, 6월항쟁 이후 출판 일을 하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1991년<한국불교통사>를 시작으로 글쓰기를 해왔고, 2003년부터 현재까지 평화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호남평화인권사랑방 의장을 맡고 있다.

* 연락처 : 010-4563-8958 e-mail|ibaji@hanmail.net

 추천의 글

졸졸졸 흐르는 개천의 물소리가 비록 옅은 것 같지만 그 아름다움은 결국 시,서,화를 이루고 강과 바다가 된다.

우리의 어린 꽃들이 수장된 세월호 참사는 이 나라 지배자들의 모든 모순이 중첩된 험한 파도가 되어 대량 살상을 만든 사건으로 이 땅의, 아니 세계 인류사의 비극이었다.

정의행 선생의 시집, 그 내용은 비록 자상하신 어머니 말씀 같으나 맑은 정신으로 읽다 보면 이처럼 서정적이면서 깊은 시가 또 있을까 싶다.

그 엄청난 분노를 이렇게 유려한 시로 쓰다니…. 눈 들어 바라보니 푸르른 무등산 소나무숲을 배경으로 버드나무, 개나리, 산수유가 노란색이다. 산천도 추모하는 노란색 슬픈 계절에 우리는 가만히 참고만 있을 수 없다. 고요한 분노들이 반드시 그들을 심판하리라.
-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

정의행은 이제 세월호가 탄생시킨 노래꾼으로 우리 곁으로 가만가만 다가와서 노란 리본을 달아 준다. 아픔도 잊지 않게 어루만지려 함이런지 정직한 시로 우리들의 정서에 모종의 아름다운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러했듯이 늘 걸으면서 실천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끊어지지 않는 노래를 부른다. 「엄마 손」, 「풍등」, 「기도」, 「가만있지 않으마」, 「부끄러움」, 「세월호 아리랑」 등의 시편은 그래서 더욱 곱다.

그의 천성처럼 너무 슬퍼서 고운지 모르겠다. 󰡐세월호󰡑 1주기를 맞아 가신 임들의 명복을 빌며 하루 빨리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그들의 해원이 이루어지는 터전 위에서 좋은 나라, 좋은 세상이 당도하길 빈다.
- 김준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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