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뒷간에서 화두 하나가 깨진다.
어느 스님이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하고 묻자, 운문 스님이 “마른 똥 막대기”라고 했다는, ‘운문시궐(雲門屎橛)’!

대개 부처는 잘 지어진 목조 건물 한 가운데, 황금색으로 앉아 있다. 거기에 사람들은 삼배를 올린다. 그런데 똥 막대기라니. 경을 칠 일이 아닌가.

▲ ⓒ이광이

도법스님은 부처가 똥이라는 등식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이 살기 위해 밥을 먹지. 밥을 먹고는 똥을 싸지. 똥이 거름으로 가서 밥이 되지. 그러니까 사람과 밥과 똥은 같은 거란 말이지.”
“그게 그렇게 됩니까?”
“관념과 실제 가치는 다른 거야. 사람은 좋고, 밥은 그저 그렇고, 똥이 더럽다는 것은 관념이지. 실제로 셋은 평등하고 온전한 가치를 갖지 않나? 신이 뭐야? 배고픈 자에게 신이 뭘까? 간디는 밥이라고 했지.”

실상사 뒷간은 2층 구조다. 공양간에서 밥을 먹고, 뒷간에서 똥을 싸면 똥은 2층에서 1층으로
떡하고 떨어진다. 그것이 모아지면 낙옆으로 덮는다. 똥 막대기로 적당히 뒤집는다. 잘 썩으면 창고로 옮긴다. 똥은 거름이 되고, 거름은 밭으로 간다.

팻말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뒷간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기 전까지 먹을거리를 키우는 소중한 거름이 만들어지던 공간이었습니다. 쌀을 비롯한 온갖 채소들은 똥오줌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농토와 쌀로 되돌리지 못하는 수세식 화장실은 겉은 깨끗해 보이지만 우리가 식수로 사용하는 강물을 오염시키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 ⓒ이광이

땅을 살리고 먹을거리를 살리며 농사짓는 농부님을 살리고 그 쌀과 채소를 먹는 우리들의 생명을 살려내는 일은 똥을 제대로 대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냄새는 좀 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를 되살리는 고마운 생명의 향기입니다.’

똥을 누며 배운다. ‘똥은 밥이 되고 밥은 똥이 됩니다. 이 생태뒷간에서 만들어진 퇴비는 실상사농장에서 사용합니다. 여러분의 똥은 쓰레기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하늘입니다.’

도뻡스님이 사람과 밥과 똥이 같다고 말하면서, 스님이 사는 절 실상사에서 똥을 똥으로 취급했다면, 그것 또한 관념에 불과했을 것이다. 개라는 관념은 짖지 않는 법이니까. 하지만, “깨달으면, 알면 뭐하나? 실천하지 않으면 헛것이지.” 도뻡스님이 늘 하는 말처럼, 실상사 뒷간에서 똥은 밥으로 살아나고 있다.

두두물물무비불(頭頭物物無非佛), 세상 모든 것이 부처 아닌 것이 없다. 사람이 부처이니, 사람과 같은 똥이 부처가 된다.

“운문스님, 그 똥 막대기에 절이나 하러 가실까요?”
‘운문시궐’은 실상사 뒷간에서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 ⓒ이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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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창화담>은 산사 이야기와 범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연재를 맡은 이광이 님은 <무등일보> 노조위원장과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체육부 공무원 그리고 도법스님이 이끈 조계종 총무원의 자성과 쇄신 결사에서 일 했습니다. 저서는 동화 <엄마, 왜 피아노 배워야 돼요?>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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