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도 잃고 집도 잃고 갈 데도 올 데도

홀로 살고파 왔을까
홀로 울고파 왔을까
돌아가지 않는 길 잃은 철새
밤은 깊어서 낙엽은 쌓이는데
흐느끼는 소리만 흐느끼는 소리만.


최희준이 부른 ‘길 잃은 철새’의 가사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 왜 ‘길 잃은 철새’를 머리에 떠올렸는가. 요즘 철새가 하도 유명한 인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면 살 곳을 찾아 떠나는 철새. 철새는 떠나기 전에 무슨 생각을 할까.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왜 철새를 왜 비난하느냐고 항의를 할 것이다. “우리는 떠나지 않으면 죽는다. 수천 리, 수만 리 하늘을 목숨을 내놓고 날아 가야 한다. 가다가 떨어져 죽기도 한다. 죽기 살기로 떠나야 한다.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건다.”

철새의 항의는 지극히 당연하다. 철새는 누구의 가슴을 아프게도 하지 않고 사회통념에 배치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냥 살기 위한 본능을 좇는 것이다. ‘미안하다 철새야. 너희를 욕하는 게 아니란다.’

■인간 철새

두 발 달린 짐승이 자기 맘대로 가는데 웬 말들이 많으냐. 이렇게 따지고 든다면 할 말이 없는가. 아니 있다.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정치인은 발 달렸다고 아무 데나 맘대로 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왜냐면 정치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는 국민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정치인의 의무이자 정도(正道)다.

▲ 세월호 참서사 1주기를 앞두고 삭발한 유가족들이 영정을 들고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팩트TV 갈무리

철새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비단 오늘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특히 이번 철새에 대해서 비판이 많은 것은 어떤 구실을 붙여도 납득이 안 되기 때문이다. ‘새’들이야 동남아로 가든 러시아로 가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잘 가서 건강하게 지내고 다시 돌아오면 다행이다. 그러나 인간 철새들의 경우는 다르다. 정치를 황폐시키기 때문이다.

정치 지도자의 모습은 어때야 하는가. 정치 지도자들이 가는 길은 후세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정치사를 통해서 철새정치인이 칭찬을 들은 적이 있었던가. 어느 철새 정치인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도 ’철새‘라고 폄하했다. 기가 막힌다. 아무리 자기 똥은 냄새가 안 난다고 하지만 감히 같은 반열에 올려놓을 용기가 난단 말인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이루어지는 단초가 이번 4·29 재보선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4·29재보선에서 승리를 해야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정권교체의 희망이 없다는 절망감을 씻어낼 수 있다. 지금 철새들의 행동으로 국민들의 좌절감이 정치포기로 연결된다면 심각한 문제다. "인간 철새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열을 올리는 소리를 들으며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상복에 영정들고 비 맞으며

대통령이야 워낙 국사에 바쁘겠지만, 국민들은 보았을 것이다. 머리를 삭발한 세월호 참극의 유족들이 아들딸의 영정을 가슴에 안고 상복을 한 채 걷는다. 영정을 안은 가슴속에서는 피눈물이 흐를 것이다. 자식을 길러보았든 아니든 이는 인간 본연의 감정이다. 그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국민들의 숨죽인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세월호의 비극은 돈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왜 우리 자식들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비참하게 버려진 짐승처럼 죽었는지 원인을 알자는 것이다. 부모들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하고 이들의 요구를 들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국가의 의무다. 그런데 왜 이리도 핑계가 많고 말이 많은가. 사람의 도리는 해야 한다.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국가를 국가라 할 수 있는가. 세월호는 즉시 인양해야 한다. 유족과 국민에게 약속 해야 한다.

김진태란 새누리 국회의원이 세월호 인양을 반대했다. 인양하는데 사람이 다치기 때문이란다. 그의 말대로라면 세월호 침몰도 구출과정에서 사람이 다칠까 우려해서 방치했어야 하고 그게 옳다는 것이 아닌가. 사람이면 사람 같은 소리를 해야 한다. 그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다. 땅을 칠 노릇이 아닌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인간철새와 선거

4·29 재보선에서 야당이 승리했다고 해서 세상이 금방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정권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며 새누리당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는 의미가 있다. 정신 차리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철새들의 분별없는 행위가 비판을 받는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철새 중에 하나는 처절한 비극의 고장 단원에서 국회의원을 네 번이나 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출마가 아니라 세월호 유족들과 슬픔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의 가슴은 그토록 차가운가. 그를 네 번이나 국회로 보내 주었던 단원구 주민 중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더이상 말을 잃는다. 이렇게 사람이 망가지면 안 된다.

사람은 염치가 있어야 한다. 염치가 없으면 짐승이라고 부른다. 철새들은 어떻게 염치를 찾을 수 있을까. 길도 잃고 힘든 날갯짓에 지쳤을 것이다.

길 잃은 철새가 갈 곳은 어디인가. 길도 잃고 집도 잃고 올 데도 갈 데도 없는 하늘의 미아가 되는 것은 아닌가. 날개를 접어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도 살고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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