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보기 부끄럽지 않은가

참으로 세상이 고약하게 됐다. 기막히게 예쁜 여성의 하소연이 예사롭지 않다. ‘창피해 죽겠다!’는 사연을 물으니 어느 병원에서 뜯어고쳤느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눈을 어디서 째고 코는 어디서 치켜세우고 턱은 어디서 깎았느냐. 가슴은 어디서 불렸느냐. 이쯤 되면 미인수난시대라고나 할까. 여학교에서 방학이 끝나면 벌어지는 코미디가 ‘너 새로 전학 왔니?’다. 방학 동안에 모두 뜯어고쳐서 몰라본 것이다.

코를 높이고 눈을 크게 하는 정도는 많이들 알지만, 이제는 아래위 턱을 잘라 깎아 맞추는 (양악)수술로 4각형을 타원형으로 만드는 데는 조물주가 한탄할 것이다. 그러나 얼굴만 바꾸면 뭐하랴. 고약한 마음을 바꿀 수가 없다. 이럴 때 쓰는 말이 개발에 편자다. ‘청보(푸른도자기)에 개똥’이다.

페이스오프(FACE OFF)는 선과 악의 얼굴이 바뀌는 영화인데 그 얘기는 덮자.

■가죽을 벗겨 드릴까요.

원래는 제목을 ‘얼굴 가죽을 벗겨 드릴까요’로 했는데 너무 끔찍해서 바꿨다. 옛날에 우연히 도축장 구경을 한 적이 있다. 소의 가죽이 벗겨지고 뼈와 살이 분리되는 과정이 참으로 끔찍했다. 솜씨가 얼마나 기막힌지 가죽과 뼈에 고기가 전혀 붙어 있지 않았다. 혹시 이런 대단한 재주가 성형수술의 원조가 아닌가. 바보 같은 생각이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가. 세상에 부끄러운 짓을 했을 때는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한다. 하늘도 부끄럽고 사람 보기도 부끄럽기 때문이다. 이럴 때 얼굴을 바꾸는 재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제임스 케그니’가 주연한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란 영화가 있다. 우리 정치인들이 몹시 부러워할 것이다. 얼굴 보이기가 창피한 짓을 했다면 그때마다 얼굴을 바꿔서 살면 그보다 더 편한 세상이 어디 있을까. 그게 안 되니 얼굴 들고 다니기 부끄러운 짓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말이다.

“앞으로 국민 행복시대를 열어나가겠다" 누가 한 말인지 국민은 모두 알 것이다.

■정치생명을 걸겠다.

정XX이라는 국회의원이 있다. 약속대로라면 그는 지금 국회의원이 아니어야 한다. 국가기밀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유출했고 국가기밀 누설죄로 벌금 1천만에 처해졌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그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다’고 약속했다. 그러니 정치생명인 국회의원도 끝난 것이다. 며칠 전 TV를 보니 베지를 달고 있다. 가짠가?

그가 저지른 ‘국가기밀누설죄’란 자신이 공직에 있을 때 취득한 기밀을 누설한 건데 그것도 왜곡시켜 누설했고 대통령선거에 써먹었다. 그의 거짓말로 나라를 1년 동안이나 혼란에 빠졌고 대한민국 정부를 외국에서 믿을 수 없게 개망신을 시켰다.

▲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SNS

범죄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2012년 국정감사장. 정XX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란 것을 꺼내 들고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폭로했다. 문재인 후보는 노 전 대통령과 더불어 영토를 포기한 비서실장으로 매도됐다. 그는 2012년 10월 12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NLL 관련 ‘영토주권 포기’ 발언은 사실”이라고 박박 우겼다. 그리고 오늘의 전과자가 됐다. 국민의 대표다.

여기에 함께 춤을 춘 사람이 지금 새누리당의 대표다. 그들은 인간의 얼굴이 저토록 흉악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어떤가. 정치생명 걸 것 없이 얼굴만 바꾸면. 마취 잘하면 고통 없이 바꾼다고 한다. 얼굴을 바꿔야 할 사람들이 어찌 그들뿐이랴. 대선공약을 휴지로 만든 지도자도 있다.

지역감정이 망국병이라는 것을 모르는 정치인은 없다. 그러나 가장 잘 써 먹는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다. 지난 번 이완구 총리 인준과정에서 보여 준 충청출신 새누리 의원들의 모습은 스스로 국민의 대표임을 포기했다는 선언이나 다름이 없다.

10개 가까운 비리의혹에 휩싸인 이완구 후보를 감싼다고 들고 나온 충청출신 이장우·김태흠·홍문표. 이들은 야당이 충청인을 변방의 이민족으로 전락시켰다고 핏대를 올렸다. 그리고 충청지역에 걸린 현수막의 내용을 보면 기가 막힌다. “충청총리 낙마하면 다음 선거 두고 보자” 충청출신 친구들이 무척 답답한 모양이다. 너무 창피하다고 했다. 아직도 ‘핫바지’ 효과에 향수를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따로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고향 망신 시키고 지역감정 조장에 매달리는 정치인들이 바로 국론분열의 주범이다. 망국병의 세균이다.

얼굴 두꺼운 사람들이 비단 정치인들뿐이랴. 빼놓으면 서럽다고 통곡할 인물이라 빼놓을 수가 없다. 일부 언론인과 대학교수라는 사이비 지식인 그리고 평론가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시사프로그램 장사꾼이다. 며칠 전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1주일에 출연회수가 최고 53회에 달하는 인물들이 있다고 한다. 오뉴월 메뚜기도 이렇게 뛰지는 않는다. 벌써 짐작하는 인물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출연하는 곳은 종편을 포함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장터다. 재방송이 있다해도 53회 출연이라면 밥은 언제 먹는지 택시 속에서 김밥 먹는지, 영양실조 십상이다. 특히 사회를 본다고 가운데 떡 앉아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꼴을 보면 그냥 불쌍하다는 생각뿐이다.

그걸 방송이라고 하느냐면 ‘어느 놈은 별놈이냐’고 되받는다. 그야말로 아주 내 논 자식이다. 따지고 보면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시류에 따라 표류하는 그들의 생각이 세상을 망치는 세균이다. 언론인이 포함된 김영란 법에 속이 부글거리면서도 말을 못하는 기자들의 가슴은 얼마나 상해 있을까. 그러나 안다. 자업자득의 형벌임을 아는 기자들도 많다는 것을.

국회의원들은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항의를 할 것이다. 속으로 화가 날지 모르지만, 항의를 하는 건 뻔뻔한 짓이다. ‘논두렁 시계’는 국정원의 작품이라는 말이 당시 대검 중수부장인 이인규의 입에서 나왔다. 이게 보통의 폭로인가. 허나 조용하다. 당시 목이 쉬게 떠들어대던 기레기들도 입을 닫았다. 노무현 사저를 ‘노방궁’라던 조선과 동아와 홍준표. 이들은 아직도 입을 달고 다닌다. ‘논두렁 시계’를 들먹인다고 나라가 미쳐 돌아간다‘는 김진태도 있다.

봉하마을, 노 대통령 묘소를 찾는 얼굴들이 있다. 김무성도 홍준표도 조현오도 다녀갔다. 김기춘이 왔었나. 원세훈도 감옥살이 끝나면 올 것인가. 이인규·우경우·홍만표 등도 보고 싶다. 문득 봉하마을에 성형외과 개업하면 돈 좀 벌겠다는 생각이다. 요즘 전두환·이명박이 잘도 돌아다닌다. 그들의 얼굴에 비하면 국회의원들이야 ‘새발에 피’다. 흔히들 뻔뻔한 인간들을 가리켜 ‘낯짝’이 두껍다고 한다. 맞다. 보통 낯짝이 두꺼운 게 아니다. 아무래도 원래 칼럼 제목으로 돌아가야 될 것 같다.

“얼굴 가죽을 벗겨 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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