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노동자의 파업

자본주의는 자본가가 노동자로부터 노동력(예: 8시간의 노동)을 구입하고 이를 생산과정에 투입하여 이윤을 뽑아내는 사회다. 자본가들의 이윤에 있어서 노동력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조건이다.

‘파업’은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에게 팔았던 ‘노동력’의 제공을 중단하는 행위를 말한다. 노동력 제공이 중단되면 생산을 비롯한 각종 산업 활동은 멈추게 되며 큰 혼란에 빠져 자본가의 이윤은 ‘0’이 된다.

자본가 입장에서는 그야 말로 최악이다. 반면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파업은 자본가들의 이윤 축적 시스템에 일대 타격을 가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투쟁 수단이 된다.

▲ 지난 12일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민중의소리 갈무리

파업은 성격상 ‘경제파업’과 ‘정치파업’으로 구분 된다. 경제파업은 임금과 복지 등 경제적인 문제와 연관되며 정치파업은 국가 권력을 상대로 법제도 개선과 정권 퇴진 등 정치적인 문제를 대상으로 한다.

또한 파업은 범위 면에서 보면 업무상 중요한 일부만 감행하는 ‘부분파업’과 전국적 또는 산업 전반에 걸쳐 대규모로 행해지는 ‘총파업’으로 나뉜다.

이 밖에도 시한을 정해서 하는 시한부 파업, 파업과 조업을 번갈아가며 시행하는 파상파업, 여러 개의 노동조합들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꺼번에 감행하는 연대파업 등이 있다.

최근 민주노총이 결정한 ‘4월 총파업’은 박근혜정부의 반노동정책과 각종 노동탄압에 맞서기 때문에 정부를 대상으로 한 ‘정치파업’이며 전국의 조합원들이 참여 하기에 민주노총 자원의 ‘전국 총파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노동탄압을 받고 있는 사업장을 지원하기 때문에 ‘연대파업’으로 분류된다.

파업의 결정 요인은 쪽수!

파업의 힘은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좌우되지만 대체로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파업 대열에 참여하느냐 소위 ‘쪽수’문제가 가장 큰 변수가 된다. 기업의 정상조업을 중단시키려면 노조원의 50%가 아닌 100%가 파업대열에 참여하거나 또는 정상조업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주요 부서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반대로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회사업무에 합류하는 숫자가 늘어난다면 파업의 효과는 그만큼 저하되며 결국 파업은 패배하고 업무복귀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런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게 된다.

파업을 제압한 자본에 의해 또 다른 노동탄압이 등장하며 노조는 지도부 총사퇴나 대규모 노조탈퇴 등 혹독한 내분을 겪게 된다. 그래서 노동조합이나 파업지도부는 파업을 감행할 시, 참여율을 얼마나 높게 끌어올리느냐에 반대로 정부나 자본가는 이를 얼마나 낮추느냐에 사활적인 이해가 걸리게 된다.

민주노총과 ‘뻥파업’

민주노총은 지난 20년의 역사 동안 수많은 총파업을 감행했지만 상당수가 불발이었다. 금속노조와 한두 개 산별노조가 총파업을 감행했고 참여율은 10~20% 수준이었다. 많은 노동조합들에서 극소수 간부 파업으로 축소시켜왔다. 광주역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는 광주권 3만 명의 노조원 중에서 1,000여명이 참여했고 어떤 파업집회는 채 5백도 되지 못 한 적도 많았다.

지금까지 민주노총 총파업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96~97년 노동법 안기부법 날치기 저지 총파업 정도만 기억에 남을 뿐, 총파업이란 단어를 갖다 붙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민주노총 총파업 하면 ‘뻥파업’이란 오명이 씌워졌고 총파업 대신 ‘총력투쟁’이라는 기상천외한 용어를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노동운동은 대중운동이다. 대의에 입각해야 하며 다수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함께 움직일 때, 노동운동은 활짝 피게 된다.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은 노동자들은 둘째 치더라도 자기 조합원들조차도 총파업에 합류시키지 못한다면 과연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어떤 정권, 어떤 자본가가가 그런 민주노총을 두려워하겠는가? 총파업 참가자가 적다면 싸움은 해보나 마나 게임은 이미 끝 난거나 마찬가지다.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은 정리해고 투쟁의 대명사인 쌍용자동차 노조의 수장으로서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연대총파업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뼈에 새기고 있다. 그러나 총파업은 소수 지도부의 의지나 각오로만 성사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민주노총 노동조합들은 강고한 투쟁정신과 노동자 사상 대신에 관료주의, 연대 기피주의, 실리주의가 득세하고 있으며 결코 존재해서는 안 될 생활 문화적 독버섯들이 한웅큼 씩 자라고 있다. 소위 무늬만 민주노총인 노동조합들이 수두록 한 셈이다.

노동운동의 미래, 확실한 방향 설정과 실천 활동에 달렸다.
민주노총이 뻥파업의 불명예를 벗기 위해서는 현단계 노동운동의 문제점에 대해 깊은 성찰과 해결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조합원 대중 속으로 들어가 밑으로 부터 힘을 키워내야 한다. 조그마한 사안이라도 사력을 다해 연대투쟁을 조직해야 하며 철탑, 굴뚝, 아스팔트에서 싸우는 노동자들과 함께 해야 한다.

▲ 정찬호 노동활동가

민주노총 지도부가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는 없지만 최소한 올바른 노동운동이 무엇인지는 안내해야 하며 노동운동을 성장시키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치되는 4월 총파업이라고 애써서 지지를 표할 수도 있겠지만 총파업은 뚝딱! 하면 뭐든지 쏟아지게 하는 요술방망이가 아니며 노동운동이 약화되어 있는 조건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노동운동이 제 역할을 해내고 대다수 노동자 민중들의 지지를 얻는 길은 생각보다 멀 수 도 있고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을 수 도 있다. ‘가야할 방향을 명확히 하고 굳건히 실천한다면 열리지 않을 길이 어디에 있겠는가? 총파업도 그 어떤 투쟁도 마찬가지이지 않겠는가?

비정규직 철폐와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위해 정권과 자본이 벌벌 떨게 할 그야말로 전국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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