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국민이 버릴 차례다

‘청맹과니’라는 말이 있다. 눈을 뻔히 뜨고도 보지 못하는 인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여기에다 청각까지 고장이 나면 완벽한 인간 불합격품이다. 이런 인간들을 골라내라면 누구를 골라낼까. 만약에 정치인들을 골라낸다면 국민들은 뭐라고 할까. 박수를 치지 않을까.

국민들이 모두 실의에 빠져 있다. 먹고 사는 것도 힘이 들지만, 그거야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마음만은 좀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은가. 방법이 무엇인가.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다. 희망이 보인다면 먹고 사는 거 힘들어도 ‘조금만 참자’ 하고 견딜 수 있다.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후보에 나선 박지원, 문재인, 이인영 후보. ⓒ광주인

대통령의 공약은 이미 국민들 뇌리 속에서 사라졌다. ‘레임 덕’이니 ‘데드 덕’이니 하는 끔찍한 소리가 겨우 집권 2년인 시점에 벌써 언론을 장식한다. 우리 역사상 아직 이런 적은 없었다. 끔찍한 일이다.

바로 여기서 국민들이 희망을 잃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대안이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 답답하다. 똘똘하고 강력한 야당이 있다면 정부 여당이 저렇게 바보처럼 멍청한 정치를 할 수 없다. 오죽하면 새누리 2중대란 오명을 쓰고 살아야만 하는 야당인가.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는 것이 이번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다.

수권 능력을 갖춘 유일한 야당이라고 할 수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당대회를 빛이 번쩍 나게 제대로 치르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들을 발표한다면 쓰린 뱃속에 따스한 차 한 잔 마시는 격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보았듯이 전당대회를 하루 남긴 시점에서도 싹이 노랗다.

도대체 국민이 어떻게 보이기에 이따위 행동을 한단 말인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그들 눈에는 당 대표라는 감투만이 보인단 말인가.

■뼈마디에 ‘사리’가 생겼을 것이다.

어느 후보가 한 말이다. 비단 그 후보만이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국민이다. 국민들은 뼈마디가 아니라 세포마다 고통의 ‘사리’가 생겼을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맛있는 음식도 몇 번 먹으면 질린다. 그러나 허구한 날 입만 열면 쏟아 낸 ‘꿩 먹고 알 먹고’ ‘당권 대권 분리’ 소리는 귀에 ‘더께’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그렇게도 국민과 당원에게 제시할 정책과 비전이 없단 말인가.

이판사판, 다시는 안 볼 사람처럼 독설을 쏟아내는 후보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점점 왜소해 지고 사라져 버린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은 수직으로 추락하고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추세에 있는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찬물을 끼얹는 행위야말로 해당행위가 분명하고 국민이 도저히 용서 못 할 짓이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공개토론에서 앵커의 말을 맘대로 끊는 행위야말로 토론의 기본도 모르는 행위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탈당·분당·신당창당 세력들이 들썩인다. 이게 바로 하늘이 준 기회가 아니라 아군이 적에게 준 기회가 아닌가. 적이 아무리 실력이 없어도 적보다 못나면 싸움에서 필패다.

선택은 국민과 당원이 한다. 치사하고 더럽게 굴지 마라. 전당대회장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걱정들을 한다. 망하기를 원한다면 전당대회에서 아예 정당 해산을 선언하는 게 편하지 않은가.

정치인들은 ‘청맹과니’일지라도 국민은 아니다. 국민은 눈 똑바로 뜨고 귀 크게 열어놓고 보고 듣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전당대회가 새로 태어나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한다.

당신들은 국민들이 불쌍하지도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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