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의 모기업이라는 금호산업(금호고속)에 대해 채권단의 매각 절차가 공시됐다.

지난해부터 매각 이야기가 수면에 떠오르면서 박삼구 회장과 구사대들은 매각 반대를 외치며 채권단을 규탄해 왔고 급기야 채권단이 고용한 용역직원들과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역의 경제단체들도 금호가 향토기업임을 내세워 매각 반대 목소리를 내왔으며 여러가지 면에서 금호문제는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금호는 우리 지역에 뿌리를 두었으며 광주고속의 추억을 떠올리는 지역민들에게는 대표적인 향토기업이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설립,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등 문어발식 확장 등으로 발생한 엄청난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매각과 워크아웃 등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금호타이어가 5년 만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났지만 계속되는 그룹위기는 모기업이라는 금호산업의 매각까지 일정에 오르는 등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모기업을 박삼구 회장이 재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부터 삼성, 롯데, 신세계. CJ 등 대형 유통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결국은 아시아나 항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향후 경제 분석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양육강식 자본 시장에 감정적 호소라니....

그런데 작금의 사태에 대해 몇 가지 재고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본다. 금호가 향토기업이라서 매각에 반대하고 그렇지 않으면 찬성해야 하는가? 이 대목에서 필자는 자본의 운동을 들춰보지 않을 수 없다. 자본은 이윤 덩어리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한다.

수요가 있는 시장을 장악하고 경쟁 상대를 물리쳐 독점체를 형성하고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는 그 순간에도 운동은 결코 멈추지 않으며 또 다른 먹이감을 찾아 나선다. 양육강식 무한 경쟁을 바탕으로 중소자본은 도태되거나 잡아먹히고 큰 자본은 독점화되며 지역을 넘고 국경을 넘어 시장을 전세계로 확장시킨다. 즉 더 많은 시장을 장악하고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여 부를 쌓아가는 것이 자본의 운동인 것이다.

이러한 운동 양식을 무시하고 “금호는 향토기업이니 주인 역시 금호여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면 과연 어찌될까? 타 대기업들이 지역민의 정서를 고려하여 향토기업을 지켜주는 데 동참해줄 수 있을까?

이거야말로 피 튀기는 전쟁터에서 총알이 떨어졌지만 ‘이 고지는 애초 우리 것이었으니 니들이 깃발을 꽂으면 안 된다’고 우기는 코미디에 마찬가지라고 본다. 여타 대기업들에게 금호는 금융부실만 떨면 황금알을 낳을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 지분율까지 장악하게 되면 항공업까지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뿐이다.

▲ 광주 서구 광천동 터미널 유스퀘어 전경.

지역민의 정서나 감정으로 금호의 매각을 막겠다는 것은 순전히 금호 박삼구 회장 일가와 그 수하들의 그저 소박하기만 한 바램이며 더 이상 기댈 수 없는 서글픈 몸부림일 뿐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광주은행 매각에 대해 지역사회 일부는 유사한 논리를 폈다. “광주은행이 지역상공인들 어쩌구 저쩌구...” 하였지만 결과는 타 은행에게 팔렸고 이로 인하여 지역 상공인들의 금융지원이 막혔다거나 지역민들에게 높은 이자를 물린다거나 그런 소식은 접해보지 못했다. 광주은행이 타 지역 자본에게 팔리면 마치 지역경제가 두 동강 날 것처럼 떠들어 대던 목소리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금호그룹이 채권단과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우선인수협상에 제시했던 가격이 몇 배로 뻥튀기 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시장논리로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상품을 더 높게 팔수 있는 길이 있는 데 과연 어느 누가 턱없이 낮은 가격에 내놓을까? 구매자가 없어서 떨이라면 몰라도... 채권단이라 불리 우는 금융자본도 결국 자본 운동의 한 영역에 불과하다.

그들 역시 부실을 떨고 이윤을 남겨야 하며 다른 산업자본에게 더 큰 이자놀이를 해야 한다. 그래야 더 강해지며 금융왕국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호는 애초대로 낮은 가격과 나만이 협상대상자여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력이 되면 구매하고 그렇지 않으면 손터는 것이 경제의 기본 아닌가?

노동자들의 생존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금호를 국내 대기업이 인수하든 외국자본이 인수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금호 구성원들의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든 기업의 매각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매각 과정에서 정리해고와 임금삭감, 비정규직 등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몰아친 것이 사실이다. 국가가 나서서 자본의 운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기에 노동자들과 인수한 자본 간의 충돌은 항상 불가피해 진다.

▲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파업 결의대회. ⓒ광주인

그러나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돌이 싫다고 미래가 불투명한 금호를 지지할 수 도 그렇다고 더 온순한 자본을 찾아 나설 수도 없다. 이윤축적에는 자본의 운동이 똑같이 작동되기에 그러한 차이는 언제든 상황에 따라 돌변하게 된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소유권 문제에 노동자들의 권한이 거의 제로(0)나 다름없기에 매각이나 M&A에 맞선 행동반경 역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래도, 저래도 결국 칼끝은 노동자를 향한다. 이에 노동자들 또한 맞대응을 준비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과 투쟁이 얼마이냐에 따라 많은 상황들이 결정돼 왔다. 힘없이 무기력한 경우는 자본의 요구대로 빼앗기거나 길거리로 내쫓겼고 그렇지 않고 저항이 진행된 경우는 사회적 반향을 불러오면서 여러 가지 대책이 등장했다.

지역사회든 노동자든 무의미한 향토기업론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은 협심하여 매각 과정을 감시하고 고용, 임금, 노조 3승계를 주장하고 부의 지역사회 환원이라는 화두를 꺼내드는 것이 이번 금호매각을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박삼구회장이 금호타이어 지분을 어떻게 쓸 것인지? 금호산업을 인수한 자본이 아시아나항공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래저래 앞으로 몇 년 동안은 금호그룹 문제로 지역경제가 출렁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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