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법, 불의인(依法不依人)’
도법스님이 늘 강조한 부처의 유언이다. 법에 기대고, 사람에게 기대지 마라는 뜻.

“아난다여, 나는 이제 늙고 지쳤다. 인생의 기나긴 길을 걸어와 어느덧 여든 살에 이르렀다. 마치 낡은 수레가 가죽 끈의 도움으로 간신히 움직이는 것과 같구나.”
부처가 차팔라 사당에서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렇게 말하고는 이른바 ‘4대 교법’에 대해 당부한다.

“만일 수행승 중에 누군가가 ‘이것은 부처님으로부터 친히 들었다, 이것은 규정에 맞는 교단에서 들었다, 이것은 많은 장로들로부터 들었다, 이것은 한사람의 유능한 장로에게서 들었다.’고 하는 네 경우에

그 자리에서 바로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마라. 하나하나의 말을 잘 생각해서 성전의 문구에 비추어 본 다음 태도를 결정해야 한다.”

▲ ⓒ이광이

여기서 유명한 ‘자등명(自燈明) 법등명(法燈明)’이 나온다. 자등명은 네가 너의 등불이라는 뜻이고, 법등명은 진리가 너의 등불이라는 뜻이다.

“아난다여, 내가 입적한 뒤에도 자신을 등불로, 의지처로 삼아야지 남에게 의지하지 말라. 진리를 등불로, 의지처로 삼아야지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라. 그런 사람이 내 뜻에 가장 맞는 사람이다.”

도법스님은 이렇게 요약한다. 세상은 누구한테 기댈 것 없다. 힘이 쎄다고, 권위가 있다고 옳은 것은 아니다. 기대지도 말고 굽히지도 마라. 스스로 사리 분별하여 실천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사람들 간의 갈등과 논란이 있는 경우도 사람에 의지하지 말고, 법에 의지하라.

내가 부처라면, “살다가 뭣이 어렵고 곤란한 경우가 나오면 윗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정의냐 불의냐가 딱 부러진 것 말고 애매한 것이 나올 때는 엔간하면 사람들 많은 쪽에 서라.”고 하지 않았을까?

낡은 수레에 비유하는 부처의 마지막 모습은 얼마나 인간적인지, 다가가서 따뜻한 손이라도 한번 만져주고 싶다. 하지만 뒤이은 그의 유언, ‘사람에게 기대지 말라. 스스로 바로 서라.’는 말은 얼마나 지혜롭고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는지, 바늘구멍 하나 들어갈 틈이 없고 얼음처럼 단단한 이성이다.

** <절창화담>은 산사 이야기와 범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연재를 맡은 이광이 님은 <무등일보> 노조위원장과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체육부 공무원 그리고 도법스님이 이끈 조계종 총무원의 자성과 쇄신 결사에서 일 했습니다. 저서는 동화 <엄마, 왜 피아노 배워야 돼요?>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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