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호타이어노조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1노조 조합원이 2노조의 전직간부에게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살한데 이어 2노조 사무실의 집기와 유리창을 깬 1노조 조합원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노노갈등 점입가경’이라며 지역 언론들은 호들갑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5년간 진행된 워크아웃을 벗어났으며 이에 1노조는 워크아웃 기간 동안 임금 및 복지 삭감분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이번 사태로 인하여 노사 협상과 노조의 일정이 지체되는 등 적잖은 파행을 겪고 있다.

▲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 회사의 워크아웃 졸업 하룻만인 지난해 12월 24일 부분파업 집회를 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제공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조합원 3천여 명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1노조와 조합원 200여명의 상급단체를 정하지 않은 2노조가 존재한다. 이들 두 노조는 애초 한 노동조합이었다.

그러나 5년 전 워크아웃 정리해고 투쟁을 벌이면서 노조의 분리가 시작된다. 당시 집행부가 투쟁을 회피하자 탄핵 총회가 소집되기도 했고 현장에는 집행부와 사측과의 밀약설이 떠돌기도 했다. 그 후 새로운 집행부가 등장하여 이들에 대해 징계 수순을 밟자 전 집행부 세력이 기존 노동조합을 탈퇴하고 결성한 것이 지금의 2노조다,

결성 과정에서부터 2노조는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에게 워크아웃 기간 동안 임금삭감과 각종 희생을 겪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원망과 비난을 피할 수 없었고 이를 반영하듯 노조원 규모도 200여명 수준으로 전체 10%를 넘지 못했다.

2노조 설립 후, 현장에서는 두 노조 조합원들 끼리 크고 작은 언쟁과 따돌림 현상이 벌어졌고 최근 파업을 비롯한 1노조 투쟁에 2노조는 일체 합류하지 않고 각자 따로 회사 측과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다. 특히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대표교섭노조를 결정하지만 사측이 두 개 노조 모두의 교섭권을 받아주면서 노노 갈등은 자본의 이해에 따라 요동치게 된다.

최근 두 노조 사이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이 개인적인 관계로 발생한 것은 맞지만 엄밀히 들여다보면 워크아웃투쟁과 복수노조를 둘러싼 불편한 동거가 그리고 금호타이어 자본의 술수가 저변에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1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복수노조법에 의하면 하나의 기업에서 부서별, 업무별, 공장별, 등 다양한 이유로 노동조합을 몇 개든지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금호타이어에 두 개의 노조가 존재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복수노조는 지난 70~90년대 어용(유령)노조에게 노동조합 활동이 차단당하자 전노협과 민주노총으로 이어지는 민주노조 진영이 내세운 ‘자주적 단결권’ 중의 하나였다. 복수노조법 시행으로 일부 삼성그룹이나 버스업계처럼 어용(유령)노조를 뚫고 민주노조가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그 정반대의 흐름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만도기계, 유성기업, 코오롱, 쌍용자동차, 보워터코리아 등의 경우처럼 민주노총 소속 노조 내에서 2노조가 건설되어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파업을 파괴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구조조정이나 장기투쟁 사업장에서 어김없이 친회사 어용노조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 최근 노동조합운동의 서글픈 현실이며 금호타이어에 2노조가 등장한 배경 또한 이러한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금호타이어 사측도 5년 전 워크아웃을 내세우며 노동조합을 정조준 했다. 1,199명의 대량해고를 내놓은 다음 임금삭감과 복지축소를 들이밀어 노조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집행부의 방향이 투쟁기조가 아닌 상태에서 굳이 2노조가 필요치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투쟁을 강조하는 새집행부가 등장하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게 되며 2노조에 대한 각종 지원정책이 추진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교섭권이다. 같은 금호그룹 계열사인 금호고속에 2노조가 등장하지만 3~4년 동안 ‘단체교섭에 응하라’는 긴 투쟁 끝에 겨우 단체교섭이 열리고 노조 사무실이 제공된다.

금호고속 2노조는 복수노조법 시행 이전에 결성된 노조로서 복수노조법에 해당되지 않았으나 사측은 두 노조가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서 오라는 답변만 되돌아 왔을 뿐이다.

그러나 금호타이어는 오히려 2노조에게 순순히 노조사무실은 물론 교섭권 까지 받아주었다. 복수노조에는 반드시 자본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그러나 불행스럽게도 금호타이어 사측은 다른 사업장들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업장들과는 다르게 2노조가 여전히 소수이며 대다수 조합원들이 민주노조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 차 있어서 사측이 2노조를 가지고 벌일만한 패가 거의 없다.

노동조합은 남녀노소, 인종, 종교, 정치사상, 운동노선을 떠나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서 가장 대중적인 조직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 스스로가 선택하여 가입하고 활동을 벌이는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자본이나 정권의 지배 개입을 허용하는 순간 노동조합은 이미 노동조합이 아니다. 자본과 정권을 대신해 노동자를 통제하게 되며 역사는 이들을 자본의 ‘경제경찰’이라 부르기도 한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투쟁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우리지역 대표 민주노조다. 복수노조는 ‘자주성을 상실한 어용노조냐?’ 아니면, ‘노동자의 대의에 충실한 민주노조냐?’에 따라 명암이 갈린다.

1노조가 더욱더 확고한 민주적 운영과 과학적인 투쟁을 전개한다면 현재의 압도적 우위는 더욱 탄탄해 질 것이며 자본의 음모는 설 자리를 잃게 되고 2노조는 스스로 고립되어 말라죽어갈 것이다. 금호타이어 민주노조의 단결투쟁과 부단한 전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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