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비극인가 희극인가

희극배우는 운명적이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관객을 웃겨야 한다.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도 무대에서 웃어야 했던 희극배우의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명배우다. 그러나 너무나 가엾다.

인생이 연극이라면 인간은 배우다. 인생이라는 무대에 수십억의 배우가 살아간다. 때로는 비극 속에서 때로는 희극 속에서, 그러나 자신이 맡은 배역이 무엇인지 아는 인생의 배우가 몇이나 되는가.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알아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민심의 수렁 속에 갇혀 있는 것이다.

▲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저토록 이질적 사고 속에서 헤매는 비법은 무엇인가. 금과옥조로 믿고 있는 여론조사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저런 신념이 너무나 부럽다.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신년 기자회견을 생각했다. 얼마나 되는 국민들이 기자회견을 보았을까.

친지들에게 물었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미 내용이 무엇일지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최소한의 예의는 있을 줄 알았다는 것이다. 바로 국민에 대한 예의 말이다. 그것은 국민을 대접하는 것이다.

PK(부산경남)출신 의원들조차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아니 TK(대구경북)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가슴은 내년에 닥쳐올 총선에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 떨고 있을지 모른다. 왜 그렇지 않으랴.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동물처럼 냄새를 맡는 의원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은 새해 기자회견. 이것은 누구에게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 7시간은 어디 있었는가

기자회견은 왜 하는가. 기자들의 질문에는 성역이 있는가. 늘 듣는 얘기다. 국민들은 귀를 기울였다. 혹시나, 혹시나 하고서다. 직접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듣고 싶기 때문이다. 들었는가. 듣고 싶은 얘기를 들었는가.

누군가 질문을 하리라고 믿은 국민이 있었을까. ‘국민들이 직접 듣고 싶어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의 7시간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 정도면 당연한 질문이 아닌가. 그러나 혹시나는 역시나 였다. 어떻게 된 것인가. 서로 약속을 한 것인가. 그 질문은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인가. 그 질문을 한다면 기자회견은 안 한다고 했는가. 기자들이 알아서 긴 것인가. 국민은 알 수가 없다.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어느 ‘기레기’가 질문을 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에 대해서 말이다. 기자회견은 중단됐을까. 사전 약속이 되어 있지 않다고 답변을 거부했을까. 알 수가 없다. 질문이 없는데 무슨 대답이 있는가. 그러니 ‘기레기’는 여전히 ‘기레기’로 남아 있다.

기자들 질문에는 성역이 없다. 그러나 한국 기자에는 있다.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는 성역이 있다. 왜 질문을 안 했는가. 못했는가. 기자들이 밝혀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질문은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인가.

■ 행복한 김기춘과 문고리들

“우리 비서실장께서는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

“정윤회 씨는 벌써 수 년 전에 저를 돕던 일을 그만두고 곁을 떠났기 때문에 국정 근처에도 가까이 온 적 없다. 실세는커녕 국정과 전혀 관계가없다”

“세 비서관이 묵묵히 고생하며 자기 맡은 일 열심히 하고 그런 비리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번에 대대적으로 뒤지는 바람에 ‘진짜 없구나’ 하는 걸 나도 확인했다”

“세 비서관이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느냐”

▲ ⓒ팩트TV 갈무리

더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여당은 진솔한 회견이었다고 하고 야당은 절망이라고 한다.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의 마지막 선이 붕괴됐다고 느낀다면 심각한 일이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 언 땅에서 엎드린 채 오체투지를 하며 밤을 새운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삭풍이 몰아치는 수십 미터 굴뚝 위에서 밤을 새우는 이 노동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눈물이 왈칵 솟았다.

TV를 껐다. 연민으로 가슴에 남아 있던 한 여인의 모습도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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