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부당해고 철회, 노동기본권 촉구 기자회견
직원들 “비정규직 철폐는 5월정신 계승의 첫 발걸음”

5·18기념재단 직원들이 ‘부당해고 철회’와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인시위에 나서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5·18기념재단의 고용안정과 민주적 운영을 촉구하는 직원들과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5·18기념재단지회는 13일 오전 5·18기념재단 앞에서 ‘비정규직 부당해고 철회, 노동기본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5월 정신은 비정규직 철폐”라고 주장했다. (아래 기자회견문 전문 참조)

▲ 5·18기념재단의 고용안정과 민주적 운영을 촉구하는 직원들과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5·18기념재단지회 소속 조합원 30여명이 13일 오전 5·18기념재단 앞에서 ‘비정규직 부당해고 철회, 노동기본권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광주인

이날 기자회견에는 5·18기념재단 직원들과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본부, 광주전남지부, 광주시청지회, 도시철도공사환경지회, 전남도청지회 노조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5월 정신은 시대정신이 반영돼 계승되고 있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5월 정신을 계승하는 첫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5·18기념재단 직원들은 80년 5월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며 “사회의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이 오월 정신을 이어나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어떠한 타당한 이유나 근거도 없이 오재일 이사장의 독단적 판단에 의해 단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해고가 되었을 때 우리는 5월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함께 재단을 이끌어 나가는 가족이기보다 필요할 때 쓰고 불필요하면 버려지는 소모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는 불안과 분노, 자존감의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고 호소했다.

▲ 5·18기념재단의 고용안정과 민주적 운영을 촉구하는 직원들과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5·18기념재단지회 소속 조합원들이 기자회견 후 오재일 이사장실을 방문해 비정규직 철폐를 바라는 '오월꽃'을 책상에 놓고 있다. ⓒ광주인

이들은 “지난 1월12일 이사회에서 우리들의 요구는 다시 한번 묵살 당했지만 직원들의 목소리라도 들어보자고 노력한 몇 분의 이사들에게서 큰 희망을 보았다”며 “차기 이사장에게 그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된 차명석씨가 지난 2006년 상임이사 시절 계약직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들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채웅 5·18기념재단지회 사무장은 “2006년 12월 계약 만료된 직원을 사무처에서 계약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으나 해당 팀장과 직원들이 업무능력 부족 부분은 책임지고 개선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요청했고 당시 차명석 상임이사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재계약을 통해 근무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무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오재일 현 이사장과 면담을 했으나 ‘법적으로 처리한다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현 이사장에게 더 이상 기대할 건 없고 신임 이사장이 문제해결에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오재일 5.18기념재단 이사장실 탁자에 놓인 비정규직 철폐 염원 '오월꽃'. ⓒ광주인

직원들은 기자회견 후 오재일 이사장실을 방문해 비정규직 철폐를 바라는 종이로 접은 ‘오월꽃’을 책상에 놓았다. 이후 점심시간을 이용해 12시부터 1시간 동안 5·18기념재단 앞 네거리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직원들은 이날 1인 시위를 시작으로 5월 정신이 비정규직 철폐라는 사실을 알리고 5월 정신 계승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시민연대행동을 제안할 예정이다.  

▲ 5.18기념재단에서 해고된 직원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인

기자회견문 [전문]

5월 정신은 ‘비정규직 철폐’입니다

5·18기념재단 직원들은 80년 5월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저희는 사회의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이 오월 정신을 이어나가는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비정규직의 문제’는 우리에게 어쩌면 너무 먼 일처럼 여겨졌습니다. 5월의 정신이 지금 우리사회 가장 아픈 곳에 존재해야 하지만, 이것이 비정규직의 문제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수많은 비정규직들은 내가 어떤 이유에서, 왜 해고가 되어야 하는지, 왜 생활임금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단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 때문입니다.

사회적 문제로 언론을 떠도는 ‘비정규직 철폐’라는 구호는, 결국 5월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우리 재단 직원의 삶에 닥친 문제이자, 오늘날 이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아프고 깊은 상처의 문제임을 비정규직으로서 해고된 오늘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타당한 이유나 근거도 없이 오재일 이사장의 독단적 판단에 의해 단지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해고가 되었을 때 우리는 5월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함께 재단을 이끌어 나가는 가족이기보단 필요할 때 쓰고, 불필요하면 버려지는 소모품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는 불안과 분노, 자존감의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지난 1월 12일 이사회에서 다시 한 번 우리들의 요구는 묵살 당하였습니다. 우리의 인권과 민주적 의사결정권은 ‘비정규직’, ‘계약직’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미 존재하지 않는 가치였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목소리라도 들어보자고 노력해주신 몇 분의 이사님들에게서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새로 선출된 차기 이사장님에게 그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1980년 5월 정신은 군부독재 권력에 대한 저항이었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었습니다. 5월 정신은 시대정신이 반영되어 계승되어 오고 있습니다. 2015년 5월 정신은 비정규직 철폐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5월 정신을 계승하는 첫 발걸음입니다.

우리들은 그 발걸음을 위해 모두의 손을 잡고 끊임없이 나아갈 것입니다. 오늘부터 1인시위를 시작으로 5월 정신이 비정규직 철폐라는 사실을 알리고, 5월 정신 계승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시민연대행동을 제안하여 2015년 5월을 만들어가겠습니다.
2015. 01. 13

5·18기념재단의 고용안정과 민주적 운영을 촉구하는 직원 일동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5·18기념재단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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