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 지은 죄가 더 무겁다.

모르고 지은 죄와 알면서 지은 죄가 있다. 김기춘과 정윤회, 박지만, 조응천, 박관천이 황희 정승을 찾았다.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호소했다. 황희는 늘 하든 대로 너도 옳고 너도 옳고 다 옳다고 했을까. 대통령이 황희를 찾아왔다. 그는 또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

99명이 옳다고 해도 아니라고 하는 사람이 옳을 수가 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한 갈릴레오의 얘기다. 한국 정치로 가 보자. 서로 싸우는 것을 보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국민은 어떻게 생각을 할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으니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여론이다. 바로 국민이 심판이 된다.

요즘 국민들 사이에 요상한 소문이 퍼져있다. '한국의 권력서열 1위가 최순실, 정윤회가 2위, 박근혜 대통령이 3위'라는 것이다. 국민은 땅을 친다. 도대체 한국 정치의 현주소는 어디란 말인가.

■부정선거와 국민 심판

최선은 아니더라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나은 것이 선거라는 제도다. 선진국이라는 나라에도 선거는 국민에 의한 심판으로서 가장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다른 경우도 있다. 바로 후진국의 경우다. 후진국에 있어서 선거란 일종의 요식행위로서 불의를 정의로 둔갑시키고 불법을 합법으로 만든다.

▲ ⓒ청와대 전경

부정선거란 말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한국 국민이다. 이승만의 자유당으로부터 군사독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은 부정선거에 시달려 왔고 그것은 오늘의 와서도 변함이 없다. 부정선거의 형태는 각양각색이어서 자유당 시절에는 고무신, 막걸리, 경찰이 동원됐고 가락지 표와 올빼미 표 투표함 바꿔치기 등 기록하기조차 힘들다. 그리고 오늘의 한국 사회에서는 국정원과 군의 ‘댓글’이라는 것으로 양상이 발전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선거부정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귀신이나 알 수 있겠지만 미루어 짐작건대 하느님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정권은 반드시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는 것이다. 국민은 가장 준엄한 심판이다.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국회에서 국정조사라는 것을 한다고 했다. 국민과 야당은 줄기차게 요구했고 할 수 없이 여당도 수락했다. 그러나 국정조사가 어떻게 결말이 날는지는 이미 국민은 알고 있다.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다. 이명박이 나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는 국정조사에 여당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자원외교까지 조사하자니 억지야 늘 쓰는 그들이지만, 이는 노골적으로 국조를 형해화(形骸化)시키겠다는 속셈을 들어낸 것이다.

국정조사라는 것을 보는 국민은 다시 한 번 한국 정치에 절망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의 말이 뒤통수를 때린다.

"망하려면 무슨 짓을 못하랴"

국민은 절대로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무오류는 신의 몫이어서 인간은 무수한 오류와 잘못을 저지른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그런지 짐승과는 달리 잘못을 고치고 참회하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명명한 ‘정윤회 문건’ 파동은 그야말로 나라를 흔드는 태풍이었다. 태풍에도 끄떡없는 태산이 있듯이 여론쯤이야 라고 할 수 있지만, 국민 없이는 정치도 할 수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왜냐면 아무리 양처럼 순한 국민이라 하더라도 최후의 심판관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절망은 계속될 것이다. 기대를 걸만한 야당도 없다. 그러나 절망도 끝은 있다. 견딜 수 없으면 폭발하는 것이다. 폭발을 기다리는가. 그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그러니 경거망동하지 말라.

국민을 두려워하는 자는 사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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