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효리가 티볼리 광고하믄 모하노.
쌍차대박 나것째.

쌍차대박나믄 모하노.
직원들 다 복직시키것째.

복직시키면 뭐하겠노.
차 열쉬미 맹글것재.

열쉬미 맹글면 모하겠노.
쌍차 사랑받것째”

“이제. 고마해라.
굴뚝 위에서 찬바람 너무 마이 묵었다 아이가”


김미화가 이 시를 쓰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음메 무서워’하지 않았을까.

■세월아, 가기가 서러우냐

소주병 앞에 놓고 마시며 하는 소리. ‘겨우 반병밖에 안 남았네.’ ‘무슨 소리. 아직도 반병이나 남았구만’ 긍정적인 인간과 부정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요즘 겨우 2년이 지났다고 탄식하는가 하면 벌써 3년 차라는 국민도 있다.

“이제 3년 차로군.” “아직도 3년이나 남았네.‘ 세상사 모두가 두 개의 얼굴이다. 명동에서 대학생들이 스프레이로 낙서를 했다. ‘ㅈㅂㅇㄱㅎㅎ 나라 꼴이 엉망이다’ 홍대 앞에 1만 여장의 전단이 뿌려졌다고 한다. 내용을 보니 당선 전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 김정일과 한 대화가 실려 있다. 어버이연합이 고소해야 할 내용이다.

▲ 지난 27일 팽목항 방파제에 걸린 세월호 실종자 9명을 새긴 펼침막. ⓒ광주인

대학생들은 왜 심사가 틀렸을까. 반값 등록금 공약이 날아 가서 그런가.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라서 그런가. 영장이 떨어져 군대 갈 걱정 때문에 그러는가.

“바보 같은 놈들. 얼마나 살기 좋은 세상인데 그따위 소리냐. 니들 눈에는 이렇게 살기 좋은 세상이 안 보이느냐.”

역시 상대적인가. 그러나 좀 안을 드려다 보자. 4대강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22조 원의 국민 혈세가 흙탕물에 녹아있고 매년 수천억씩 들어간다고 한다. 젊은 애들 목숨을 지켜 줄 방위산업은 썩을 대로 썩어서 전투기는 날지 못하고 구축함은 어군탐지기를 달고 고등어 위를 헤맨다.

부모들은 자식이 입대하면 선임자들한테 맞아 병신 되고 죽지는 않았나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고, 군대에서 사고 났다 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원전을 공격한다는데 누가 공격을 하는지 적을 알아야 싸울 거 아닌가. 이젠 후쿠시마 원전 사고 같은 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걱정을 한다.

2014년은 5천 년 역사에 가장 두려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통진당이란 말은 잡혀갈까 겁나서 입에도 못 담을 금기어가 되었다. 그래도 세월은 가고 이제 3년 차다.

■되는 집안과 망하는 집안

김광두 “청와대 실세 업고 ‘신관치 비선’이 인사 개입”

이상돈 “박 대통령 지지자들도 지각 있는 사람은 이젠 환멸” "정윤회 보고서 파문, 특별검사 수사해야”

김종인 “박 대통령 경제민주화 믿었으나…국민들께 미안”

이재오 “박 대통령, 사람이라면 죄송하다는 이야기 해야”


옛말에 ‘되는 집에는 사람이 꼬이고 망하는 집안은 사람이 나간다’고 했다.

그 말이 왜 옛날에만 해당이 되겠는가. 옳은 말은 동서고금이 없다. 비록 어리석은 백성이라 할지라도 희고 검은 것은 안다. 똥 개 눈에도 도둑놈은 보이게 마련이다.

국민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는 ‘사자방’ 비리는 비리척결의 차원을 넘어 국가 존립이 걸려 있다. 왜냐면 국민이 떠나버린 국가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라의 빚은 입에 올릴 수도 없을 정도다. 대한민국은 빚더미 위에 올라앉아 있다. 국민이 피와 땀을 얼마나 더 흘려야 한단 말인가.

고생해도 희망이 있으면 견딘다. 대학생들이 명동거리에 스프레이로 써 갈긴 ‘나라가 엉망이다’라는 낙서가 가슴을 치는 것은 반국가적이라 그런가? 종북이라 그런가? 좌빨이라 그런가?

이상돈·김광두·김종인은 박근혜 정권 창출의 머리 역할을 했다. 그들이 떠나며 한 말은 국민에게 한 사과였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 가능성은 없다" "결과적으로 제가 거짓말을 한 셈이며 국민께 죄송하다" 이들의 사과를 들으며 국민들의 마음은 휴지처럼 구겨진다.

공공기록물이 찌라시로 둔갑하고 경찰이 자살하고 공직기강 비서관에게 영장이 청구된다. 국민들의 시각은 어떨까. 한 마디로 십상시와 문고리가 최고라는 것이다. 정윤회가 자신을 미행한다던 박지만은 안면을 바꿨다고 한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피는 물보다 진해서인가. 문고리가 두려워서인가. 진상은 제대로 파헤쳐질 것인가. 아무렇게나 해석해도 된다. 답은 이미 나와 있으니까.

▲ ⓒ광주인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는 국민을 나무랄 자신이 있는가. 그렇다면 국민에게 한 약속이 어떻게 이행됐는지 말 해 보라.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아니라 지서위묘(指鼠爲猫 쥐를 가리켜 고양이라 함)라 해도 그렇다 할 간신배들이 득시글거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 구름 위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 이제 자신이 망친 강에서 ‘큰빗이끼벌레’와 수영하고 텅 빈 자전거 길에서 땀을 흘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정의가 살아 있음을 실감할 것이다.

■빌면 용서 받는다

인간은 선한 동물이다. 참회와 용서는 인간만이 사용하는 언어다. 용서하는 마음도 용서받는 마음도 인간만이 갖는 특권이요 은혜다.

부당해고에 항의하며 생존을 위한 오체투지를 하는 기륭전자 해고자들을 가로막고 차가운 맨바닥에 엎드려 있게 하면 용서받지 못한다. 쌍용차 굴뚝에 올라 매서운 겨울바람 맞으며 농성을 하는 노동자를 떨게 하면 용서받지 못한다. 원전에서는 사고로 3명이 숨졌다. 하도 많이 죽어서 3명쯤은 우습게 여겨지는가.

304명의 어린 목숨을 선실에 가둔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세월호를 이틀이나 생방송으로 지켜본 대한민국 대통령과 국민들이다. 2014년 4월 15일까지의 대한민국과 그 이후의 대한민국은 서로 다른 얼굴이다.

무릎을 꿇고 빌어라. 그럼 용서한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지 알 것 아닌가. 죄 진 자들도 국민에게 용서는 빌고 죽어야 하는 거 아니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라틴어로 ‘당신도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는 말이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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