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도 안 되어 청와대가 요동을 친다. 정치권은 국정조사를 들먹이는 야당에 비해 여당은 검찰의 조사를 기다리자면서 피하는 태도를 보인다.

검찰은 대통령의 말한 마디에 정신없이 바빠진 모습이다. 조중동은 물론 종편까지 나서서 갖가지 의혹을 제기하여 국민들의 호기심만 돋우고 있다.

특히 일부 종편은 아주 작정한 듯 심층보도 운운하면서 대통령과 최태민의 사이를 재조명하고 대통령과 정윤회의 관계를 아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 명사들이나 사회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봐도 아슬아슬한 대목이 많을 정도이다. 정윤회라는 인물이 과거 그네의 비서실장을 넘는 관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mbn은 그네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최태민을 선처해달라는 호소를 했다는 오래전 사실을 거론하고, 그네의 동생들이 연명으로 최태민의 선처를 반대한다는 청원서를 보냈다는 형제들의 갈등을 보여주는 서한까지 공개하였는데 아무리 언론이라지만 너무 선정성이 짙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네의 지지율이 급락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지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실망이 크겠지만 이제 단순히 지지하느냐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그네의 실체를 좀 더 냉정하게 봤으면 싶다.

우리 마을은 60대 중반도 노인 축에 낄 수 없을 정도로 평균 연령이 높다. 그리고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요즘 그런 노인들이 마을 회관에서 점심을 같이 해먹는데 몇 안 되는 남자들은 숟가락을 물리면 슬그머니 바람 없고 양지바른 바깥으로 자리를 옮긴다.

내가 슬쩍 현재 뉴스가 되고 있는 사건에 불을 붙였더니 어떤 영감님은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오겠느냐?”고 하면서 “대통령이 처신을 어떻게 했기에 그 모양이냐”고 소리를 높였다. "안 봐도 뻔한 이야기지. 높은 사람들이라고 연애 안하고 산당가?”

좀 더 노골적인 말에 다른 영감님은 “우리 사위 이야기로는 청와대에 옛날 궁중에 있었다는 고자들이 많다는 디, 요즘도 그런 사람들을 뽑는 당가?” 라는 말로 맞장구친다.

십상시를 이해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들은 대로 전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내가 슬쩍 “말 잘 못하면 잡혀갑니다.” 했더니 “살만큼 살았는디 인자 겁날 것 뭐 있당가?” 하는 대답이 나왔다.

세태의 단면도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대개의 사람은 자신의 과실이나 허물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적 생명을 중시하는 정치인일수록 거짓말로라도 현실의 위기를 넘기려는 수작의 강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모른다.” “기억에 없다.”라는 백치 같은 거짓말도 하게 되고, 도전자들에 대해서는 권력과 돈으로 입을 막으려했던 일들은 역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흔히 봤던 사실이다.

최근 청와대 문건 유출은 그런 거짓과 은폐와 조작에 대한 정당한 고발은 아니지만 그동안 공개된 비밀을 공론화 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소통의 부재, 문고리 인사, 유체이탈 화법, 세월호 침몰당시 304명의 국민이 죽어가는 시간에 대통령이 실종되었던 일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는 점에서도 큰 사건이라고 본다.

아마 청와대는 다시금 권력과 언론을 동원하여 지금의 사태를 덮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청와대의 뜻대로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지금 대통령의 권위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실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체부 국장과 과장 이름을 적시하여 “나뿐 사람들”이라고 했다 소식이다.

결과적으로 정윤회의 딸을 위해 그런 말을 했던 꼴인데 대통령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아는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할 것이며, 대통령의 사사로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나쁜 사람이 되는 현실을 공무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잖아도 연금 문제로 속이 뒤틀린 공무원들에게 “너희들의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고 하는 선전포고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니 국가의 영이 제대로 설 것이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또 청와대는 정윤회의 문건이 터지자 ‘찌라시’라고 했다가 급하게 ‘국가 기밀문서’라 말을 바꾸었다.

그리고 대통령이 화를 내며 문건의 사실 여부를 덮어둔 채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추어 검찰의 수사를 을 닦달했다. 앞뒤가 맞지 않은 청와대의 태도였다.

물론 청와대도 솔직할 수 없는 곤혹스러운 사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춘다고 영원히 숨길 수 있을 건인가!

농촌의 노인들에게조차 희화되어 비웃음거리가 되는 자신의 모습을 알았으면 한다. 이제 화만 내지 말고 솔직하게 국민들을 설득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인 태도처럼 시간을 끌면서 계속 덮으려고만 한다면, 대통령의 자기 성찰과 반성 그리고 개혁이 없다면 남은 3년의 임기는 온전하기 어려울 것임을 알아야한다.

나라의 병이 너무 심각하다. 새누리당이라도 제 몫을 했으면 좋으련만 쉬쉬하면서 청와대를 무조건 감싸고 있으니 기대하기 어렵다.

하얀 눈으로 세상을 잠시 덮을 수는 있겠지만 어느 순간에 오는 봄바람을 이길 수 없음을 알았으면 한다.
한숨만 나오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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