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지러울 때 언론이 살아야 

‘이거 미치겠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이 탈 때 무심코 나오는 말이다. 최고의 청취율을 기록하던 ‘시선집중’의 손석희가 JTBC 보도부문 사장으로 간다고 했을 때 국민들은 ‘어 어’했다. 안타까움의 토로다. 뒤이어 나온 탄식은 이제 손석희도 끝났다는 것이었다. 그럴까. 손석희는 끝나지도 않았고 또 다른 의미에서 ‘미치겠네’ 소리가 나오도록 만들고 있다.

굳이 시청률을 따질 거 없다. 민심이 천심이다. 방송뉴스 시청률 1위라는 데 토를 달 사람도 없다. 경쟁을 시도하는 종편도 없다. 그야말로 미친놈 소리를 들을 테니까. 물론 ‘기레기’ 종편도 경쟁은 할 수 있다. 공정보도를 하면 된다.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기레기’들 스스로 자문하면 잘 알 것이다.

JTBC 보도의 경우 지상파를 포함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데 속으로 ‘미치겠다’고 탄식을 하는 인간들이 있다. 충분히 이해는 한다. 이런저런 트집을 잡지만 헛수고다. 그냥 속으로 미치는 것이 낫지 괜히 눈에 가시라고 함부로 빼려고 덤비다가는 실명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손석희는 특별한 인간인가

▲ 손석희 JTBC앵커. ⓒJTBC 제공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상식적이어야 한다. 가치판단의 주체는 자신이지만 상식을 벗어난 판단이 정상인의 지지와 동의를 받기는 어렵다. 왜 JTBC를 제외한 종편의 뉴스가 바닥에서 허우적거리며 벗어날 줄을 모르는가. 그들 자신이 잘 알겠지만 이건 뉴스가 아니라 그야말로 ‘찌라시’이기 때문이다. 종편보도를 만드는 ‘기레기’들은 기운이 빠지겠지만 솔직하게 고백하자. 자신이 만든 뉴스를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는지.

이제 대한민국의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말에 익숙해 있다. 분노하지도 않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스스로 ‘기레기’라고 자처한다. 얼마나 무서운 현실인가. 도둑도 도둑놈이라 하면 분노하거늘 ‘기레기’란 호칭에 분노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기자이길 포기한 것이 아닌가. 나라가 어지러우면 언론이 살아 있어야 한다.

혹시나 해서 TV조선이나 채널A 뉴스를 가끔 본다. 참으로 그렇게 변하지 않기도 힘이 들 것이다. 시청자들이 조금만 유의해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와 리포트를 하는 기자의 눈동자를 보라. 발견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한국 언론의 문제점은 불공정과 왜곡과 형평성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특히 권력과 밀착한 특정언론의 행태는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한국 언론의 위상을 나락으로 추락시켰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2006년 168개국 가운데 31위까지 올라갔으나, 2008년에는 173개국 가운데 47위로 떨어지고 2009년에는 69위로 하락하였다. 북한이 174위라고 하니 위로를 받겠는가.

■언론이 썩으면 나라가 망한다

JTBC 보도 부분이 신뢰받는 것은 근거가 있다. 박정희 독재시절 동아일보를 신뢰했다. 동아일보는 눈엣가시였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가시를 빼내기 위해 발광을 했다. 그 결과는 오늘의 동아로 이어졌다. 농성하던 기자들이 길바닥에 내동댕이쳐 지던 참혹한 광경을 기억할 것이다. 언론은 시궁창으로 굴러떨어졌다.

언론 행태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정상이 아니다. 언론이 정론의 길을 간다면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언론은 있는 듯 없는듯한 것이 이상적이다. 언론이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사회라면 이미 병든 사회다. 언론이 병 든 사회를 외면하고 외면하면 언론도 중병이 든 것이다.

정권이 언론을 눈에 가시로 보는 세상은 병 든 사회고 그러기에 언론의 정상적인 감시기능은 늘 살아 있어야 한다. 종이 언론의 영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종이신문들이 전전긍긍이고 탈출구로 종편에 목을 맺지만 개꼬리 3년 묻어 놔도 황모는 되지 않는다.

때로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 아닐 수가 있고 이로 인한 피해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언론은 당연히 사과해야 한다. 언론의 고의적 왜곡보도나 허위보도는 언론 자신에게는 자해행위나 다름이 없고 해당 언론은 언론으로서 존재의미를 상실한다. 오늘날 한국언론이 불신당하고 존재의미조차 부정당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바로 ‘기레기’란 말이 그것을 증명한다.

언론이 숨을 죽이면 나라는 숨이 멎는다. 언론이 활발하게 호흡을 할 때 세상은 활기에 넘친다. 바로 악이 활보할 공간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불의한 세력들은 언론의 입을 봉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살아 있는 입을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그러나 있다. 말을 봉쇄한다. 우리가 겪어오고 지금도 겪는 언론자유에 대한 유·무형의 억압이 바로 그것이다. 부당해직에 떨고 있는 언론인이 얼마나 많은가.

■왜 손석희가 소중한가

▲ ⓒ팩트TV 갈무리

손석희가 뭐 그리 대단한가. 손석희도 인간이다. 맞으면 아프고 굶으면 배고프다. 용빼는 재주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손석희는 용빼는 재주를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 국민이 그렇게 본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그의 용빼는 재주란 신념과 용기다.

손석희가 MBC를 떠나면서 재벌언론의 종편으로 갔을 때 국민들은 손석희의 시대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떤 의미로든지 그의 시대는 지속되고 있다. 그는 JTBC 종편의 ‘보도부분’ 사장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왜 보도부분을 잘라 낸 사장이냐는 것이다.

손석희를 아끼는 사람들은 재벌이 좋은 사람 하나 버려놓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구구한 변명 하지 않았다. 그 속마음을 자신 말고 누가 알 수 있으랴.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안다고 했던가. 오늘의 손석희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한국 종편에서 시사보도 프로의 저질화는 절정에 이르렀다. 보도의 생명이 무엇인가.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이것이 무너진다면 길거리 약장수와 다를 것이 없다. 정치평론가와 시사평론가라는 이름으로 출연하는 사람들의 방송을 듣고 보면 불치병으로 치유 불가능한 한국 언론의 임종을 보는 것 같다.

손석희의 보도를 시청하면서 살얼음을 걷는 위기감이 있다. 언제 화면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같은 것이다. 그것은 오랜 경험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탄압받는 언론과 언론인을 수도 없이 목격해 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이런 일은 절대로 있어도 안 되며 일어난다면 매우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위기다. 나라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가 혼란에 휩싸여 있다. 신뢰할만한 언론은 패닉상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62.7%가 국기문란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냉정히 각성해야 할 것이다.

보도와 논평은 공정성과 객관성의 유지가 생명이다. 저질 쇼가 울고 갈 보수 일색의 외눈으로 색깔공세나 인신 비방을 저지르는 이른바 ‘보도의 막장화’를 보면서 건전한 여론 형성은 물론이고 시민정신이 붕괴를 한탄한다. 민주주의도 망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손석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손석희를 지켜야 할 이유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 비교적 공정보도라고 평가받는 JTBC 뉴스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하지만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 손석희가 삼성 언론제국의 건설 과정에서 주춧돌이 아니라 벽돌 하나로 사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필요하면 쓰고 아니면 망설임 없이 버리는 재벌의 속성이다. 손석희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권력으로부터 손석희를 방어할 의지가 있는가. 손석희가 정부와 삼성 관련 보도를 할 때 마다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바로 그것이다. 저러다가 쫓겨나는 것은 아닌가. 국민의 솔직한 생각은 손석희가 JTBC에서 사라지는 바로 그 순간 공정도 사라진다는 걱정이다.

손석희가 화면에서 사라지는 날은 올 것이다. 어떤 형식으로든지 말이다. 자신의 발로 걸어나가던 아니던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가 이제는 떠나도 된다고 느낄 때까지 국민이 그를 지켜야 한다. 손석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언론,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임을 국민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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