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四面楚歌), 열 두 척 배는 어디에

스스로 지식인이라 자부한다면 거의 알고 있는 문장이 있다. 더구나 정치 좀 한다는 인물이면 너 나 없이 주문처럼 읊조린다.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유언 같은 말씀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전함이 있사옵니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 출전하면서 한 비장한 결의와 절절한 심정은 지금도 가슴이 멎는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도 현충원과 김대중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서 역시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를 방명록에 남겼다.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이란 충무공의 명언도 있다. 한데 대통령 이명박이 취임 1주년에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 말을 했다.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비통해하셨을까. 자신의 꼴을 보고 말을 해야 욕을 안 먹는다. 앞으로 말할 때 꼭 조심해라. 개가 웃다가 죽었다는 세계토픽이 한국에서 나온다.

▲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 ⓒ민중의소리 갈무리

새정치연합의 족보를 따져 올라가면 민주당이다. 빛나는 60년 전통이라고 자랑인데 오늘의 새정치연합이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전통을 이어받았다고 자부할 당원들은 몇이나 있을까. 유신독재의 후예인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는 새정치연합의 꼴을 보면서 당원들은 고개를 못 든다.

국민이 새정치연합 보는 시각은 냉소와 경멸의 극치다. 동냥아치를 보는 연민이다. 당을 저 꼴로 만들어 놓고 나라와 국민을 위한다는 말이 나오느냐. 듣기 민망한 비아냥이다. 작심하고 쓰는 글이니 털어놓자. 선거는 온 몸을 던지는 전쟁이다. 이겨서 집권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갈고 닦은 경륜을 펼친다는 최고의 목표다. 승리해야 이룰 수 있고 새정치연합도 다를 바 없다.

최근 선거에서 연패를 거듭한 새정치연합은 승리를 위해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패하기 위해 전쟁에 하는 꼴이었다. 김한길, 안철수가 ‘새정치’ 들먹이며 당 대표가 될 때부터 싹수가 이상했다. 꼭 맛을 봐야 소금이 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2대0 완패. 시청 앞에 침대 놓고 잔 결과인가. 진정성이 안 보였다. 국민이 지지해 주고 싶어도 자존심이 상해서 지지해 줄 수가 없다. 싹이 제대로 터야 거름도 주고 물도 주고 정성 들여 가꿀 것이 아닌가. 뿌리째 확 뽑아버리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다.

김무성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간판 들고 길바닥에서 매연 마시며 읍소한 것은 선거에서 승리할 가망이 없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리고 새정치연합은 완패. 정신병자가 아니고야 왜 권은희를 광주에 공천했으며 동작에는 왜 후보를 넣다 뺏다 변덕을 부렸는가. 고의가 아니라고 하면 정신병자다.

김한길, 안철수가 원하는 대로 됐다. 회를 쳐서 완벽하게 당을 말아먹은 것이다. 회를 쳐서 먹든 구워 먹든 지들 입맛이지만 당원들과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어쩌란 말이냐. 하는 꼴이 밉살스러워서 기권한 유권자와 새누리당을 찍은 유권자가 있다 해도 할 말이 없다.

당은 말아 먹고 ‘먹튀’를 한 안철수, 김한길에 이어 박영선도 독불장군 행세한 결과는 뭔가. 도대체 살아야 할 주인의 말은 듣지도 않고 지들 맘대로 집을 계약하는 배짱은 어디서 배운 것인가. 세월호 특별법이 세월만 가면 그렁저렁 넘어갈 줄 아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사람이 죽는 것도 여러 가지다. 우리 애들 바다에서 죽은 것은 그냥 죽은 것이 아니다. 한이 맺혀 눈도 못 감을 것이다. 정치 좀 제대로 하라고 정수리에 대못을 박아놓은 경고다. 새정치연합이 제일 먼저 시험대에 올랐다. 개작두에 목 올려놓은 것이다.

자정능력 상실한 4대강 같은

칼럼의 핵심은 새정치연합에게 가망이 있느냐는 아픈 질문이다. 앞일을 어떻게 아느냐고 하겠지만, 현재로는 ‘없다’가 답이다. 섭섭하다고 하지 마라. 자신들이 판 수렁에 빠진 것이다. 거기다가 밉다고 건져 주려는 사람도 없다. 사방을 휘둘러보라. 누가 있는가.

정권의 뒷받침. 정책개발능력 부족. 새누리당처럼 고마운 분들이 댓글이라도 달아 주는가. ‘어버이 연합’, '고엽제전우회‘, '엄마부대'같은 응원이 있는가.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이 거들어 주는 거 봤는가. 권력기관의 덕 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겠지만, 여당이 부럽다고 생각할 때가 있을 것이다. 흙탕물이 자정능력으로 맑은 물 되는 능력을 잃었다. 완전히 4대강이다. 남은 방법은 하나, 단결·투지·신뢰지만 자신 있는가.

새정치연합을 헐뜯을 때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이 ‘계파싸움’이라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자. 계파가 뭐냐. 마음이 서로 맞는 사람들이 뜻을 함께하는 것이다. 이걸 마치 ‘끼리끼리 패거리’로 깎는다. 어느 사회든 뜻을 함께하고 다르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친박도 반박도 계파다. 김무성, 이완구, 김문수, 남경필, 원희룡과 심지어 김재원이나 김을동도 계파는 있다. 뭐가 이상한가. 왜 새정치연합만 죽일 놈인가.

생각이 다른 사람 간에 치열한 토론과 선의에 경쟁은 필요하다. 결과는 국민이 심판한다. 계파 갈등이 야당의 전부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편 가르기로 득을 보는 집권세력의 전략이다. 박정희 쿠데타가 있기 전에는 영·호남 갈등이 지금 같지 않았다. 호남 출신 조재천이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군부독재가 만들어 놓은 영·호남 갈라놓기는 이제 난치병이 됐고 권력에 빌붙어 먹는 언론과 ‘기레기’들의 준동으로 ‘지역감정’이란 망국병은 후손들에게 남겨 줄 저주받은 불치병이 됐다.

새정치연합에 이른바 계파 갈등의 심각성은 계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계파에 속해 있는 인간들의 자질문제다. 그들에게 무슨 철학이 있고 애국이 있고 소신이 있는가. 공천을 받아 작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지역 정서에 빌붙어 금배지를 달자는 것이고 손바닥만 한 지역에서 왕 노릇 하자는 것이다. 지자체 선거에서 공천권 행사하고 ‘궁물’ 챙기고 거들먹거리며 살자는 것이다. 또한, 이들을 이용해서 중앙에서 정치권력을 행사하려는 보스들이 문제인 것이다. 이들에게 무슨 집권 의지와 애국심을 기대하는가. 그래서 가망이 없다.

원래 건물은 외부보다는 내부의 균열로 무너진다. 와우아파트가 왜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왜 동강나고 삼풍백화점은 왜 내려앉았는가. 지진이 났던가. 폭탄테러가 있었던가. 아니다. 내부의 문제다. 제아무리 좋은 건물이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끝이다. 내부의 적이 그래서 무섭다는 것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유래는 아는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유래를 알 것이다. 초패왕 항우가 유방에게 쫓겨 오강에서 자살하기 전 적에게 둘러싸인 상태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고립상태에 빠진 것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의 처지를 사면초가라고 한다면 역정을 낼 것인가. 역정이라도 낼 용기가 있다면 가상하다고 할 것이나 필부의 만용이라면 서글프다.

어떤가. 새정치연합의 지도자들에게 묻는다. 가망이 있는가. 집권할 수 있는 가망이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들은 가망이 없다고 한다. 아니라면 말해 보라. 이런 이유로 집권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설명해 보라. 국민에게 믿음을 주면 지지해 줄 것이다. 국민은 새정치연합에 질렸다. 머리를 흔든다. 아무리 망해 가기로 ‘저런 X의 정당이 어디 있느냐’고 머리를 흔든다. 집권은커녕 살아나기도 어렵다고 한다.

정당에 계파가 있는 거 당연하다고 했다. 조경태를 따르는 사람도 있다. 비난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당에 해를 끼치는 행위다. 친노, 비노, 범친노, 반노, 중도 다 좋다. 그러나 함께 먹을 밥에다 모래를 끼얹지 말라는 것이다. 같은 식구인지 세작인지 헷갈린다. 조경태가 늘어놓는 소리를 들으면 기가 막힌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집을 잘못 찾았는가. 왜 저런 사람을 내버려 두는가. 해당 행위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새정치연합에는 분명히 있다. 새정치연합이 욕을 먹는 이유 중에 하나다.

어찌 조경태뿐이랴. 김영환을 비롯한 황주홍 기타 등등의 백해무익한 무리가 있다. 당이 어려울 때 새누리보다 돌팔매질 더 잘한다. 머리 숫자 때문인가. 수많은 곤쟁이 아무 쓸모 없다. 사라져 준다면 그보다 다행이 없을 것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는 내부 붕괴

무방비로 상대의 펀치를 맞는 권투선수 새정치민주연합. 상대는 1명이 아니라 부지기수다. 쓰레기 언론과 일명 ‘기레기로’로 불리는 기자들이 갈겨쓰는 새정치연합 기사를 보고 화가 안 나면 부처님이다. 주인 없는 개처럼 마음 놓고 팬다. 찍소리 못하고 맞는다. 왜 그런가. 대항해 싸울 힘도 용기도 없다. 얻어맞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겁쟁이 의원들을 ‘기레기’들이 무엇으로 보겠는가. X친 막대기다. 이럴 때 조·중·동과 치열하게 맞서 싸웠던 노무현을 생각한다. 부끄럽지 않은가.

처가 문제로 색깔 공격을 받았을 때 노무현이 결연하게 말했다. ‘나에게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 나는 대통령을 버린다.’ 그 연설을 들으며 바로 등 뒤에서 흐느끼든 여성당원들의 울음이 지금도 생생하다. 정치인의 진정한 용기는 그런 것이다. 그런 노무현은 대통령이 됐다. 배울 생각 없는가.

새정치연합이 제대로 된 야당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해당 행위자는 물론이고 전직 당 대표나 그 누구라도 추방해야 한다. 대선후보였던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속을 다스려야 한다. 겉은 멀쩡해도 속에 불치병이 있으면 죽을 날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60년에 전통을 자랑하고 130명의 국회의원이 포진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겉만 멀쩡하고 속은 골병이 들었다. 제대로 설 기운도 없다.

항우의 사면초가(四面楚歌)는 밖에서 왔지만, 새정치연합은 안에서 울려 퍼진다. 사즉생(死卽生)으로 한 몸 장렬하게 불태울 지도자는 어디 있는가. 더불어 운명을 함께할 열 두 척의 배는 어디 있는가.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누가 진정으로 그 말을 할 수 있는가.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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