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전문]

<전라도닷컴> 침탈, ‘일베’식 혐오에 비상하게 대처해야 한다.

일각의 네티즌들이 월간지 <전라도닷컴> 사이트를 침탈한 지 만 4일째가 되었다. 이들은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일간베스트>(일베) 게시판에서 공유하고, 31일 새벽 2시부터 수 시간 동안 집중해서 로그인했으며, 상당한 규모의 아카이브와 콘텐츠 삭제라는 물리적 행동, 그리고 ‘세월호’ 콘텐츠 집중 삭제와 ‘전라도’ 혐오 발언 등을 일삼았다. 방송사에서 외부의 스튜디오 침입 등으로 방송 사고가 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신문사 사이트가 네티즌들에 의해 해킹되어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초유의 사건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과 정황을 종합하면 일베 사이트 게시판에서 로그인 정보를 입수한 일베 회원들과 네티즌들이 '떡밥'을 물고 동시에 행동에 가담함으로써 <전라도닷컴>에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입혔다.

이번 사건은 '일베'식 지역 혐오와 '세월호 참사' 비하 발언에 그치지 않고 언론사 사이트를 침탈하는 물리적 행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한다. 

이들은 사이트 내에서 ‘전라도’ 등 중요한 키워드를 ‘홍어’로 바꿔놓음으로써 전라도 사람과 문화를 비하하는 ‘일베’식 습성을 내보였다. ‘기사DB’ 페이지 탑 기사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과 제목을, ‘세월호 잊지 않기’ 특집란에는 ‘ya feel so good 야 기분 좋다’는 제목을 달아놓았다.

사실 이런 수준의 혐오 발언은 일베 사이트에서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고, 혐오 발언의 정도에 따라 시시때때 사회 문제로 비화되곤 했던 일이다. 혐오 발언에 있어 모든 차별적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혐오 발언이 ‘말한 것’에 불과한 이상 표현의 자유의 내재적 논리 안에서 문제 해결의 단초를 찾아야 한다. 즉 법적 규제를 통한 해결책을 취하기 앞서 혐오를 유발하는 원인과 배경을 살피고, 혐오 발언에 관한 비사법적 구제 해결 노력, 시민 인권교육의 확산, 시민사회 공론장의 활성화 등을 통해 피해를 줄여가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고 일반적인 원칙이라 믿는다.

혐오 발언은 인종,종교,젠더,연령,장애,성적 지향을 근거로 개인이나 집단, 특히 역사적 사건의 피해자나 사회적 소수자를 향할 때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일베의 혐오 발언은 민주화운동 혐오, 여성 혐오, 외국인 혐오, 호남 지역 혐오를 특징으로 한다. <전라도닷컴> 침탈에서 보여진 ‘세월호 참사’와 같은 역사적 사건․사고나 그 피해자에 관한 혐오 발언과 행동은 조금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사태의 심각성은 이같은 혐오 발언이 말에 그치지 않고 <전라도닷컴>이라는 언론사 침탈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언론사는 법제도적으로, 규범적으로 편집권을 보장받고, 편집권을 바탕으로 언론으로서의 공적 책무를 수행한다. 때문에 야심한 밤을 틈타 언론사를 월담해 내용물을 파괴하고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것은 단지 재산상의 문제 차원으로 소급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전라도닷컴>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형식적으로만 독립하지 않고 언론사의 경영과 저널리즘 전반에 실질적인 독립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고 또 인정받는 유력한 월간지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공모된 것이든 우발적인 것이든, 일베든 일베가 아니든 언론사를 난입한 무리들의 혐오 발언과 혐오 행위는 어떠한 정당성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지역의 한 언론사가 이처럼 처참한 곤경에 빠졌는데, 아직까지 지역언론의 보도는 소극적이고, 지역 언론인과 언론학계, 지방자치정부나 언론기관 등도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 시민사회, 특히 지역 언론은 이 사태를 남의 일로 치부하지 말고 연루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재발방지책을 수립하도록 상호 협력하며 적극적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한다.
2014. 9. 4

광주시민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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