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친구들이 죽은 이유라도 알려주세요.

광화문 광장에 세월호에서 살아나온 단원고 아이들이 모였다. 애들이 싸 온 떡이며 과일. 비록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려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해도 마음속 그리움은 미칠 것 같다. 세월호를 타고 꿈같은 수학여행 길을 함께 떠났다가 겨우 살아 난 단원고 아이들이 죽은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으로 마련한 추석상이다. 분향을 하고 절을 한다. 광장이 눈물바다가 된다. 상상해 본 광경이다.

국민의 명절이다. 아무리 없이 살아도 추석날은 넉넉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 그대로다. 뿔뿔이 헤어져 살던 가족들도 추석에는 모두 모인다. 조상님들께 차례도 지낸다. 올 해 추석도 다름이 없겠지. 그러나 잃어버린 명절이 있다. ‘광화문광장’과 ‘청운동주민센터’ 앞이다. 세월호 유족들의 농성장이다. 자식들이 죽었다. 여기엔 명절을 잃어버린 눈물만이 있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명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날벼락을 맞았다. ‘다녀오겠습니다’ 아침에 인사하고 수학여행 떠난 아들딸들이 주검으로 돌아왔다. 주검으로조차 집에 못 온 아이들이 있다. 팽목항에는 넋을 잃고 바다만 바라보는 부모들이 있다.

같은 반 같은 교실에서 함께 지내든 친구들이 죽었다. 친구들이 앉아있던 책상을 보면 미칠 것 같다. 바닷물이 선실로 차오를 때 절망의 눈을 서로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아 이제 우리는 죽는구나. 영원히 서로 못 보겠구나. 그러나 나는 살고 친구는 죽었다. 나만 살다니. 미안하다. 보고 싶다. 미칠 것 같다. 아아 어쩌지.

과연 우리는 왜 죽은 것일까. 배는 왜 가라앉은 것일까. 죽은 이유라도 알고 싶다. 이유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알려 주지 않는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싸움만 하고 거짓말만 한다. 엄마 아빠가 팽목항에서, 청와대 앞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울며 애원을 하는데도 아무도 왜 우리가 죽었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 너무 슬프다. 너무 분하다. 이게 우리의 조국이냐.

팽목항에서, 엄마 아빠 앞에서, 온 국민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약속을 하던 대통령도 아무 말을 않는다. 언제라도 찾아오라는 약속을 떡먹듯이 한 대통령은 이제 엄마 아빠가 한번만 만나달라는 데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삼보일배를 하면서 만나달라는 데도 수백 명의 경찰이 청와대 앞길을 막고 근접도 못하게 한다. 그러나 알아야 한다. 왜 우리가 죽었는지 이유만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살아남은 우리가 대통령을 만날 것이다. 왜 우리 친구들이 죽었어요? 대통령에게 물을 것이다. 대통령은 우리들에게 대답해야 한다.

아빠가 단식하는 모습을 유민이는 하늘에서 보았을 것이다. 뼈만 앙상한 다리를 봤을 것이다. 46일 동안 단식을 하면서 그토록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대통령을 보았을 것이다. 유민이와 함께 바다에 빠져 죽은 아이들은 모두 눈을 똑 바로 뜨고 대통령을 보았을 것이고 울부짖는 엄마 아빠를 보았을 것이다. 친구야 미안하다. 보고 싶다. 울고 싶다.

세월호 해결 없이는 정치도 민생경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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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를 외친다. 대통령이 부산을 두번이나 찾고 자갈치 시장을 찾았다. 무엇을 봤을까. 손 흔들며 열광하는 상인만 봤는가. 세월호가 발목을 잡아 한국 경제가 엉망이라고 한다. 그럼 좋다. 세월호 문제를 풀면 되지 않느냐. 세월호 침몰로 304명의 죄 없는 애들이 물에 빠져 죽고 아직도 10명이나 차디찬 바다속에 있다. 왜 죽었고 누구 잘못으로 죽었는지 이유를 알고 잘못한 자들은 처벌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된다. 왜 못하는가.

이유야 어떻든 사람이 죽으면 한은 남는다. 그것은 대통령도 비서실장도 장관도 잘 알 것이다. 폐지 줍는 노숙자도 다를 바가 없다. 바로 인간의 보편적 요구를 정부가 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특별법 안 만드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자식도 없느냐. 생때같은 제 놈들 자식이 비명에 죽었다면 팔자거니 체념하고 팔짱끼고 가만히 있을 것이냐. 자식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죽은 이유만은 알아야 한다고 할 것이다. 세월호 유족들도 바로 그렇다.

살아 나온 아이들이 밤마다 고통에 시달린다. 꿈속에서 친구와 만나 장난치고 놀다가 깨어나면 미치겠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정신과 의사를 만나도 소용이 없다. 친구는 우리가 왜 죽었느냐고 한다. 대답해 줄 말이 없다. 그 대답을 해 달라고 대통령에게,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무슨 이유가 그리도 많단 말이냐. 니들이 당했다면 이유도 알아보지 않고 땅에 묻을 것이냐. 인간의 도리인 이유를 알자는 것이다. 온 국민의 명절이라고 떨어져 살던 가족들 모두 모여 송편 빚어 차례 지내는데 세월호 유족들이 할 것이라고는 광화문 광장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 모여 우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다. 대통령 만나 달라고 애걸하는 거 밖에 없다. 이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당신들의 몸에 돌고 있는 피는 더운 피가 아니고 차디찬 피란 말인가.

만약 내 새끼가 세월호에서 죽었다면.

먼저 대답부터 하자.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미쳐서 죽었던지 무슨 일 저지르고 사라졌을 것이다. 정권은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세월호 특별법을 못 만든다는 것이냐. 도대체 무슨 죄를 졌기에 죽자고 감추자는 것이냐. 국민은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7시간 동안 행방불명이 됐다는 대통령의 행적이 들통 날까 겁을 낸다고 국민들이 믿고 있다.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은 믿지를 않으니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대통령은 공약사항 제대로 지키는 것이 없고 해야 할 말에는 입 꽉 다물고 침묵이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이래가지고는 정치를 제대로 해 나갈 수가 없다. 대통령이 딱 한 마디만 하면 된다.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만드세요’ 자식새끼 생짜로 가슴에 묻은 부모의 한을 모른단 말인가. 입법은 국회의 소관이라는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이 어디 있는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주는 문제는 전혀 동의도, 수긍도 할 수도 없어서 (그 주장을 계속하면) 전혀 논의가 진척될 수 없다”

새누리 교섭대표라는 김재원의 말이다. 검사출신이란다. 이 사람은 자식이 없을 것 같다. 있으면 그런 말 못 할 테니까.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면 내 기준으로는 인간탈락이다. 김영오는 내 자식이 죽은 이유를 꼭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46일 간 목숨을 건 단식을 시작했다. 내버려 뒀으면 자식 따라 죽었을 것이다. 그가 알아야 되겠다는 그 이유를 절대로 알아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온갖 핑계를 붙여 진실로 가는 길을 틀어막는다. 무슨 웬수를 졌는가.

대통령 불통, 유족들 절통 국민은 분통.

세월호 참사 후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무슨 얼굴로 고개를 드는가. '이런 놈의 나라가 어디 있단 말인가’ 라는 국민의 절망적인 질타에 입을 열 수가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도 반성하고 참회했다. 불과 넉 달 전이다. 이제 까맣게 잊었다. 되레 큰 소리다. 세월호가 경제를 잡는다? 정말이냐. 자식들한테 맹서할 수 있는가.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했다. 거짓말 하지 말라. 국민들을 아직도 바보로 아는가.

대통령의 원죄가 무엇인지 아는가. 세월호 유족들에게 눈물로 약속을 했다. 약속을 어겼다. 부산을 두 번이나 방문하고 자갈치 시장을 찾고 뮤지컬을 감상해도 국민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는다. 세월호 유족들과 한 눈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 대통령의 행동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뻔하다. 자신이 묶은 매듭은 자신이 풀어야 한다.

새누리가 하늘같이 믿는 여론조사도 세월호 특별법은 만들어야 한다고 나왔다.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 반이나 남았다. 어쩔 것인가. 그냥 이대로 세월호에 묶인 채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인가. 그것만은 대통령의 마음이다.

대통령이 추석 날, 광화문 광장에 나와 유족들의 손을 잡아주는 꿈같은 생각을 해 봤다. 왜 이것이 꿈같은 생각이 되어야 하는가. 불쌍한 국민들의 손을 잡아주는 대통령이 얼마나 보기 좋은가. 아무리 차갑다는 대통령이라 해도 왜 유족들이 불쌍한 걸 모르랴.

지금 새누리당이 하는 작태를 보면 분노를 넘어 자포자기다. 대학생들이 강의를 포기하고 거리로 나오지 않는가. 새누리가 착각을 하고 있다. 이제 무슨 짓을 해도 무시한다는 것이다. 맘대로 해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착각이다. 국민은 새누리나 대통령과는 다른 보통 사람의 생각을 가졌다. 절대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추석 연휴, 피를 토하는 유족들의 절규가 온 국민의 가슴을 때릴 것이다. 온 국민의 눈이 광화문을 주시할 것이다. 자식 잃은 부모들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새끼들의 한이라도 풀어주려는 것이다. 목이 터져라 특별법 제정을 외칠 것이다. 경찰들 모두 풀어 청와대를 막아도 안 된다. 민심은 천심이다. 대통령은 임기를 끝낼 때 까지 세월호 유족들과 싸움만 할 것인가.

추석 명절을 자식을 잃고 보내는 유족들. 그들의 마음을 손톱만큼이라도 안다면 대통령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박영선을 비롯한 야당의원들은 민심 좀 제대로 들어라. 던져라. 불체포 특권이나 지키는 게 야당이 아니다. 유족과 애들이 정신병 환자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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