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과 유민 아빠 김영오

유민아. 아빠가 교황님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34일의 단식으로 차마 못 볼 아빠를 위로하는 교황님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유민아. 아빠가 교황님께 편지를 전하고 노란리본을 바로 고쳐드렸다. 하늘에서 너의 친구들도 모두 보았겠지. 아버지의 눈물과 교황님의 위로, 세계가 눈물 짓고 있다.

대한민국을 자비와 평화로 가득 채웠던 교황님이 떠나셨다. 세월호 유족들이 달아 준 노란리본과 천리길 메고 온 눈물의 세월호 십자가를 지니고 떠나셨다. 대한민국 국민의 갈등과 증오를 어루만져 주셨던 교황님이 떠나셨다. 교황님이 남긴 것은 축복뿐이었을까.

ⓒ민중의소리 갈무리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삼종기도를 통해 가장 따뜻한 위로와 질책을 함께 주셨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이 거룩한 미사를 마치며,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늘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바라봅니다. 성모님께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 그리고 희망들을 봉헌합니다.

우리는 특별히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하여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인 큰 재난으로 인하여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합니다.

주님께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당신의 평화 안에 맞아주시고,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며, 형제자매들을 도우려고 기꺼이 나선 이들을 계속 격려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되었으니,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또한 성모님께서, 우리 중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 특별히 병든 이들과 가난한 이들, 존엄한 인간에 어울리는 일자리를 갖지 못한 이들을 자비로이 굽어보시도록 간청합니다.

끝으로, 대한민국의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을 맞아, 우리는 이 고상한 나라와 그 국민을 지켜 주시도록 성모 마리아께 간구합니다.

또한 아시아 전역에서 이곳 대전교구에 모여온 모든 젊은이들을 성모님의 손길에 맡깁니다.

그들이 하느님의 복된 계획에 따라 평화로운 세상의 새벽을 알리는, 기쁨에 넘친 전령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젊은이여. 죽음의 문화에 저항하라

ⓒ민중의소리 갈무리

교황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자비와 평화가 남는다. 역대 교황님의 한국 방문이 처음은 아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국민들이 온 정성으로 환영한 기억은 없다. 세월호 참사라는 견디기 힘든 비극으로 고통 받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따뜻하게 감싸고 위로해 준 분은 없었다.

한국의 어떤 지도자도 교황님처럼 진심으로 함께 눈물을 흘려 준 사람은 없었다. 우리 국민은 교황님과 함께 슬픔을 같이 했고 위로를 받았다. 너무 고마운 것이다. 세상에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유족들이 비로소 함께 해 주는 분이 있음을 알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진심은 꾸며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때는 언제든지 찾아오라”던 박대통령은 교황님께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해줘서 참 고맙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자신이 약속한 유족들의 간절한 만남 간청을 외면했다.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교황님은 약속을 지켰다.

유족들을 만났고 유민아빠를 안아 주었고 십자가를 지고 800Km(이천리)를 걸어 온 유족을 만나 함께 슬픔을 나누었다. 한국에 머무시는 동안 어느 행사에서도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 많은 행사가 마치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왜 그러셨을까.

세월호 유족들은 이 나라 지도자들로부터 버림받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정치적 이해 속에 유족들의 고통을 외면했다. 죄 없는 어린 생명들이 당한 참변은 교통사고가 됐고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 되었다. 사람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입은 정치지도자의 입이었다. 자기 자식들이 그렇게 죽었다면 같은 말을 했을까.

교황님은 다 알고 계셨을 것이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얼마나 인간의 마음에서 멀어진 정상배들이며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지 이미 아셨고 그래서 더욱 유족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광화문에서 개처럼 얻어맞는 유족들을 온 세계가 보았다. 교황님이 왜 모르시겠는가. 34일 동안 단식한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뼈만 남은 손을 잡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 울지 않은 국민이 있었을까.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광화문에서 죽겠다는 김영오 씨의 말을 기억하실 것이다. 국민들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유민아빠가 죽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프란치스코 교항님은 ‘죽음의 문화에 저항하라’고 하셨다. 지금 이 나라를 덮고 있는 죽음의 문화는 어디에 있는가. 제주 강정에서, 밀양의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쌍용차 파업장에서, 삼성전자 공장에서 또한 전국에 있는 해고노동자들의 가정에서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마치 일상처럼 되어버린 ‘죽음의 문화’에 대해서 저항하라는 간곡한 말씀을 하셨다. 무서운 질책이었다.

교황님이 이 땅에 뿌리신 은총과 더불어 매서운 질책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나라냐’라는 개탄에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데도 정치는 실종되었다. ‘죽음의 문화에 저항하라’는 말씀보다 더 아픈 질책이 어디 있을 것인가. ‘죽음의 문화’ 중심에 있는 자들이 깊이 반성해야 될 질책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요구하는 유족들이 복수를 요구하는 것인가. 아니다. 내 자식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원인이나 알자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는가. 왜 반대하는가. ‘의혹의 7시간’은 발표가 되었다. 국민이 믿던 믿지 않던 이제 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대통령은 지체 없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해야 한다.

국회의 소관이라는 말을 믿을 국민은 없다. 그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세월호 특별법의 제정 없이는 한국의 정치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정치는 포기할 것인가.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리라고 바라지 말라. 너무나 염치없는 바램이다.

교황님. 불쌍한 영혼들을 잊지 마소서

어느 누구도 세월호 참사에서 비켜 갈 수 없다. 바로 국민 모두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참사의 주인공은 정치인들의 이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우리들의 자식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바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기 때문이다. 이 비극을 정치에 이용한다면 국민은 결코 용서할 수가 없다.

여당도 야당도 정치를 생각지 말고 세월호에서 숨 진 우리 자식들만 생각해야 한다.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에 머무시는 동안 교황께서 내리신 그 많은 축복은 또한 정치인들에게는 등줄기를 내리치는 채찍이기도 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대통령이 못하는 일을 교황님은 하셨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과 교황님의 말씀이 불편하다는 사람이 있다. 그들이 누구인지 국민이 알고 있다. 이해득실에 집착하는 정치인들이다. 죄 받는다. 세월호 사태가 얼마나 엄중한 비극인가. 나라가 뿌리 채 흔들린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김장훈은 봉사활동에 힘 써 온 가수다. 지금까지 해 온 봉사는 어떤 정치인도 감히 따라오지 못한다. 김장훈이 세월호 사건을 외면하는 정권에 대해 분노의 단식을 계속하며 노래를 부른다. 통곡이다.

“결국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이 행동하는 때가 된 것 같다. 막상 이 단식장에 나서니 그간 짓눌렀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했던 무기력이 해소되는 듯하다. 가슴이 움직이는 대로 상식이 판단하는 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안타까워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잘못된 정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행동하지 않기에 이런 무책임이 더 굳어진다.”

고등학생들도 나서서 외쳤다. 4·19 당시에도 대광고등학교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고 어른들은 자식들 죽일 수 없다며 합세했다. 단상에 오른 고등학생 최 모 군이 외쳤다. 바로 그들의 친구가 죽은 것이다. 청소년 보호는 말 뿐인가. 절규였다.

"새누리당과 민주연합이 청소년들을 깔보고, 이제는 생명조차 지켜주지 않는다" "중고생들이 단결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청소년들을 무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고생들도 가만히 있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을 쫒아냈던 4·19혁명 우리 중고생들이 주도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언제까지 참을 것이냐, 중고생들이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4·19를 다시 보여줘야 한다. 투표권을 얻어내야 한다" "중고생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면 정치인들이 우리한테 머리를 조아리며 표를 구걸할 것이다.”

"세월호에서 숨진 것은 고등학생들인데 지금 세월호 문제를 다루는 국회의원들은 다들 머리 발라당 까진 성인 국회의원이다." "그들은 자식도 없느냐. 고등학생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이런 야합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교황님.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해 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떠나셨다. 교황님은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남기셨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 여러분”

“직접 찾아뵙고 위로의 마음 전하지 못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한국 방문 기간 내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실종자들, 그리고 그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잊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직도 희생자들을 품에 안지 못해 크나큰 고통 속에 계신 실종자 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님, 실종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남현철, 박영인, 조은화, 황지현, 허다윤, 단원고등학교 교사 고창석, 양승진, 일반승객 권재근, 이영숙, 그리고 일곱 살배기 권혁규 어린이가 하루빨리 부모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주옵소서.”

“실종자 가족 여러분. 힘내세요! 실종자 가족 여러분, 사랑합니다.”

한국을 떠나시는 마지막까지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시는 교황님. 이제 교황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교황님이 남기신 숙제를 우리가 풀어야 할 것이다.
“언제든 미친 사람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런다고 벽을 싸고 그 안에만 있다면 그게 더 미친 짓이다.”

누가 들어야 할 소리인가.

“젊은이여, 깨어있으라...잠든 사람은 춤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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