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죽어 널 보고 싶어도 이대로는 못 죽어

‘구하러 올꺼야. 반드시 올꺼야. 가만히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꼭 올꺼야. 안 오면 우리가 죽는 거 아니까 반드시 올꺼야. 어른들이 거짓말 하지 않을꺼야’ 바닷물이 차오르는 선실에서 숨이 막히면서도 우리 애들은 어른들의 말을 믿었을 것이다. 그리고 숨이 멎었을 것이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려 있다고 했던가. 아니다. 절대로 아니다. 하늘이 죄 없는 애들을 그렇게 죽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애들을 죽게 한 것은 바로 어른이라는 이름의 인간이다. 살인범이다. 그리고 이제 살인의 책임을 면하려고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모습으로 발버둥 치고 있다.

애들은 조류독감 AI에 걸린 닭이 되었다. 엄마 아빠는 ‘당신은 뭐요’소리에 겨우 유족이라고 대답했다. 그 말 한마디 하고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에 의해 국회에서 쫓겨났다. 의사당 앞 맨바닥에서 밤을 새우며 하늘에 뜬 별이 자식이라 생각하며 눈물을 삼킨다.

법도 정치도 좋다. 그러나 인간은 도리가 있지 않으냐

▲ ⓒ민중의소리 갈무리

조원진(호칭생략)이 세월호 참사를 조류독감으로 비유할 때 국민들은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득의양양 떠벌리고 있는 조원진의 얼굴을 보며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제 놈의 처 자식이 그렇게 죽었다면 저런 소리가 나왔을까.’ 국정조사장에 앉아 있는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의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고 했다. 시비할 생각도 가치도 없다.

저런 인식의 청와대라면 국민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가? 생각을 하다가 문득 그것이 얼마나 사치스런 생각인가를 느낀다. 가만히 있으면 어떤 결과가 올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애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 사람이나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한 사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자식이 죽고 안 죽고의 차이일까. 하느님. 대답을 해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세월호 참사와 국가존립의 정당성

왜 국가는 필요한가. 왜 우리는 세금을 내고 군대를 가는다. 전방 초소에서 이른바 적군이 아닌 ‘관심병사’에게 총을 맞아 죽을 수도 있다. 똥별들이 대통령 선거에 간섭을 하고 무기 개발 업자들과 야합을 해서 쇠고랑을 차는 나라. 전과 14범이 망쳐놓은 강에서 세상 만났다고 번식하는 ‘큰빗이끼벌레’의 징그러운 모습을 보며 살아야 하는가.

내 손이 못생겼다고 잘라 버릴 수는 없다. 어머니가 한센씨 병에 걸렸다 해도 버릴 수 없는 것과 같이 조국이 설사 우리를 버려도 우리는 조국을 버릴 수가 없다. 조국은 바로 어머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과연 내 조국이 목숨을 바쳐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인가. 국민을 저버리는 것은 조국인가 아니면 조국을 배신한 한 줌도 안 되는 추악한 무리들인가. 고민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한다.

▲ ⓒ민중의소리 갈무리

세월호 참사는 생각만 해도 살이 떨리도록 끔찍한 비극이다. 여지껏 이런 비극은 없었다. 참사를 당한 과정이 너무나 처참하다. 생각해 보자. 어른들이란 자가 애들에게 ‘꼼짝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으니 망망대해에서 애들이 뭘 할 수 있겠는가. 구하러 올 줄 알고 차오르는 물에 숨이 막혔을 애들을 생각하면 펄 펄 뛰다 죽어도 시원치 않다. 하물며 부모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럼에도 정치인이란 자들은 짐승같은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유가족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우습게 생각하겠지. 며칠 단식하다가 병원에 실려가면 그걸로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유족들의 눈물겨운 투쟁을 보상금이나 많이 타내려는 것이라고 모함을 하는 놈들이 있다. 늘 하는 수작이다. 개소리에 신경 쓸 것 없다.

세월호 참사는 그냥 끝낼 일이 아니고 끝내서도 안 되고 끝 낼 수도 없는 일이다. 정상적인 세상이라면 정권이 끝장나는 참사다. 정권과 집권당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틀린 말인가. 대답을 해 보라.

단식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기에....더 이상 미안하고 부끄러운 부모로 살 수 없기에 시작했다. 단식을 하는 엄마 아빠의 눈에 죽은 자식들이 보일 것이다. 왜 특별법을 못 만들어 주는가. 나라가 지는 죄를 생각한다면 특별법이 아니라 특별법의 할애비라도 만들어야 한다. 단식을 시작한 유족들의 말이다. 또 가만히 있으라고 할 것인가.

정권은 절대로 그들의 요구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특별법은 유족들의 요구일 뿐이 아니라 바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기회임을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정권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제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은 물러설 곳이 없다. 그래서 자신들이 뽑은 국회의원이 있는 의사당을 찾은 것이다. 조원진 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안 된다. 그들의 가슴을 더 이상 찢어놓은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에게 가만히 있으란 요구를 어떻게 한단 말인가. 열린음악회 공개방송이나 해서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려고 하는가. 정신 나간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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