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서 배운 ‘희생과 헌신’인가

24년 동안 친구였다. 그냥 친구가 아니라 민주화 동지였다. 한 친구는 울부짖고 한 친구는 화석처럼 굳어 있다. 단상은 아수라장.

하루에도 열두 번 씩 보는 광경이지만 이번만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화면 뒤에 또 다른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관심당대표’의 얼굴이다. ‘희생과 헌신’을 외치는 안철수 ‘관심당대표’의 얼굴, 당당한 소신이었다면 왜 얼굴은 그 모양인가.

정치가 비정하다고 한다. 부모 자식 간에도 도리가 없다. 참으로 고약하다. 그래도 있어야 할 것은 있어야 한다. 옳고 그름이다. 그게 무너지면 짐승의 세상이다. 정치는 짐승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위한 것이다. 왜 이리 얘기가 살벌한가. 정치와 더불어 인간의 도리를 사라지기 때문이다.

▲ 김한길(왼쪽).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안철수 대표는 최고회의에서 “저와 인연 있는 사람이 최적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인연 있는 사람이 선정 안 되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한다”며 “그런 잣대로 비판하면 하느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해라다.

이제 안철수는 오만을 넘어 자신을 하나님의 반열에까지 승격시켰다. 실수라고 믿겠다. 지금 안철수 대표가 비난을 받는 이유는 자신과의 ‘친하고 안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공정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공정을 가장해서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좋다. 그렇지만 기동민을 꽂기 위해 허동준을 죽인 것은 당대표의 폭력 아닌가. 금태섭의 말을 생각해 보라. 왜 자신의 곁에서 사람이 떠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안철수란 이름이 처음으로 정치판에 등장했을 때 국민들이 열광했던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무엇인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충격은 거기까지였다.

대선후보 억지포기 선언 후부터의 행보는 기존의 정치행태와 너무나 쉽게 접근해 갔다. 머리가 좋아서 정치도 쉽게 배웠는가. 못된 것을 너무나 잘 배웠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착각의 달인이라는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어려움 없이 성장하고 마음먹은 것은 모두 이룬 안철수다. 정치도 그렇게 될 줄 알았을 것이다. 정치도 마음대로 되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어떤가. 이제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가.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까.

7·30 보선과 새정치의 운명

주위에서 돌아다니는 끔찍한 소리를 듣는다. 안철수·김한길 때문에 이번 재보선은 망친다는 것이다. 새누리의 과반수를 무너트려야 한다는 간절한 기대가 바로 국민들의 염원이라고 믿는다. 이 염원을 접어야 된다는 안타까운 탄식인 것이다. 당 대표들의 책임이다.

안철수 대표가 ‘희생과 헌신’을 말한다. ‘희생과 헌신’은 참으로 좋은 말이다. 과연 안철수 대표가 이 말을 할 때 고개를 끄덕일 국민이 몇 명이나 될까. 그의 행동을 보면 ‘희생과 헌신’은 남에게만 요구하는 것일 뿐 자신에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닌 것 같다.

정치판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얼마 되지 않기에 안철수의 행보는 일목요연하게 되돌아 볼 수 있다. 과연 ‘희생과 헌신’이었는가. 청춘 콘서트는 하나의 이벤트였다. 이제는 그의 곁을 떠난 훌륭한 분들을 들러리로 세운 이벤트에서 그는 알차게 챙겼다.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

도대체 왜 안철수 대표가 저 지경이 됐을까. 한 마디로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줄 아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고생모르고 자란 부자 집 자식들의 시행착오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자신이 원하면 무엇이든지 된다는 오만은 국민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정치를 제대로 배우면서 조심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좋은 머리로 정치를 제대로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야당은 달라져야 한다. 김한길 대표는 이미 평가가 난 정치인이다. 아직까지 그가 몸담은 곳을 온전한 곳이 없었다. 머리로 하는 정치가 성공할 리가 없고 그것이 오늘날 ‘새민연’의 모습이다. 선거가 끝나면 이기든 지든 김한길 안철수는 물러나야 한다. 선거도 없는데 왜 물러가느냐고 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 야당이 다시 태어나야하기 때문이다.

7·30 선거를 맞아 죽을상이던 새누리가 이제 표정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새누리 입에서 안철수 김한길에게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망해가는 야당의 꼴을 보면서 가슴을 치는 국민이 점 점 늘어난다.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어디 있는가.

밥을 떠다 입에 넣어줘도 삼키지 못하는 바보 천치들이다. 저것들을 어찌해야 된단 말인가.

새누리를 갈아 치울 능력이 없다면 김한길 안철수라도 갈아 치우자. 제대로 여물지도 않은 씨앗이 어떻게 건강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가. 최장집 교수가 말한 안철수는 아직 ‘여물지 않았다’는 말에 공감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한 때 안철수를 도왔던 김민전 교수가 방송에 나와 말했다. ‘안철수는 명분도 실리도 다 잃어버린 초보다’

새민주연합 지도부의 리더십은 위기를 넘어 ‘리더십 블랙홀’이란 진단까지 나온다. 7·30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보여 준 지도력 부재는 보선 결과에 대한 암담한 전망을 보여주고 김한길 안철수 대표는 측근들의 지지도 받지 못하는 유례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 절망하는 것은 저런 정권을 바꿀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처하는 정권의 수준을 보자. 그냥 두고 볼 것인가. 또한 안철수 김한길에 대해서 절망하는 것도 국민이 이들에게 정권대체 세력의 지도자로 희망을 걸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이 불쌍하지 않은가.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