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는 정치지도자들의 또 다른 명함

취재를 위해 교도소에 갔을 때 죄수들 속에 끼어있는 유명 정치인들의 모습도 봤다. 똑같은 죄수복을 입고 잡범들 속에 섞여 있는데 안 된 소리지만 그 놈이 그 놈이었다.

요즘 새누리 전당대회와 장관 청문회,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여야 각당의 공천놀음 등 등. 수많은 정객들의 얼굴이 보인다. 딱한 것은 그들의 얼굴 뒤에 또 하나의 얼굴이 보인다. 바로 교도소에서 본 또 다른 얼굴이다.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권후보들이 단상에 올라 열변을 토한다. 서청원, 김무성, 이인제 등 기라성 같다. 그들은 한 결 같이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운명을 함께 할 것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합창대회 같다. 저토록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목이 쉬는 정치인이 많은데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기막힌 것은 뜨거운 열변을 토하고 돌아서는 그들의 등위에 보이는 것은 약속이나 한 듯이 전과자란 주홍 글씨다. 그들의 열변을 교도소 감방에서 잡범들이 듣는다면 어떨까.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 김명수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갈무리

청문회를 본 국민이 얼마나 될까. 청문회장을 뒤덮은 악취 때문에 국민들이 코를 싸쥐지 않을까. 청문대상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인물들은 누구인가. 나라를 끌고 갈 정치인이다. 국민들의 운명을 좌우할 사람이다. 저들이 우리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떨린다.

장관은 고사하고, 밥먹는 것도 아깝다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방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이제는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차떼기’의 주범이 국정원장 후보로 앉아있다. 부동산 투기사실을 감추기 위해 잔디밭에 고추 몇 포기를 심어놓은 ‘창조농사’의 달인은 투기와 탈세로 오염된 채 앉아 있다.

제자의 논문을 베껴먹은 교육부장관 후보는 무려 40여 가지의 결격사유가 있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자 ‘나 기자인데’라며 기자신분을 과시하던 정성근은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로 청문회 자리에 앉아있다. 정성근이 썼다는 트윗 글을 보니 장관은 고사하고 밥 먹는 것도 아깝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들을 보는 국민들의 인식이다. 거짓말이 당연한가. 우리 국민들이 껌뻑 죽고 못 사는 미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침 뱉은 것도 청문회에서 따진다지 않던가. 자신들의 운명을 망칠 수도 있는 이들에게 국민들은 왜 이리 관대한가. 국민이 정치를 망친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이제 저들이 청문회를 거쳐 국정원장이 되고 장관이 된다. 저런 공직자와 함께 이 나라에 살면서 애국심이 생기면 그게 더 심각한 사태가 아닌가. 애국심은 절대로 공짜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역사를 뒤져봐도 잘 된 국가에 전과자들이 득실거리지는 않았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른바 인사 참사의 모든 원인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인정했다. 그것으로 끝인가. 그의 경력이 찬란하다. 박정희 독재시대 악명 높았던 중앙정보부에 검사로서 파견돼 일했고, 92년 대선을 앞두고는 ‘우리가 남이가’ 라는 초원복집의 명언을 남겼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가장 앞장선 인물이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이코라고 했다. 독재를 관통하는 검은 역사의 주인공이 스스로 인사 참사의 주역임을 고백했다. 그것으로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국민으로 비난을 받으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지 잘 알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의 급박한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도 제대로 못하고 위치도 모른 비서실장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를 할 것인가.

'희망'은 만들어 가자

청문회를 보다가 누가 불쑥 말을 던졌다. 화면을 고대로 들어다가 교도소 감방에 옮겨놔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무엇인가. 뻔뻔하다는 것이다. 마치 자신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죄를 진 것처럼 행세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단상에서 열변을 토하며 단하에서 박수를 치는 청중들을 얼마나 경멸할까. 생각하면 사지가 떨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국운영 능력을 점점 떨어져 간다. 바로 그 자신이 만든 싱크탱크라는 여의도 미래연의 조사에서 대통령이 앞으로 잘 할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은 6일, 20대에서 40대 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예상평가에서 ‘잘 못할 것 같다’는 부정적인 응답이 47.1%로 ‘잘 할 것 같다’는 응답 23.1%의 두 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으로 대통령의 지지가 조금 올랐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 주석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시에 군사작전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불쌍한 국가의 원수라고 가엾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세계 10위권의 군사강국이면 뭘 하는가. 미국의 허락 없이는 총 한 방 맘대로 쏠 수 없는 기막힌 존재다. 북한군이 철책선을 넘어 와 귀순벨을 누르고 가는 판이다. 귀순안내 간판을 떼어간다. 조롱한 것이다. 이것이 당당한 대한민국이다. 장개석 군대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왜 이럴까. 왜 군기가 이 지경일까. 일선에서 근무하는 자식이 있으면 한 번 물어보라.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마 기절을 할 것이다. GOP 소대장이 무기고 열쇠를 가지고 초소를 이탈했다. 도망친 것이다. 임병장 사건 때 일이다. 이런 지휘관 밑에서 어느 쫄병이 목숨을 내 놓겠는가.

국무총리의 연이은 낙마는 야당의 극심한 반대 때문이었다고 하자. 그러나 세월호 참사도 야당의 반대 때문에 일어났고 두 눈 멀거니 뜨고 우리 자식들이 물속에서 죽는 모습을 보는 것도 야당의 반대 때문인가. 청문회에서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 백성이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 나 뿐일까. 너무 불쌍해 못 보겠다.

청문회 장에서 생생하게 들리는 세월호 관련 공무원들의 육성. 거기에 동족애가 어디 있는가. 저들이 국민을 보호할 의지나 능력이 있는 것인가. 저런 자들을 믿고 국민이 세금 꼬박꼬박 내며 살아야 하는가. 세월호 참사야 말로 박근혜 정권이 나라를 이끌고 갈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고백을 백일하에 공개한 것이다.

야당이라도 제대로 해야 되지 않겠느냐

오늘은 죽 한 끼로 연명해도 내일은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인간은 산다. 그러나 내일이 지나도 역시 죽 한 끼로 연명을 할 수밖에 없다면 어쩔 것인가. 모진 목숨 끊을 수는 없다.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절망을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건 죽지 못해 사는 것이다.

정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과연 내일의 희망은 무엇인가. 정치가 잘되는 것이다. 정치가 잘 사는 자만 늘 잘 살고 어려운 백성은 허구헌날 뼈 빠지게 고생만 한다면 어떻게 세상 원망 하지 않고 살 수 있는가. 오늘의 현실이 그렇다. 이명박 정권의 잘못된 정치로 빈익빈 부익부의 편중은 더욱 심화되고 서민은 희망을 잃었다. 불법과 부정이 일상화 되고 국민의 무력감은 회복이 안 된다.

지금은 희망이 있는가. 무지개를 수놓던 박근혜 정권의 약속은 모두가 허상이었다. 거짓이었다. 국민은 절망한다. 바로 오늘의 여론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제 다시 거짓말의 향연이 시작된다. 박근혜 후보가 김종인을 내세워 혁신을 외치더니 그는 폐기처분 됐다. 다시 혁신이란다. 그것이 이준석이란 청년이다. 이건 사기다.

힘이 들어도 정상이 있기에 산을 오른다. 만약에 아무리 올라도 정상이 나오지 않는 산이라면 어느 누가 산에 오르랴. 국민이 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바로 이들이 뭔가 희망을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어떤가. 지금 야당에 기대를 할 수 있는가. 안철수와 김한길이 야당의 대표가 된 이후 당의 모습은 어떠했고 국민의 지지는 어떠했는가. 더 할 말이 없다. 새정치를 표방하며 국민을 현혹하던 안철수의 모습은 역시 허상이었다. 안철수에게 ‘새정치’는 없었다. 지금 야당의 모습에서 ‘새정치’를 발견할 수 있는가.

안철수가 ‘희생과 헌신’을 요구한다. 누구한테 요구하는가. 자신이 휘두른 전략공천이란 칼날아래 목이 떨어진 후보자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무슨 명분인가. 십 수 년을 ‘동작 을’에서 ‘희생과 헌신’을 해 온 후보에게 무슨 권리로 목을 요구하는가. 광산 을 예비후보였던 기동준을 데려다가 전략공천을 한 후 던진 것이 ‘희생과 헌신’이다. 이제 사라져야 할 구악은 바로 안철수 자신이 됐다.

청문회를 보고 새누리당의 전당대회를 보면서 야당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은 다시 희망을 접어야 하는가. 마치 전과자들의 소굴과 같은 정치판을 보면서 국민들은 기댈 언덕이 없다.

공직사회와 정치판에서 진실을 찾기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더 힘들다. 바로 바늘을 찾는 것이 국민들이 할 일이다. 바늘을 찾자. 노력하면 반드시 바늘을 찾을 수가 있다. 이승만 독재도 엎어버린 국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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