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총리가 하는 일이 없다 해도

문창극은 보수논객이라고 한다. 그냥 보수가 아니라 극우 보수논객이라는 특별한 평가를 받는다. 그의 논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틀리지 않은 평가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극 보수 논객도 좋다. 극 보수논설도 좋다. 어떤 논설을 써도 그것은 자신의 논설이며 주장이다. 언론의 자유다.

여기까지다. 그가 언론사의 논설위원을 떠나 공인이 된다면 달라진다. 그가 총리가 된다면 그의 논설은 총리의 주장과 사상이다. 그가 쓴 논설의 내용은 그의 철학이다. 정치의 중심논리가 된다. 논설 하나하나가 칼이 되어 세상을 겨눈다. 썩은 살을 도려내는 명의의 메스냐. 맨 살을 잘라내는 돌팔이의 칼질이냐.

▲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문창극은 한국 언론을 완전히 장악했다. 거미줄처럼 끊기지 않고 나오는 문창극의 거침없는 논설과 말에 국민들은 전율했을 것이다. 아무리 언론의 자유를 만끽한다고 해도 저럴 수가 있을까. 그의 말에는 도의도 예절도 없다. 장로라는 문창극이 쏟아 놓는 말은 하나님마저 두려웠을 것이다. 전지전능 하시다는 하나님의 말씀을 빌어 국민들 머리위에 마구 돌팔매질을 했다. 몇 가지만 적자.

‘이 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든 것은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이다. 이조 500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우리 민족의 민족성을 바꾸기 위한 하나님의 뜻이었다.’

“(하나님이) 남북 분단을 만들어 주셨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우리 체질로 봤을 때 한국한테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이) 6·25를 왜 주셨나? 미국을 붙잡기 위해 (6·25를) 주신 거예요”

“조선 민족의 상징은 게으른 거야.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하고 남한테 신세지는 거, 이게 우리 민족의 디엔에이(DNA)로 남아 있었던 거야”

“제주도에서 4·3 폭동사태라는 게 있어 가지고 공산주의자들이 거기(제주도)서 반란을 일으켰어요”

문창극은 2009년 2월 ‘김석기를 살려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 용산참사 당시 과잉 진압을 주도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을 옹호했다.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이 나라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경찰청장의 목은 데모대가 쥐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안부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언론인이다”

(2005년 3월 7일 사설) ‘나라의 위신을 지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3·1절을 맞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언급했다며 “일본에 대해 더 이상 우리 입으로 과거문제를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노회찬이 문창극 망언에 대해 “이렇게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주요 공직에, 그것이 총리가 아니더라도 나설 수 없다” “이건 보수냐 진보냐를 넘어서는 문제다” “대한민국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역사관과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총리 후보 지명은) 국민 건강과 정서에 대단히 위배되는 심각한 인사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임명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문창극의 도덕성 파탄

인간의 바탕은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죽음 앞에서는 미움을 버린다고 한다. 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이 부관참시를 할 정도로 미움의 대상인가. 2009년 8월 문창극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글을 썼다. 그는 서거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증거 없는 주장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자금 조성과 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단순히 소문 차원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몇 차례 공식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수천억 비자금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DJ가 사망하여 안타깝다. 최근 민주주의를 말하며 이명박을 비판한 것도 비자금 은닉에 대한 불안감 때문 아니겠느냐"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후인 2009년 5월 26일 ‘공인의 죽음’이라는 사설에선 더욱 기막힌 주장을 펼쳤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대의 자살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나라에서 대통령을 지낸 사람까지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한다면 그 영향이 어떻겠는가.”

“자연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 그 점이 그의 장례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되어야 했다. 검찰의 처리도 문제다. 당사자가 죽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공소권이 상실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을 아예 범죄자로 규정했다.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과 검찰 수사 중단을 비난했다.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민경욱의 문창극 평가는 최상급이다. "소신 있고 강직한 언론인 출신"이라는 것이다. 민경욱의 눈에 문창극이 어떻게 보였던 상관없다. 문창극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장로다. 기독교 정신은 무엇인가. 사랑이 아닌가. 그의 지난 칼럼을 읽으면서 사랑의 편린을 느껴 본 적이 없다.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이 번득이고 칼날에 다친 사람들이 어디 하나 둘이겠는가. 하나님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언론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책임이 따른다. 문창극은 동의하는가.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만약에 그가 총리지명을 꿈에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그의 과거는 어땠을까. 생각하면서 속으로 웃는다.

국민 좀 괴롭히지 말라

문창극이란 인물이 극우 수구논객이라는 것은 이미 언론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사실 이외에 그가 쓴 논설도 읽어 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 이번 총리후보로 지명이 되면서 그의 벌거벗은 알몸이 다 들어났다. 논객에게 알몸이란 그가 쓴 글이다. 읽으면서 스스로 참혹했다. 논객이란 저런 글도 쓸 수 있구나.

쓰는 거야 문창극 마음대로다. 문제는 저렇게 한 쪽으로 기울어진 사람을 총리후보로 지명한 박정권의 판단 능력이다. 언론에서 밝힌 그의 논설을 읽으면 그의 인간됨됨이도 알 수 있다. 당연히 청와대도 읽었을 것이다. 읽었으면 결론이 났을 거 아닌가. 이런 사람을 총리 시켰다가는 큰일 나겠구나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왜냐면 총리란 어느 한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외눈박이 시각으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가 쓴 논설에서 제대로 두 눈으로 본 정상적인 판단이 어디 보이는가. 왜 이런 생각을 하는가. 상식의 실종 때문이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이나 주필은 중앙일보의 시각이면 된다. 그러나 총리는 다르다. 총리가 됐다고 달라질 것이 있는가. 그의 뇌속에 저장된 그의 말대로 DNA는 요지부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타깝다. 문창극이야 총리후보 철회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박근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어떻게 바꾼단 말인가. 야당과 좌빨의 고질병 탓이라고 매도해 버리면 끝이 날 것 같은가.

유병언 한 명을 잡기 위해서 계엄령 수준의 병력이 동원됐다. 6,400명을 동원해 금수원을 이 잡듯 뒤졌다. 그 가운데 검찰수사관들을 잠에 골아 떨어졌다. 무척 피곤할 것이다. 그래도 어디 숨어서라도 잘 것이지. 경찰들을 밖에 세워놓고 잠이 오는가. TV에 광고가 됐다. 국민이 뭐라고 할 것인가.

박근혜 정권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나. 어느 누가 이런 일들을 구상 기획하고 실천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금 세상에 숨길 수 있는 것이 뭐가 있는가. 청문회를 하면 안 걸리는 것이 없다. 문창극이 토해 낸 그 많은 망발들이 총리후보 검증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단 말인가. 아니면 아무 문제없이 넘어 갈 거라고 생각했는가. 그렇게 국민을 무시했단 말인가. 이건 바로 정치를 제대로 할 생각이 없다는 것과 다른 말이 아니다.

아무리 야당이 시원치 않다 하드라도 너무 무시당한다. 얼마나 야당지도부를 무시했다면 이렇게 안하무인 오만방자 하단 말인가. 묻고 싶다. 문창극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버티고 청문회장에 설 것인가. 평생을 언론인으로서 살아 온 인생을 그냥 쓰레기 통으로 처박을 것인가.

청와대야 문창극을 선택한 당사자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겠지만 새누리당은 여론과 국민의 지지를 먹고 사는 정치집단이다. 당내에서 문창극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에서 결단을 해라. 대통령 무섭다고 청운동에서부터 옆으로 기지 말고 문창극 버리라고 요구를 해라.

문창극은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자신을 선지자로 착각하는 몽상가가 아닌가. 자신의 행동 모두가 하나님의 뜻으로 믿으며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어떻게 저런 인물이 총리후보로 뽑혔을까. 모두가 ‘청맹과니’냐

나라의 장래 좀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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